'잃어버린 2달'의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손아섭(28) 역시 슬럼프에 빠졌던 '잃어버린 2달'에 아쉬움을 남기며 올시즌을 되돌아봤다.
손아섭은 올해 144경기 전 경기 출장해 타율 3할2푼3리(575타수 186안타) 16홈런 81타점 118득점 42도루 OPS 8할8푼6리의 성적을 남겼다. 개인적으로는 시즌 최다안타, 최다득점, 최다 2루타, 최다도루, 최다볼넷 등 개인 시즌 기록들을 경신한 시즌이었다. 만족스러울 법도 했다.
그러나 올시즌, 손아섭의 뇌리에 남는 것은 이러한 개인 최고 기록들 보다도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던 두 달의 기간이었다. 손아섭은 올해 5월과 6월을 제외한 모든 기간 월간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했다. 5월 2할6푼2리, 6월 2할7푼1리의 타율로 슬럼프에 빠졌다.
손아섭 스스로도 당시엔 "이렇게 긴 슬럼프는 처음이다"고 밝혔을 정도. 결국 이 슬럼프 기간이 손아섭 개인에게는 분하고 아쉬움이 남았다.
손아섭은 "올해 많이 아쉬운 부분이 많은데, 올해도 팀이 포스트시즌 못 간 것이 아쉽고 분하다"면서 "슬럼프 기간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지면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한 부분이 후회된다. 개인 최다 기록들이 나왔지만 만족할 수 없다. 두 달동안 내가 부족해서 포스트시즌 못가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곱씹었다.
손아섭이 돌아보는 '잃어버린 2달'의 이유는 무엇일까. 손아섭 답지 않은 조급함이 그 원인이었다. 그는 "5월과 6월 슬럼프 기간 동안 욕심이 화를 부르지 않았나 생각한다. 나 조차도 너무 당황했다"며 " 평정심을 유지하고 평소처럼 준비했으면 됐을 것인데, 슬럼프가 길어지다 보니 당황하고 갈팡질팡했다"고 돌아봤다.
그래도 손아섭 스스로 꼽은 올시즌 성과는 전 경기 출장이다. 손아섭의 전 경기 출장은 2013년(128경기 체제) 이후 처음이다. 그는 "힘은 시기를 겪었음에도 트레이닝파트에서 잘 관리를 해주셨고, 144경기를 교체 없이 선발로 모두 뛰었다는 것은 자랑스럽다"면서 "몸 관리나, 체력 관리하는 부분을 올해 새롭게 배운 것 같다"고 말했다. FA(자유계약선수)를 이제 한 시즌 남겨둔 그에게도 여전히 배움의 자세를 잃지 않는 손아섭이다.
이제 손아섭은 팀 내에서 중고참의 지위에 올라섰다. 야수 쪽으로 돌아보면 손아섭과 한 두 살 정도 차이 나는 형들이 있을 뿐, '선배'라고 불릴 만한 선수들이 몇 없다. 올해 롯데의 점진적인 세대교체의 흐름 속에서 손아섭도 책임감을 느낄 시기가 됐다.
그 역시도 "플레이에서도 책임감이 생기게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후배들과 야구 얘기도 많이 하면서 본인 역시 다시 야구를 공부하는 과정에 있다고. 손아섭은 "나도 야구 얘기를 좋아하고, 후배들과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 좋다. 후배들이 많이 의지 해줘서 고맙고, 배우려는 후배들이 많다"면서 "후배들이 야구 기술적, 멘탈적으로 많이 질문을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러한 과정들이 팀과 자신 모두를 발전시키는 선순환의 과정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손아섭은 이어 "이런 후배들이 많아질수록 팀은 강해질 것이라고 본다"면서 "나 스스로도 부끄럽지 않게 하기 위해 몸으로 보여주고 야구 공부도 더 하게 되고 더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전히 손아섭은 발전하는 과정에 있다. 하지만 손아섭은 그 어느 때보다 올해에 대한 아쉬움과 분함이 크다. 그렇기에 팬들에게도 고개를 들 수 없는 시즌이었다. "올시즌 역시 팬들을 실망시켜 드린 점 죄송하고,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는 손아섭이다. 손아섭은 팀의 마무리캠프에 참가하지 않는 대신, 김해 상동구장에서 컨디션을 조절하며 개인 훈련을 하고 있다. 손아섭은 올해의 아쉬움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쉼없이 달리고 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