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V스토리]④ 타선 완성 마지막 퍼즐, 좌타 거포 듀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11.07 06: 09

두산 베어스 타선은 이미 이번 시즌 전에도 완성형에 근접했습니다. 외국인 선수가 제대로 된 활약을 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곳이 크게 보이지 않는 타선은 두산의 큰 힘이었죠.
하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거포형 좌타자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장타력까지 갖췄던 교타자 김현수는 미국으로 떠났고, 외국인 선수를 3명 보유할 수 있도록 제도가 바뀐 2014년부터 외국인 타자를 다시 데려오기 시작했지만 모두 우타자(호르헤 칸투, 잭 루츠, 데이빈슨 로메로, 닉 에반스)이기도 했고요.
김태형 감독은 평소 “좌타자든 우타자든 상관없이 잘 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좌우 밸런스를 위해 홈런을 날릴 수 있는 좌타자는 필요했습니다. 올해 박건우가 보인 큰 폭의 성장과 에반스의 합류 이전에도 양의지, 민병헌 등 일발 장타를 갖춘 우타자들은 있었지만, 1군급 좌타자 중 지난해까지 한 시즌 15홈런 이상을 기록해본 타자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거포형 좌타자는 두산 타선의 마지막 퍼즐 조각이라고 할 수 있었죠.

이번 시즌 우승하는 과정에서 두산은 그 과제도 끝냈습니다. 김재환이 타율 3할2푼5리, 37홈런 124타점으로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타자 중 하나가 됐고, 타율 3할1푼6리인 오재일은 부상이 있어 105경기만 뛰고도 27홈런 92타점을 올렸습니다. 좀 더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면 100타점도 충분히 가능했죠. 이들이 64홈런을 합작한 두산은 우타자 에반스 영입과 박건우의 기량 발전까지 동반되며 완벽한 좌우 균형을 이루게 됐습니다.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기도 합니다. 2008년에 입단한 김재환은 지난해까지 두 자릿수 홈런 시즌이 한 번도 없었지만, 지금은 두산 토종 타자의 한 시즌 홈런과 타점을 비롯한 여러 기록들이 그의 차지가 됐습니다. 2014년만 하더라도 양의지의 백업 포수로 활동했던 그는 포수 미트를 놓고 1루수 미트를 낀 뒤에도 자리를 잡지 못했으나 외야로 나간 뒤 공수에서 일취월장했습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봤듯 이제는 수비에서도 믿음직스런 좌익수가 됐죠.
김현수가 떠난 자리를 두고 캠프에서 경쟁하던 박건우, 김재환은 모두 리그 정상급 화력을 자랑했습니다. 빈자리는 하나인데 둘이 올라왔고, 결국 주전이었던 정수빈을 백업으로 쓰게 만들 정도였죠. 특히 김재환의 재발견으로 두산은 향후 수년간 4번 자리에 고정할 슬러거를 얻었습니다. 김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3~7번 타순에 변화를 주면서도 4번 김재환만은 한 자리에 놓았습니다. 다음 시즌에도 4번 타순에 두어야 할 선수에 대한 믿음이기도 했겠죠.
오재일도 큰 성공을 맛봤습니다. 2012년 두산이 이성열을 넥센에 주고 오재일을 받을 때만 해도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이성열은 2010년 24홈런으로 파워를 입증했지만, 2005년 프로에 입문한 오재일은 2011년까지 1군에서 때린 통산 홈런이 단 2개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인창고 시절 은사인 김진욱 감독이 주도한 트레이드가 아니냐는 의문도 있었지만, 김태룡 단장이 소신을 가지고 추진했던 결정이었습니다.
두산에서 조금씩 자리를 잡은 오재일은 2013년 55경기에서 타율 2할9푼9리로 타격 자질을 보였습니다.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는 오승환을 상대로 홈런을 치며 기억에 남는 명장면을 남기기도 했죠. 그러나 2014년에는 외국인 타자 칸투와 포지션이 겹친 것이 악재였습니다. 캠프에서 구단 고위 관계자가 “밀어치는 타격에 눈을 뜬 것 같다”고 평할 정도로 좋은 페이스였지만, 제한된 출전 기회 속에 타율 2할4푼2리, 3홈런으로 시즌을 마칩니다.
하지만 지난해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파워를 앞세워 조금씩 기회를 얻은 그는 단 66경기에 출전한 것이 전부지만 홈런 14개로 힘은 확실히 증명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27홈런으로 커리어 하이까지 달성했죠. 고질적인 옆구리 부상이 있어 144경기 중 105경기에만 출전한 것이 다소 아쉽지만, 나왔다 하면 타석에서는 자기 몫을 해줬습니다.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기는 했지만 오재일-이성열 트레이드는 두산이 승리한 모양새가 됐습니다.
보이지 않는 지원도 이들의 성공에 힘이 됐습니다. 김 단장은 지난해 마무리캠프 때 3개 구단 감독을 지낸 바 있는 박영길 전 감독을 인스트럭터로 초빙해 김재환, 오재일 2명만 개별 지도하도록 했습니다. 좌타 거포가 있어야 타선이 완성된다는 것은 프런트도 체감하고 있었고, 시간과 노력이 쌓이며 이들의 기량이 만개한 것이죠. 이들은 불펜이 흔들리던 가운데서도 ‘판타스틱 4’가 전원 15승 이상을 거둘 수 있게 도운 장본인들이기도 했습니다.
-5편에서 계속
OSEN 두산 베어스 담당 기자 조인식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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