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쎈분석] 김태술, 완벽부활을 확신한 3가지 명장면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11.07 06: 29

‘매직키드’ 김태술(32, 삼성)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서울 삼성은 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개최된 2016-17 KCC 프로농구 1라운드서 서울 라이벌 SK를 88-84로 물리쳤다. 3연승을 달린 삼성은 5승 1패로 고양 오리온과 공동 선두가 됐다. 
김태술(19점, 5어시스트)이 승리를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김태술은 4쿼터에만 3점슛 2개 포함 11점, 2어시스트를 뿌리며 맹활약했다. 19점은 삼성 이적 후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이다. 

김태술이 정규리그 한 경기서 19점, 5어시스트 이상을 해낸 경기는 2014년 2월 18일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KGC인삼공사 소속으로 마지막 경기를 뛴 김태술은 KT를 상대로 19점, 7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9위로 시즌을 마친 KGC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비시즌 자유계약선수가 된 김태술은 KCC로 전격 이적했다. 2시즌 동안 이어진 ‘암흑기’의 시작이었다. 
기록보다 중요한 것은 플레이의 완성도였다. SK전 4쿼터는 김태술이 ‘매직키드’라 불리던 전성기를 연상시켰다. 그가 갈수록 예전 기량을 되찾고 있음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승부처에서 터진 김태술의 3가지 명장면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 4Q 6:18 문태영에게 날린 노룩패스(No look pass)
정통포인트가드 김태술이 다른 선수들과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탁월한 시야와 날카로운 패스다. 김태술은 4일 전자랜드전 종료직전 수비수 사이를 뚫고 들어가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 역전패스를 날렸다. 이상민 감독이 리딩가드에게 바라는 바로 그 역할이었다. 
삼성전을 앞두고 문경은 감독은 “(이)상민이는 좋겠다. 삼성에는 한국농구를 이끌었던 역대급 가드가 세 명이나 있다”며 부러움을 표했다. 이상민 감독, 최고참 주희정 그리고 김태술을 칭한 표현이었다. 말 그대로였다. 김태술의 플레이는 왜 그토록 감독들이 정통가드에 목말라 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4쿼터 종료 6분 20초를 남기고 삼성이 68-72로 뒤진 상황. 천기범이 공격리바운드를 잡아 3점슛라인의 김태술에게 공을 건넸다. 45도에서 김태술이 공을 잡아 슈팅모션을 취했다. SK 선수 5명의 시선이 모두 김태술에게 집중된 상황. 김태술은 골밑의 문태영이 순간적으로 노마크가 된 것을 놓치지 않았다. 
김태술은 시선은 정면을 바라보면서 옆으로 노룩패스를 뿌렸다. 레이저같이 뻗어나간 패스가 최준용과 김선형 사이, 또 코트니 심스와 김민수 사이를 관통해 문태영에게 전달됐다. 문태영은 손쉽게 노마크 골밑슛을 넣었다. SK는 물론 삼성 선수들도 어떻게 골이 들어갔는지 몰라 어리둥절했다. 워낙 순식간의 일이었고, 도저히 패스가 지나갈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 이런 패스는 김선형과 양동근은 못한다. 오직 프로농구에서 김태술만 할 수 있는 패스였다. 김태술의 시야와 감각이 전성기에 근접했음을 확인할 수 있는 플레이다. 삼성이 역전승을 하는데 중요한 발판이 된 득점이었다.  
경기 후 김태술은 “난 본래 넣는 것보다 주는 걸 좋아하는 선수다. 문태영에게 패스를 하면서 내 감각을 찾는데 도움이 됐다. 예전에 패스하던 느낌들이 더 올라왔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꿀패스'를 받는 동료들도 고마울 따름이다. 마이클 크레익은 “김태술은 아주 좋은 패서다. 포인트가드로서 팀 전체를 컨트롤한다. 내가 KBL에서 많이 뛰지 않았지만 김태술이 굉장한 패서라는 것은 확실하다. 우리가 빠른 농구를 많이 한다. 김태술은 속공 말고도 템포조절을 굉장히 잘한다. 오늘처럼 득점도 많이 한다면 우리 팀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김태술의 활약을 반겼다.  
▲ 4Q 4:54 속공에서 터진 회심의 뱅크슛(Bank shot)
뛰어난 선수는 저마다 잘하는 플레이가 있다. 김태술의 경우 45도에서 던지는 뱅크슛이 특기였다. 연세대 시절 국가대표를 처음 달 때부터 김태술이 애용했던 기술이다. 신장이 작은 김태술이 외국선수가 많은 프로에서 살아남은 비법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태술은 오랜 수련을 통해 자신만의 슛 쏘는 독특한 스텝과 타이밍을 개발해냈다. 
KCC에서 자신감을 잃으면서 김태술의 뱅크슛도 보기가 매우 어려웠다. 김태술은 지난 시즌 프로 데뷔 후 최저인 평균 4.52점을 기록했다. 삼성에서는 평균 10.5점으로 득점력이 두 배 이상 뛰었다. 김태술의 장기인 뱅크슛도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4쿼터 5분 46초를 남기고 삼성이 74-72로 앞선 상황. 스틸에 성공한 라틀리프가 드리블을 치며 치고 나왔다. 하프라인을 넘은 라틀리프가 김태술에게 패스했다. 3대2 속공상황이었기에 김태술이 라틀리프에게 리턴패스를 하는가 싶었다. 김태술은 곧바로 투스텝을 밟은 뒤 테리코 화이트 앞에서 뱅크슛을 시도했다. 손을 떠난 공은 백보드를 맞고 림을 통과했다. 만약 슛이 들어가지 않았다면, 손쉬운 2득점 기회를 날리는 상황. 자신감이 없다면 시도하기 어려운 슛이었다. 
김태술은 “슛 컨디션이 좋다기보다 내게 찬스가 많이 났고, 자신 있게 던졌다. 라틀리프에게 견제가 심해서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잘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 4Q 1:30 SK를 응징한 쐐기 3점포  
김태술은 원래 3점슛 시도가 많은 편은 아니다. 3점슛이 가장 많았던 2011-12시즌에도 경기당 3점슛 1.1개를 넣었다. 시도는 적어도 승부처에서 터지는 순도는 높은 편이었다. KCC이적 후 김태술은 본인이 쏴야 할 시점에서도 슛을 꺼리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2014-15시즌 김태술의 3점슛은 19.3%로 저조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김태술은 5경기 평균 9분 57초를 소화했다. 김태술은 챔프전 평균 0.6점 0.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7개를 시도한 3점슛 중 단 하나만 성공했다. 챔프전 내내 그의 유일한 득점이었다. 추승균 감독은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태술이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실상 그를 전력 외로 분류했다.   
슛이 없는 가드는 치욕을 겪는다. KCC시절 김태술은 자신의 수비수가 동료들에게 도움수비를 가도 슛을 터트리지 못했다. 본인이 더 답답한 상황이었지만 뾰족한 출구가 보이지 않았다. 
삼성에서 주전가드로 나서 공을 오래 소유하면서 김태술은 달라졌다. 올 시즌 김태술의 3점슛은 42.9%에 달한다. 이제 놔주면 터진다. SK전에서도 가장 중요한 4쿼터에 두 방이 터졌다. 수비수들이 김태술을 보는 시선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태술은 4쿼터 종료 9분 14초를 남기고 코너에서 3점슛을 터트렸다. 3점슛 라인을 따라 스윙하던 김태술은 라틀리프가 내준 공을 잡으면서 몸을 비틀어 그대로 코너 3점슛을 던졌다. 드리블을 한 번 치고 던졌다면 운동능력이 좋은 김선형에게 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타이밍을 빠르게 던진 김태술의 선택이 백미였다. 덕분에 삼성이 3점 차로 추격하며 역전승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쐐기포도 3점슛이었다. 종료 1분 30초를 남기고 80-80 동점. SK는 골밑의 라틀리프에게 더블팀을 걸었다. 외곽의 김준일이 공을 잡자 김선형이 로테이션 수비를 했다. 45도의 김태술은 노마크였다. 김준일의 패스를 잡자마자 김태술은 쐐기 3점슛을 터트렸다. 김태술의 슈팅능력을 간과한 SK에게 가한 처절한 응징이었다. 사실상 이날의 경기를 좌우한 한 방이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후 문경은 감독은 “위기처에서 김태술이 골밑의 문태영에게 찔러준 패스와 3점슛이 결정적이었다. 삼성 와서 많이 좋아진 것 같다. (3점슛을) 맞더라도 외곽의 김태술이나 이관희, 주희정에게 맞으라고 했다. 김태술이 코너에서 3점슛을 불안하게 던졌는데 메이드 시키더라”면서 김태술을 놔준 것이 패착이었음을 시인했다. 
 
김태술은 “KCC에서 슛감은 좋았는데 슛이 안 들어갔다. 하도 욕을 많이 먹었다. 마음이 편하고 안하고의 차이인 것 같다. 삼성에서 공도 많이 만지고, 슛 쏠 수 있게 동료들이 도와줘 심적으로 살아났다. 김준일에게 꼭 고맙다고 하고 싶다. 준일이가 스크린도 많이 걸어주고, 팀을 위해 희생을 해준다”며 패스해준 김준일에게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삼성이 공동선두를 달리는데 선장 김태술의 부활이 한 몫하고 있다. 하지만 김태술은 아직 자신의 플레이에 만족을 못하고 있다. 그는 “초반에 잘 나가다 언제 팀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매 경기마다 항상 일정하게 능력을 보이는 것이다.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선수가 공을 다 만지면서 단단한 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3라운드 정도 지금 페이스로 간다면 6강은 가능하다. 좀 더 올라간다면 그 때 (우승)욕심을 내보겠다”며 자만심을 경계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잠실실내체=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 중계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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