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3년간 FA 계약에만 519억6000만원
올해는 FA 시장 철수, 내년 내부 FA 대비
한화가 FA 시장에서 손을 뗄 분위기다. 내년 시즌 후 FA가 되는 정근우와 이용규를 잡기 위해서라도 올해는 FA 시장에서 돈을 아껴야 한다.
지난 3년간 한화는 FA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했다. 2013시즌 후 정근우(70억원) 이용규(67억원) 영입을 시작으로 2014시즌을 마친 뒤 송은범(34억원) 권혁(32억원) 배영수(21억5000만원)와 계약했고, 지난해에도 시즌 종료 후 정우람(84억원) 심수창(13억원)을 FA 영입으로 데려왔다.
지난 3년간 FA 시장 영입선수 7명의 몸값 총액이 321억5000만원이다. 전 소속구단에게 전한 보상금도 54억6000만원. 외부 FA 영입에만 총 376억1000만원이 들었다. 또 내부 FA로 2013년 이대수(20억원) 한상훈(13억원) 박정진(8억원), 2014년 김경언(8억5000만원), 2015년 김태균(84억원) 조인성(10억원) 등 6명의 선수들에게 143억5000만원을 썼다.
내·외부 FA 선수 13명에게 총 519억6000만원의 거액을 투자했지만 성과가 미비했다. 외부 정근우·이용규·권혁·심수창, 내부 김태균·박정진·김경언 등 개개인의 활약은 몸값에 걸맞거나 그 이상이었지만 팀 성적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2014년 9위, 2015년 6위, 2016년 7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한화는 더 이상 FA 영입보다는 내부 육성으로 기조를 바꿨다. 지난 3년간 성적도 나지 않았는데 FA 보상선수로 유망주들이 대거 빠져나가 미래 가치마저 떨어졌기 때문이다. 박종훈 단장 선임과도 궤를 같이 한다. 구단 프런트 전문화를 위해 현장과 프런트로 실무 경험이 풍부한 박 단장을 불렀다. 박 단장은 지도자 시절부터 선수 육성에 일가견 있었다.
한화가 올해 FA 시장에서 손을 떼는 이유는 내년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내년 시즌을 마치면 정근우와 이용규가 다시 FA로 풀린다. 4년의 시간이 화살처럼 지나갔다. 중장기적으로 미래 비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화이지만 공수주에서 절대 전력을 차지하는 두 선수가 빠지면 치명타가 된다.
정근우와 이용규는 FA 계약 후 3년간 기록적으로나 평판으로나 최고였다. 정근우는 389경기 타율 3할7리 463안타 36홈런 198타점 75도루 311득점 75도루 OPS .841, 이용규는 341경기 타율 3할3푼 430안타 7홈런 103타점 254득점 61도루 OPS .842를 기록했다. 폭넓은 수비력과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는 허슬 플레이, 포기를 잊은 근성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두 선수는 내년에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정상급 활약이 예상된다. 이 경우 첫 번째 FA 못지않은 거액을 손에 쥘 가능성이 크다. 정근우는 35세, 이용규는 32세로 나이가 들었다는 점이 변수가 될 수 있지만 한화로선 두 선수 모두 잡기 위해선 최대한 총알을 아껴둬야 한다. 한 관계자는 "두 선수를 모두 잔류시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구단으로선 그런 부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올해 FA 포기는 내년을 위한 큰 그림이다. /waw@osen.co.kr
[사진] 정근우-이용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