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의혹으로 재계 초긴장 상태 ‘비상시국’
야구단에 큰 영향 없지만 FA 시장은 주목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불리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 사태와 고위 관료들의 비리 연루로 나라가 시끄럽다. 프로스포츠라고 해서 이와 동떨어진 세상을 살 수는 없다.
당장 기업들이 납작 엎드려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당장 야구계 전반에 다소나마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룹이 야구단 운영비를 줄이는 등 극단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은 낮지만 올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과 전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다.
프로스포츠는 넥센을 제외한 9개 구단이 모기업의 지원을 받고 있다. 구단에 따라 다소 다르기는 하지만 대략 1년에 200~250억 원 정도를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정부 재단 기금이나 정부 유착 논란 등에 주요 대기업들이 포함되어 있다는 소문이 파다해 야구계도 동향 파악에 분주하다. 그룹이 풍파에 휘말리면 사실상 말단 계열사인 야구단에 대한 관심은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 야구 관계자는 “가뜩이나 불경기에 여러 악재가 겹쳐 각 그룹이 비상시국을 선언한 판에 최순실 게이트까지 겹쳐 전체적으로 침통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상당 부분이 문화·체육 사업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도 이 부문 투자에 변수”라고 지적했다. 일단 정부의 강제 모금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는 하지만 어쨌든 기업도 수사를 받고 있어 초긴장 상태다. 모두가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게 대다수 구단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기업 중 프로야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그룹은 꽤 된다. 다만 현재 이 여파가 구단 운영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지는 않고 있다. 복수의 구단 관계자들은 “평상시와 크게 다른 것은 없다”라고 증언한다. 수도권 A구단 관계자는 “일반인들도 워낙 관심이 높은 사안이지만 운영비가 줄어드는 등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없다. 특별한 지시사항도 없다. 차분하게 시즌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 B구단 관계자도 “운영비 합리화에 대한 이야기는 이번 사태 이전부터 그룹에서 꾸준히 내려온 지시였다. 그룹이 야구단 자생을 강조한 것 또한 하루 이틀의 일은 아니다”라면서 “예전에는 등록 선수, 군 보류 선수, 육성선수를 합쳐 100명 이상의 선수단을 갖춘 팀들이 많았다. 최근에는 그런 인원부터 조금씩 줄이는 추세지만 이번 사태로 어떠한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다만 FA 시장에는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도권 C구단 관계자는 “FA 선수들의 연봉은 구단 1년 예산에서 충당이 되지만, 일시불로 지급하는 계약금은 그룹에서 당겨야 한다. 대형 FA 선수를 영입할 때 그룹의 재가를 받는 이유”라면서 “그룹의 결단이 없으면 몇 십억씩 하는 계약금을 지불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소나기를 피해가고 있는 그룹들이 적극적으로 돈다발을 풀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예상했다.
여기에 최근 각 그룹들이 실적 악화를 이유로 그룹 임원들을 잘라내거나 연봉을 삭감하는 비상경영을 펼치고 있다는 점 또한 야구단에는 좋을 것이없다. “모기업은 구성원들이 희생을 감수하는데, 야구단이 돈을 펑펑 쓰는 것이 말이 되느냐”라는 사내 여론이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는 근래에도 몇몇 구단들을 괴롭힌 요소이기도 했다.
일단 내부 FA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아무래도 팀의 상징적인 선수가 많고, 팀 전력이나 팬들의 충성심을 유지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굵직한 선수들이 많이 풀려 지난해 박석민(NC)이 세운 FA 최고액(4년 총액 96억 원) 경신은 유력시된다. 여기에 이의를 제기하는 구단 관계자들은 많지 않다.
그러나 대개 내부 FA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드는 큰 외부 FA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구단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통 이런 구단들이 시장의 전체 파이를 키우는 법인데, 올해는 예년에 비하면 조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최근 가장 큰 손이었던 한화는 육성으로 방향을 선회했고, 역시 적극적으로 투자했던 NC도 승부조작 여파로 뒤숭숭하다.
몇몇 팀들은 내부 FA 대어를 잡는데 올인하고 있다. 내부 FA를 잡으면 더 이상 투자할 여력이 없을 공산이 크다. 결국 경쟁이 붙지 않아 전반적인 시세 상승이 억제될 수 있고, 이는 다시 내부 FA의 몸값으로 연결될 수 있다. 해외진출을 노리는 선수들도 있지만 “국내 다른 팀이 아닌, 해외로 간다는 선수들은 무리해서 붙잡지 않을 것”이라는 전반적인 기류가 형성되어 있는 것 또한 변수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