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감독의 변칙은 실패했지만 박주영이 완벽한 마무리를 일궈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38라운드 전북과 원정경기서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서울은 후반 13분 박주영의 천금 결승골에 힘입어 승전보를 전했다.
이날 승리로 21승 7무 10패(승점 70)를 기록한 서울은 전북(20승 16무 2패, 승점 67)을 최종 라운드에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로써 서울은 1985년 첫 우승 이래 통산 6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승리자만이 웃을 수 있는 마지막 경기에 임하는 전북과 서울의 입장은 완전히 달랐다. 20승 16무 1패 승점 67점인 전북과 20승 7무 10패 승점 67점인 서울은 다득점에서 71득점-66득점으로 전북이 앞섰다. 승점 삭감으로 인해 똑같은 입장이었지만 무승부만 기록한다면 전북은 우승을 차지할 수 있는 상황.
따라서 경기 준비 입장이 크게 다를 수 있었다. 그러나 전북은 김신욱을 최전방 공격수로 앞세운 4-1-4-1 전술로 경기에 임했다. 레오나르도-김보경-이재성-로페즈로 이어지는 극강의 공격진을 변함없이 출전 시켰다. 전북은 그동안 재미를 봤던 '최철순 시프트'가 아닌 정상적인 경기를 선보였다.
반면 서울은 반대의 입장이었다. 중앙 미드필더 출신인 윤승원을 측면 공격수로 출전 시켰다. 4-3-3 전술로 윤일록-데얀-윤승원이 스리톱 공격수였다. 그리고 주세종-다카하기가 공격형 미드필더였고 오스마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했다. 삼각형 형태로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서울 공격의 핵심인 아드리아노는 박주영, 조찬호 등과 함께 서브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경기를 앞두고 최강희 감독과 황선홍 감독의 입장도 달랐다. 최 감독은 공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서울의 출전 명단을 보고 후반에 승부를 걸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최 감독이 경기에 임하는 입장은 공격이었다. 전북의 트레이드 마크인 '닥공(닥치고 공격)'을 펼치는데 적합한 멤버였다.
황선홍 감독은 "나는 닥공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라며 경기에 대한 준비를 설명했다. 공격적인 축구를 펼치기 보다는 경기 흐름에 따라 템포 조절을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경기 시작부터 분위기가 완전히 달랐다. 김신욱은 전방에서 볼을 지켜냈고 전북은 레오나르도와 로페즈가 끊임없이 측면 돌파를 시도했다. 23세 이하 선수를 투입시키지 않은 전북은 교체카드가 2장 밖에 없었다. 따라서 초반부터 공격을 펼치며 골을 터트려야 했다. 공격적인 전술을 사용한 전북의 모습은 경기서 그대로 나타났다.
서울의 공격은 역습을 통해 이뤄졌다. 하지만 문전까지 완벽하게 연결되지 않았다. 전북 수비에 막혀 상대진영으로 넘어 가는데 부담이 컸다.
물론 전북의 공격도 기대한 만큼 폭발적이지는 않았다. 전북의 유효슈팅은 전반 27분 나왔다. 산발적인 슈팅은 있었지만 골대를 향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미 황선홍 감독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윤승원 카드는 실패도 돌아갔다. 황 감독은 전반이 끝나기 전 박주영과 윤승원을 교체했다. 신예의 부담이 너무나도 커 보였다.
후반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미 첫번째 카드를 사용한 서울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치우를 투입했다. 측면 공격을 강화하겠다는 의미였다.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지 않았다. 서울은 오히려 교체카드를 먼저 사용하며 부담스러운 경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서울은 갑작스럽게 박주영이 역습을 통해 골을 터트렸다. 전북이 공격 앞으로를 선언하며 문전에 집중된 상황에서 서울은 빠른 역습을 펼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이었다. 압도적인 공격을 펼치던 전북이 서울에 한방 얻어 맞았다.
전북은 끊임없이 닥공을 펼쳤다. 하지만 문전에서 마무리가 이뤄지지 않았다. 철저한 수비를 펼친 서울을 뚫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이동국을 투입하며 반전을 노린 전북의 공격은 원활하지 않았다.
전북은 후반 35분 수비수 조성환을 빼고 공격수 고무열을 투입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공격을 펼치겠다는 의지였다. 그러나 결국 전북은 만회골을 터트리지 못했다. 변칙 작전을 통해 만들어 낸 황선홍 감독이 서울을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 10bird@osen.co.kr
[사진] 전주=박준형 기자/ 이동해 기자 soul1014@osen.co.kr/ eastsea@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