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톡톡] '가려진 시간' 강동원X신은수, 우정? 사랑?..'경계의 영화'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6.11.06 14: 54

묘한 경계에 있는 영화다. '가려진 시간'은 현실과 판타지, 어른과 아이, 그리고 우정과 사랑의 경계에서 그 모호한 매력으로 보는 이의 시선과 마음을 홀린다. 배우 강동원과 신은수가 선보이는 판타지는 그 조차도 어떤 판타지로 불러야 할지 명확치 않다. 규정하고 정의내리는 것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혼란이 올 법 하지만, 분명한 것은 두 주인공이 만들어내는 그림이 아름답고 또 아름답다는 것이다.
16일 개봉하는 '가려진 시간'에서 강동원은 뜻밖의 사고로 한 순간 시간에 갇혀버린 어른소년을 연기한다. 몸은 20세가 넘어 어른이 됐지만, 머리와 감성은 13세에 멈춰버린 사람. 세상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자신만 훌쩍 커 버린 성민이란 사람은 오직 자신을 믿어주고 지켜주는 소녀 수린(신은수)이가 세상의 전부가 된다.
수린이는 엄마를 여의고 새 아빠와 사는 소녀. 새 아빠에게 마음을 열지 못하는 어린 소녀는 항상 '이 곳이 다른 다른 어딘가'를 꿈꾼다. 현실 도피가 소망인 소녀 앞에 유체이탈을 경험했다는 성민이 나타나고 둘은 급속도로 친해진다. 둘 만의 언어, 둘 만의 공간, 둘 만의 이야기.

하지만 달이 가득 찬 어느 날 불의의 사고로 시간은 멈추게 됐고 성민은 사라졌다. 다시 외로움 속에 살고있던 수린에게 훌쩍 커버린 한 남자가 찾아와 자신이 성민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혼란함 속에서도 소녀는 그 어른이 성민이라는 증거를 하나씩 발견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상당부분 수린의 감정선을 따라간다. 멈춰버린 그 시간을 제외하고는 어느 날 성민이 찾아온 수린의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그래서인지 영화는 수린의 성장드라마라고 볼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이 부분에서 묘하게 관객들을 잡아 끄는 부분은 강동원과 신은수가 만들어내는 이색적인 케미스트리다. 서로에게 첫사랑일 게 분명할 두 소년 소녀가 몸의 변화로 인해 겪게되는 물리적이고도 감정적인 변화가 관객에게도 그대로 섬세하게 전해진다. 날카로워진 외부의 시선과 오해들. '나이 차이'라는 객관적인 현실에 부딪혀 통하지 않는 진심들.
애틋하면서도 위태로운 두 사람의 관계는 경계에 있다. 성민의 나이로 설정된 '13살' 역시 소년과 어른 사이의 경계의 나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차원의 세계를 허물며 교감을 나누는 두 사람의 모습은 어쩌면 불 같은 사랑에 빠진 두 성인남녀의 마음보다도 강할 것이다. 실제로도 사람의 관계와 미묘한 케미스트리를 주목해서 본 관객평이 많았다. 
킬러와 소녀의 사랑을 그린 '레옹', 혹은 비현실적인 소녀와 외로운 소년의 우정을 그린 '렛미인'을 떠올리는 이도 있다. 분명한 것은 이 영화가 '멜로'는 아니라는 것. 영화는 믿음과 순수함에 대해 이야기한다.
독립영화 ‘잉투기’로 주목을 받은 엄태화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이다. / nyc@osen.co.kr
[사진] '가려진 시간'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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