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기회는 열려 있다!'
지난 8월 31일 김도훈(46)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지휘봉을 이어 받은 '이기는 형' 이기형(42) 감독 대행이 추구하는 모토다.
이기형 대행의 출발선은 한참 뒤쳐져 있었다. 인천은 당시 7경기(2무 5패) 연속 무승 늪에 허덕이며 K리그 클래식 꼴찌를 전전했다. 위기의 순간 평등 리더십이 빛을 발했다. 이 대행은 부임 후 8경기 연속 무패행진을 달리는 등 10경기서 6승 3무 1패의 호성적을 냈다. 인천은 생존본능을 발휘하며 5년 연속 1부리그에 잔류하는 기적을 썼다.
평등 리더십의 대표적 성공 사례는 베트남 대표팀 미드필더 쯔엉과 넘버투 골키퍼 이태희다. 쯔엉은 김도훈 감독 시절 전력 외 자원으로 분류됐다. 28경기를 치르는 동안 1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이기형 대행은 달랐다. 쯔엉의 경쟁력을 발견한 뒤부터 지속적으로 기회를 부여했다. 그의 대표팀 경기력과 훈련 모습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뒤 3경기 출전 기회를 줬다. 쯔엉은 그 때마다 인상적인 경기력으로 보답하며 인천의 잔류에 일조했다.
시즌 초반 경험 부족을 절실히 경험했던 이태희는 이기형 대행이 찾은 또 하나의 원석이다. 이태희는 넘버원 조수혁이 부상과 부진을 거듭하는 사이 7경기에 나섰지만 프로의 벽을 절감했다. 5월 15일 상주전 이후 자취를 감췄다.
이기형 대행은 수원FC와 중대일전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최근 컨디션이 떨어진 조수혁 대신 이태희에게 골문을 맡겼다. 이 대행은 경기 전 "조수혁의 컨디션이 안좋아 몸상태가 좋은 이태희를 선발로 내보냈다. 무리 없이 잘할 것"이라고 믿음을 보냈다.
이태희는 보란 듯이 인천의 무실점 승리에 디딤돌을 놓았다. 인천의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특히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6분과 18분 브루스의 결정적인 헤딩 슛을 잇따라 선방하며 이 대행을 흡족케 했다.
이기형 대행은 경기 후 "선수들에게 항상 준비돼 있고, 간절한 마음이 있는 이가 출전하면 좋은 경기력이 나온다고 얘기했는데 또 맞아 들어 기분이 좋다"면서 "이태희는 어린 선수라 비중 있는 경기서 활약하기 쉽지 않은데 뒤에서 인내했기에 좋은 경기가 가능했다. 정말 수고했고, 고맙다고 하고 싶다"고 칭찬했다.
이기형 대행과 인천의 다음 시즌은 벌써부터 장밋빛으로 물들고 있다. 정식 감독 취임은 시간 문제다. 잔류 확정 후 그라운드로 내려와 장관을 연출한 팬들도 '이기형 감독 축하'라는 현수막으로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이기형 대행은 "올해 잘했던 것을 다음 시즌 더 보강하겠다"면서 "우리에게 잘 맞는 전술을 분석해서 즐거운 축구를 하겠다"고 약속했다./dolyng@osen.co.kr
[사진] 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