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의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개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자연히 최대어들의 행보가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관건은 ‘제3지대’의 등장 여부다. 이에 따라 FA 최대어 시장도 요동칠 가능성이 있어서다.
오는 11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2017년도 FA 시장은 굵직굵직한 대어들이 많이 풀려 벌써부터 ‘쩐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이 중 지난해 박석민(NC·4년 총액 옵션 포함 96억 원)이 세운 FA 최고액을 경신, 즉 4년 총액 100억 원 이상의 몸값이 예상되는 선수는 일단 세 명으로 보는 분위기다. ‘88년생 동갑내기 에이스’ 김광현(28·SK)과 양현종(28·KIA), 그리고 야수 최대어인 최형우(33·삼성)가 그 3인방이다.
기량은 검증이 끝났고 시장 상황도 비교적 호의적이다. 김광현과 양현종은 극심한 타고투저 기류인 KBO 리그에서 에이스급 투수라는 프리미엄이 크다. 모처럼 복수의 선발 최대어가 나오는 동시에, 당분간은 이런 선수가 시장에 풀리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최형우도 그간 리그에서 가장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친 타자다. 특히 FA 시즌 직전 대폭발하며 가치를 한껏 올렸다.
또한 해외진출 가능성이 있어 셈법이 복잡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2년 전 포스팅시스템(비공개경쟁입찰)으로 메이저리그(MLB)에 도전했던 김광현 양현종은 물론, 최형우 측도 MLB 등 해외 진출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에 양쪽 카드를 모두 만지작거릴 것이 유력하다.
다만 MLB 팀들과의 협상은 오는 12월 초 열리는 윈터미팅 전후, 혹은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도 크다. 또한 한창 해외진출 이야기가 나올 때보다는 국내 잔류 가능성이 조금이나마 더 커졌다는 점 자체는 확실해 보인다. 한편으로는 순서상 국내 팀들과 FA 협상이 우선인 점도 있다.
세 선수 측이 “원 소속팀을 포함한 국내 팀들의 제안도 들어보겠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한 관계자는 “MLB 카드는 어떻게 될지 모르는 변수다. 하지만 KBO 리그 팀들의 제시액은 그에 비하면 좀 더 상수 쪽에 가깝다”라면서 “국내 팀들이 제시하는 금액을 보험으로 들고 가려는 것은 선수 측에서는 당연한 이야기”라고 전망했다.
이런 판에서 제1지대는 원 소속팀이다. SK·KIA·삼성 모두 세 선수는 놓칠 수 없는 카드다.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물론 팀의 상징적인 존재이기 때문이다. 제2지대는 미국이나 일본과 같은 해외 무대다. 여기서 변수는 제3지대다. 바로 세 팀을 제외한 KBO 리그의 나머지 팀들로의 이적이다. 이 경우가 원 소속팀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전력 타격도 타격이지만 여론의 역풍을 쉽게 잠재우기 쉽지 않다.
다른 FA 선수들보다 몸집이 큰 세 선수다. 이론적으로 봤을 때 국내에서 움직이기가 쉽지는 않다. 대충 4년 총액 100억 원으로만 쳐도 보상금에 보상선수까지 생각하면 130억 원이 넘어갈 수도 있다. 하지만 시장 상황은 아무도 모른다. 흔히 말하는 ‘눈 딱 감고 지르는 팀’이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경우가 생긴다면 급해지는 원 소속팀의 제시액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이에 세 구단도 타 구단 동향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속 선수를 영입할 만한 팀이 있는지 분주히 레이더를 돌리고 있다. FA 협상이 시작될 때까지 각 팀의 눈치싸움이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이 눈치싸움에서 파악한 동향이 첫 제시액에 고스란히 녹아들 가능성이 크다. 이는 선수 측도 마찬가지다. ‘원 소속팀 외에 더 달려들 팀’이 있다는 확신이 있으면 테이블에서의 태도도 달라진다. 이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나머지 FA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매년 있었던 ‘깜짝 팀’이 올해도 등장할지는 FA 시장을 관통하는 화두가 될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최형우-김광현-양현종(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