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풍자는 역시 'SNL'이 제맛, 원조가 돌아왔다
OSEN 박소영 기자
발행 2016.11.06 06: 49

풍자는 역시 'SNL 코리아'가 해야 제맛이었다. 우주의 기운부터 곰탕까지. 5일 방송된 tvN 'SNL 코리아8'이 호스트 솔비를 앞세워 최순실 게이트와 국정 농단의 현실을 풍자했다. 
공교롭게 이날 오후 광화문에서 뿔난 민심 10만여 명이 한데 모여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그래서일까? 'SNL 코리아8'은 최순실 게이트로 어지러운 현실을 작정하고 '디스'했다. 
시작부터 강했다. 솔비는 오프닝에서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았다"며 독특한 포즈로 전위예술을 펼쳤고 유세윤은 '그리스 로마 신화' 코너에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로 변신했다. 말을 탄 채 "엄마 신발 한 짝 찾으러 왔다"고 외쳐 관객들의 웃음보를 자극했다. 

대사는 독했다. "우리 엄마 누군지 몰라? 엄마 빽도 능력인 거 몰라?", "엄마 어디에요? 곰탕 먹고 있어요?", "나 이따 광화문 갈거야. 가지 말라고? 왜 거기 무슨 일 있어요?"라는 유세윤의 대사는 사이다 같았다. 
김민교는 대놓고 최순실 분장을 하고 나와 관객들을 배꼽 잡게 했다. 집주인으로 분한 그는 세입자인 정상훈에게 "전셋값을 올릴 테니 돈이 없으면 나가라"고 몰아세웠다. 정상훈은 그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렸는데 이때 신발이 벗겨졌다.
김민교는 "이런 신발놈이"라고 외쳤고 벗겨진 신발은 프라다가 아닌 프라도 명품 신발이었다. 정상훈은 계속 김민교에게 호소했고 "맛있는 곰탕 끓여놨다"며 그를 붙잡았다. 최순실로 분한 김민교는 입맛을 다셨다. 
탁재훈과 김준현도 힘을 보탰다. 앵커로 나온 탁재훈은 4일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되짚었다. 질문을 받지 않았다는 걸 강조하기도. 기자 김준현 역시 "최순실 구속영장 발부. 수사인력 보강해 추가 혐의 조사. 직권남용죄로 구속될 경우 무기징역까지 가능하다"는 내용의 리포팅을 진행했다. 
앞서 'SNL 코리아'는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를 통해 시원한 정치 풍자로 큰 사랑을 받았다. 굵직한 정치계 이슈를 파헤치고 '디스'하며 시청자들의 가려운 속을 박박 긁었다. 덕분에 김슬기, 김민교 등 배우들은 '빵' 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SNL 코리아'의 칼날이 무뎌졌다. 풍자 대신 소소한 웃음에 집중하는 듯 보여 시청자들이 실망한 적도 많았다. '여의도 텔레토비' 코너의 부활을 바라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랬던 'SNL 코리아'가 초심으로 돌아갔다. 5일 방송은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로 현실 풍자의 향연이었다. 김민교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으로 변신해 핵풍선을 터뜨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도 보너스.
반가운 원조의 귀환에 안방이 들썩거렸다. /comet568@osen.co.kr
[사진] 'SNL 코리아' 방송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