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미풍아’ 참 신기한 임수향, 미웠다가 불쌍했다가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1.06 06: 49

불쌍했다가 미웠다가 이 복잡한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불어라 미풍아’ 임수향이 안방극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불어라 미풍아’ 21회는 박신애(임수향 분)의 충격적인 과거가 또 다시 등판했다. 김미풍(임지연 분) 가족을 곤경에 빠뜨린 이기적인 여자라는 사실 외에 숨겨둔 애가 있었다. 앞서 신애는 조희동(한주완 분) 가족의 재산을 노려 계획적으로 결혼을 꾀했다. 신애는 희동의 뒷배를 보고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날까봐 미풍 가족을 불편하게 여기는 상황. 미풍의 어머니인 주영애(이일화 분)를 김덕천(변희봉 분)의 재산을 노리는 꽃뱀으로 만들었다. 영애는 신애의 조종 속 마청자(이휘향 분)에게 봉변을 당했다. 신애의 모략대로 청자는 영애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시청자들이 뒷목을 잡게 하는 장면이었다.

신애는 분명히 이 드라마에서 갈등을 일으키는 악의 축에 가깝다. 그런데 악다구니를 쓰는 모습이 애처롭게 그려진다. 자신의 과거가 폭로될까, 숨겨둔 애를 들킬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그동안의 드라마 속 악녀에 비해 허술하고 위태로워 보인다. 임수향의 불안에 떠는 표정 연기가 신애의 딱한 처지를 극대화한다.
불쌍할 정도로 두려움에 떨다가도 섬뜩한 계략을 꾸미는 모습을 보면 신애의 처절한 야망이 느껴질 정도다. 그래서 신애를 연기하는 임수향을 바라보는 시선이 엇갈린다. 분명히 악녀라 욕받이 역할을 해야 하는데 어딘지 모르게 안쓰러워 자꾸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는 시청자들의 목소리가 있다.
불쌍하면서도 짜증나는 ‘신개념 악녀’를 임수향이 만들며 이 드라마의 흥미를 높인다. 단순히 욕먹는 인물이 아니라 드라마를 여러 지점에서 보게 되는 재미를 신애라는 인물을 생동감 넘치게 연기하는 임수향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 이 드라마는 통속 드라마가 다 그러하듯 다소 갑갑한 선한 인물들이 즐비하다. 그나마 미워할 수 없는 악녀 신애로 답답한 전개를 타파한다.
권선징악이라는 큰 틀 속에 첫 방송부터 고구마 먹은 듯 꽉 막히는 구조인데 여러 각도로 해석이 가능한 신애가 갈등의 재미와 함께 숨통을 틔워주고 있는 것. 중간 합류 후 기존의 연기하던 배우의 뒤를 이어야 한다는 부담감 속 도전을 꾀한 임수향이 이 드라마를 통해 얻은 성과가 큰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정적인 연기로 극에 흥미를 불어넣으며 ‘인생 캐릭터’를 탄생시키고 있다. 앞으로 임수향이 ‘불어라 미풍아’에서 보여줄 더 큰 활약이 시청자들을 설레게 한다. / jmpyo@osen.co.kr
[사진] ‘불어라 미풍아’ 방송화면 캡처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