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TV] ‘무도’, 우주 넘본 도전 정신과 잊지않은 패러디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1.06 06: 49

‘무한도전’이 우주 특집을 마무리하며, 진짜 우주 여행을 하게 될 그날을 기약했다. 장난 같았던 우주 여행을 현실화하려는 맨땅에 머리 박는 ‘무한도전’다운 약속이었다. 그리고 뭉클하고 감격스러운 우주 특집 곳곳에 어지러운 시국에 대한 통쾌한 해학도 담았다.
지난 5일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러시아 가가린 우주 센터에서 무중력 훈련을 받고, 중력 가속도 체험을 하는 멤버들의 모습이 담겼다. 둥실둥실 무중력 공간에서 다양한 실험을 하고, 고통스러운 3.5G라는 중력을 경험하는 일, 누구나 쉽게 할 수 없는 진귀한 경험이었다. 멤버들은 고통스러운 멀미와 어지럼증에도 시종일관 즐거워했고, 인생에 두 번 다시 없을 일이라며 감격해했다. 멤버들이 공중부양을 하며 여러 실험을 하는 모습은 신기한 볼거리였다. 얼떨떨해하는 멤버들의 표정만 봐도 안방극장이 설렐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러시아 우주 영웅과의 대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우주 여행을 접하면서 지난 해 10주년 특집으로 예고했던 우주 특집을 마무리했다. 사실 제작진은 수년 전부터 민간 우주선 개발 완료 시점에 맞춰 진짜 지구밖 성층권을 둘러보는 우주 특집을 기획했다. 개발 허가가 늦어지면서 무기한 연기됐고, 마냥 미룰 수 없어 일단 무중력 체험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끝이 아닌 또 다른 도전을 기약하는 특집이었던 것. 유재석은 이날 방송 말미에 “우주 프로젝트는 계속 된다”라는 말과 함께 “우주를 가볼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다른 예능프로그램은 시도도 하지 못할 특집이 바로 우주 여행일 터다. 늘 새로운 도전을 꾀하고, 어려운 고난을 자처하며 감동과 재미를 만든 ‘무한도전’이니까 가능한 특집이었다. “어디 가서 이런 경험을 하겠느냐”라는 멤버들의 말대로 누구에게나 허락된 무중력 체험이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우주 여행이 진짜로 시도된다면 그야말로 예능의 또 다른 역사를 쓰게 될 터다. 때문에 3주에 걸쳐, 그리고 다소 가벼운 체험으로 접근한 이번 우주 특집은 시도했다는 것만으로도 멤버들이 공중부양을 하며 즐거워하는 표정만으로도 이 프로그램의 무한한 도전 정신과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 의혹이 온나라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 ‘무한도전’은 자막을 통해 갑갑한 블랙홀 시국에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에서 “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 자괴감이 든다”라고 말한 것에 빗대 멤버들이 유영을 하는 모습에 “내가 이러려고 지구에 왔나”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또 지난 달 29일 방송에서는 풍선에 기대 공중에 뜬 멤버들을 상대로 “상공을 수놓은 오방색 풍선”이라는 자막을 삽입했다. 오방색은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의 소유로 추정되는 태블릿 PC에 저장된 파일 이름인 ‘오방낭’과 연관돼 있다. ‘오방낭’은 박 대통령의 취임식 때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요즘 뉴스 못 본 듯”,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등 시국을 꼬집었다. 즐거운 웃음과 뭉클한 감동과 함께 세태 풍자도 잊지 않았다. 늘 사회와 정치 현안에 민첩하게 대처해온 ‘무한도전’이 11년간 걸어온 길과 다르지 않았다. / jmpyo@osen.co.kr
[사진]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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