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막을 내린 ‘2016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은 그야말로 한국인 선수들의 무대였다. 중국, 유럽, 북미 등 해외팀에 소속된 선수들과 한국팀 SK텔레콤, 삼성, ROX의 선수들을 모두 합하면 총 31명으로, 전체 96명 중 1/3을 차지한다. 상위 라운드로 가면 한국의 위상은 더욱 높아진다. 8강 진출팀 중 7팀이 한국팀이거나 한국인 멤버를 보유했으며, 4강에는 ‘류’ 류상욱이 속한 유럽의 H2K와 3개의 한국팀이 자리했다. 결승 역시 SK텔레콤과 삼성이 격돌해 한-한 매치를 성사시켰고, 우승컵은 SK텔레콤이 들어올렸다.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LoL)뿐만 아니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 종목에서도 우리나라 선수들은 각종 국제 대회를 휩쓸거나 랭킹 상위 목록을 대한민국 국기로 가득 채웠으며 지난해 출시된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이하 히어로즈)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e스포츠 최강국이지만, 단 하나 아쉬운 종목이 있었다. 바로 FPS다. 한국 선수들은 유독 콜 오브 듀티,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FPS 종목에서 약세를 보여왔다. 일단, 국내에 인지도가 낮아 유저층이 충분하지 않았고, 그 자리를 국산 FPS인 서든 어택, 스페셜 포스 등이 꾸준히 대체해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e스포츠판에서는 ‘한국은 FPS에 약하다’라는 인식이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2016년 5월 24일, 블리자드의 야심작 오버워치가 등장했다. 오버워치는 ‘블리자드’라는 브랜드 값과 낮은 진입 장벽, 단단한 스토리, 개성 있고 매력적인 캐릭터 등으로 국내에서도 빠르게 흥행 가도를 달렸다. 그리고 그 인기와 함께, 최상위권 유저들이 속속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경쟁전이 시작되자 한국 유저들은 빠르게 상위 랭킹을 꿰찼고, 전체 서버 통합 랭킹에서 상위권을 대부분 차지했다. 시즌 2 종료가 20일 정도 남은 현재(2016년 11월 4일 오전 10시 기준)에서 상위 20명 중 무려 16명이 한국인이다.
이런 뛰어난 개인 기량은 블리즈컨 현장에서 열린 오버워치 월드컵에서도 고스란히 뿜어져 나왔다. 오버워치 월드컵은 각국에서 투표로 4명의 선수들을 뽑고, 가장 투표를 많이 받은 주장이 나머지 2명을 추가 선발해 대표팀을 꾸린 뒤 대결을 펼치는 공식 국제 대회다.
‘미로’ 공진혁, ‘준바’ 김준혁, ‘류제홍’ 류제홍, ‘타이롱’ 김태영, ‘아르한’ 정원협, ‘에스카’ 김인재로 구성된 한국 대표팀은 지난 10월 30일부터 열린 조별 리그에서 3전 전승 무실 세트로 8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특히, 상황에 따라 선보인 신선한 조합이나 전략적인 플레이는 왜 한국이 e스포츠 강국인지를 증명하는 듯 했다.
이제 국내 팬들 사이에서는 ‘우리가 FPS 종목에서 약했던 이유는 단순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연 한국이 RTS와 AOS 장르를 넘어 FPS까지 지배할 수 있을지, 그 출발이 될 오버워치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의 좋은 소식을 기대해본다. /yj01@osen.co.kr
[사진] 오버워치 월드컵 트위치 중계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