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윤표의 휘뚜루 마뚜루]박종훈 한화 신임 단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6.11.04 08: 26

한화 이글스 구단이 3일 LG 트윈스 감독 출신인 박종훈(57) NC 다이노스 산하 고양 다이노스 본부장을 단장으로 영입했다. 그야말로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이 인사는 많은 이들에게 놀라움을 안겨줬다. 그렇지만 ‘프로야구 최초 1군 감독 출신 단장’, ‘초대 신인왕 출신’ 등의 수식이 어색하지는 않다.
한화 구단은 ‘전문 야구인 영입으로 프런트 혁신 선언’ 제하의 보도자료를 통해 ‘현장 소통 및 내부 육성 강화 모색’을 기치로 내걸고 구단의 최우선 목표로 ‘중장기 우수선수 육성’을 설정, ‘유망주 발굴, 선수관리 효율성 제고, 유망주 유출 방지, 부족한 전력은 내부 유망주 발굴 및 트레이드를 통한 보강’ 등으로 정리했다.
얼핏 보면 서로 모순되는 부분도 있지만 큰 맥락은 업무영역을 확실히 구분해 ‘김성근 감독 1군 감독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고, 박종훈 신임 단장은 선수단 운영의 전반적인 관리부분을 맡아 유망주 발굴과 선수단의 효율적인 관리를 진행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 대목, ‘김성근 감독은 1군 감독 본연의 임무에 집중토록 한다’는 부분이 주목된다. 이는 지난 2년 동안 김성근 감독이 프런트 고유 영역까지 권한을 확장, 손을 댔던 점에 대한 명백한 제한으로 보는 풀이가 가능하다. 다시 말하자면, 잔여 임기가 1년 남은 김성근 감독에게 구단이 더 이상 휘둘리지 않고 구단이 중, 장기적으로 전력 강화에 직접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좀 어처구니없는 일이긴 하지만 감독과 단장의 경계를 미리 선 그어 놓은 것이다.
이 같은 선언으로 인해 앞으로 박종훈 단장과 현장의 김성근 감독 사이에 불협화음이 생길 소지가 없지 않다.
프로야구 초대 신인왕(1983년)으로 상징되는 스타급 선수 출신인 박종훈 단장은 야구인 가운데 아주 논리적인 언변을 구사하고 나름대로의 소신이 뚜렷하다.
SK 와이번스와 두산 베어스 2군 감독을 역임하는 동안 박 단장은 김현수 같은 걸출한 타자를 발굴하는 등 화수분 야구의 밑거름 노릇을 했고 LG 감독 시절에는 비록 큰 성과를 얻지는 못했지만 오지환, 이병규(7번) 같은 선수를 주전으로 발탁해 기둥선수로 자랄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줬다. NC 육성이사(고양본부 운영본부장)로 절친한 친구 사이인 김경문 NC 감독의 1군선수단 수급 뒷바라지도 도맡아 해냈다.
한화 구단이 그를 선수 육성, 발굴 적임자로 점찍어 구단 운영의 핵심을 맡긴 것은 더 이상 ‘쇄신’을 늦춰서는 안 된다는 판단의 결과로 보인다. 한화 구단이 감독과 단장의 임무에 대해 확실한 선을 그어놓기는 했지만 임기 마지막해의 김성근 감독이 ‘불편함’을 순순히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마찰이 일어날 개연성도 있다. 그래서 박종훈 단장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한화 구단은 그 동안 장기간 마스터플랜 없이 땜질식 구단 경영으로 단기 성적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 왔던 게 숨길 수 없는 사실이다. 눈앞의 성적에 급급하다 보니 대들보 투수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그 잉여자금 등으로 무차별로 FA를 영입 하는 등 거액을 투자했지만 그 결과는 초라했다.
한화 구단이 장기침체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전문성과 현장성을 두루 갖춘 박종훈 전 NC 육성이사를 영입한 것은 분명 환영할 만하다.
박종훈 단장은 “한화 구단이 저한테 선수관리 육성에 중점을 두고 1군과 다르게 미래 준비를 요청했다”면서 “장기적인 플랜으로 좋은 팀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팀에 대해 전혀 몰라 일단 많이 들을 것이다. 한화구단 내부적인 문제 나 비전을 주변 의견에 귀를 열고, 귀를 기울여 들은 다음에 구체적인 플랜을 마련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불통의 시대에 박종훈 단장이 한화 구단을 새로운 기운으로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조직의 재건은 개인의 힘도 힘이려니와 결국 집단 전체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해야하고 유기적으로 잘 연결돼 돌아가야 한다. 그 과정에서 조직원들 간에 소통이 필수적이다. 박 단장에 대한 야구계의 기대가 큰 것은 그가 그 같은 일을 충분히 해낼 능력을 지녔다고 믿기 때문이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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