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을 딛고 가능성을 확인한 2016년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외야수 나경민(25)은 올해 갑작스럽게 1군 무대를 밟았고, 깜짝 활약으로 1군 무대에서 눈도장을 찍은 롯데 야수진의 '새 얼굴' 이었다. 예상보다 이른 데뷔전에 본인은 물론 모두가 놀랐고 짧은 기간이나마 나경민이라는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해외 리턴파'인 나경민은 2016년 신인 드래프트 2차 3라운드로 롯데에 지명됐다. 덕수고를 졸업한 지난 2009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고 태평양을 건넜다. 그러나 컵스에서 더블A 단계까지 올핬고 2012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로 팀을 옮기며 험난한 미국 생활을 이어갔다. 결국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며 한국으로 돌아왔다.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봤던 나경민이었지만 예상보다 빠른, 지난 7월9일 사직 LG전을 앞두고 1군 엔트리에 전격 등록됐다. 당시 내야수 이여상이 독감 증세를 보이면서 1군 엔트리에서 빠져야 했는데, 퓨처스 팀이 당시 함평 KIA 원정 경기를 치르고 있어서 엔트리 변동이 불가능했다. 결국 상동에 머물던 3군 선수들 중 한 명을 급하게 불러올려야 했는데 마땅한 내야 자원이 없자 나경민을 1군에 등록시켰다. 잠깐의 1군 나들이에 불과할 뻔 했던 순간이 나경민에겐 기회가 됐고, 결국 35경기 타율 2할3푼2리(56타수 13안타) 3타점 3도루의 성적을 기록하며 데뷔 시즌을 마무리 했다.
나경민은 어깨 부상으로 전지 훈련에 참가하지 못했고, 6월까지도 재활에 매진하면서 퓨처스리그 경기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조원우 감독이 그동안 관심을 보였던 자원이었기에 1군 무대를 밟을 수 있었다.
나경민은 "올해가 3년 만에 실전 경기를 치른 시즌이었다. 몸이 좋지 않아서 훈련도 제대로 치르지 못한 상황이었다"면서 "당시 하루만 등록되고 내려갈 것이라고 언질을 받았다. 그래서 편안하게 1군에 왔다. 너무 흥분하지 않고, 1군의 분위기를 느끼고 오자라는 생각이었는데 하루가 한 달이 넘어가면서 오랜 기간 있게 됐다"고 말했다.
그런데 나경민은 데뷔전부터 간절한 눈빛과 독기 품은 경기 자세가 눈에 띄었다. 1군 콜업이 된 7월9일 곧장 데뷔전을 치렀고 볼넷 2개와 안타 1개를 얻어냈다. 특히 3년 만에 실전 무대를 치르는 선수 답지 않은 침착한 선구안이 돋보였다. 이후 당시 주전 좌익수였던 김문호의 떨어진 컨디션과 맞물려 선발 출장을 늘려갔다. 테이블세터에 포진해 출루 능력과 주루 플레이, 그리고 근성 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나경민은 "나도 모르는 힘이 나오면서 계속해서 1군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당시 짜릿한 활약의 순간들을 되돌아봤다.
하지만 3년 만의 실전 경기를 치른 한계는 분명 빨리 다가왔다. 상대 투수들이 나경민을 경계하면서 다시 침묵을 지켰다. 이후에는 대주자, 대수비 요원으로 경기에 나서며 1군 첫 시즌을 마무리 지었다.
그는 "경기를 많이 치르면서 부족한 부분이 많이 드러났고 나 역시도 느꼈다"면서 "마무리캠프를 시작으로 타격에서는 출루와 컨택을 많이 보완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진 것 같다. 수비와 주루는 강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극대화 하고 출루와 컨택을 보완해야 할 것 같다. 그래야 1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나경민이 활약을 펼쳤던 시기, 한 야구 관계자는 "나경민은 그동안 롯데에서 볼 수 없었던 유형의 선수다. 롯데에는 나경민 같은 스타일의 선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롯데 타선이 주로 공격적으로 타격을 하는 유형의 선수들로 포진이 되어 있는데, 나경민은 그 사이에서 공을 끈질지게 지켜보면서 상대 투수들을 괴롭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나경민이 롯데 외야진을 비집고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즌 막판 한계가 드러나긴 했지만, 그래도 데뷔 초반 보여준 모습과 오랜만의 실전 무대 첫 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롯데가 나경민이라는 선수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던 2016년이었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