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의 깜짝 혁신, 왜 감독이 아닌 단장일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6.11.03 16: 48

한화가 김성근 감독을 유임했지만 프런트 개혁을 선언하며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그 첫걸음이 박종훈 신임단장 영입이다. 깜짝 혁신의 대상이 감독이 아니라 단장이란 점이 특징이다.
한화는 3일 구단 프런트 혁신을 발표하며 박종훈 단장 영입을 발표했다. 2010~2011년 LG 감독을 지냈던 박종훈 단장은 감독 출신 최초로 단장 자리에 올랐다. 김성근 감독을 지원하는 업무뿐만 아니라 구단의 중장기적인 미래 계획과 시스템을 설계하는 중책을 맡는다.
한화 구단의 이번 프런트 혁신은 하반기부터 준비해온 작업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야구단은 비전이 있어야 한다. 감독은 임기가 끝나면 떠나지만 야구단은 계속 존재한다. 요즘 야구계 트렌드는 전문성을 가진 분들이 프런트 역할을 맡는 것이다. 몇 명의 후보들이 있었지만 박종훈 단장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업총괄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긴 전임 박정규 단장도 이에 대해 공감하며 일을 진행됐다.

이어 한화 관계자는 "박종훈 단장이 앞으로 구단 운영과 육성 및 스카우트 쪽을 진두지휘할 것이다. 1군 감독으로는 최초의 단장이다. 야구인 출신으로서 현장 경험이 많고, 최근에는 NC에서 행정적인 업무도 두루 경험했다"며 "우리 구단과 특별한 인연은 없다. 객관적으로 보고 선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한화가 박종훈 단장을 선임한 것은 최근 야구계 트렌드인 '프런트 야구'와 맥을 같이 한다. 두산 김태룡 단장, SK 민경삼 단장이 야구인 출신 단장으로 전문성을 발휘하고 있으며 넥센도 이장석 구단 대표이사가 실질적으로 팀을 구성하고 이끈다. 한화도 흐름에 맞춰 박종훈 단장을 선임한 것이다.
다만 한화 구단의 계획대로 그림이 그려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김성근 감독이 현장 중심의 야구를 강조해온 만큼 권한 축소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변수인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김성근 감독은 1군 감독 본연의 업무에 집중한다. 감독으로서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차원이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성근 감독은 한화 구단의 개혁안에서도 변함없이 자리를 지켰다. 이미 시즌 막판부터 그룹으로부터 재신임으로 가닥 잡힌 상태였지만 결정이 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지난 2년의 성적에 대해 공과가 철저하게 매겨졌고, 그 결과 남은 계약기간은 지키되 권한을 대폭 축소하는 쪽으로 접점을 찾았다.
박종훈 단장은 김성근 감독과도 인연이 있다. 지난 1983년 OB에 입단한 박 단장은 1984년부터 1988년까지 5년간 김 감독 밑에서 뛰었다. 2010~2011년 박 단장이 LG 감독일 때는 SK를 이끌던 김 감독과 트레이드도 성사시키며 협조관계를 보이기도 했다. 이번엔 한화에서 현장의 책임자와 프런트의 수장으로 함께 힘을 뭉치게 됐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로 추구하는 야구관이 달라 얼마나 긴밀한 협조 체제를 이룰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한화의 깜짝 혁신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변화이지만 김성근 감독의 임기가 단 1년 남았다는 게 변수다. /waw@osen.co.kr
[사진] 김성근 감독-박종훈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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