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김성근 감독의 유임을 뒤늦게 공식화했다.
한화는 3일 김성근 감독 체제로 2017시즌을 준비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4년 10월 한화와 3년 계약을 체결했던 김성근 감독은 계약기간의 마지막 해인 2017년에도 변함없이 한화를 이끈다. 감독 거취 문제로 시간을 끌었던 한화의 결정에는 큰 이변이 없었다.
한화는 지난 2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뒤 전례 없는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팀은 지난해 6위에 이어 올해는 7위에 그쳤다. 투자 대비 성과가 미진했고, 혹사부터 각종 논란으로 김 감독의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5월초 김 감독이 허리 수술로 자리를 비웠을 때부터 성적 부진과 건강 악화를 이유로 거취를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갔다. 지난 8일 정규시즌 최종전을 마친 뒤 자연스럽게 김 감독의 거취가 야구계 최대 관심이 됐지만 한화 구단은 어떤 공식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구단에선 "계약기간이 남아있는 감독에 대해 재신임을 발표하는 것도 모양새가 우습다"며 거취 관련해서 구단 차원의 발표를 부담스러워했다. 감독의 리더십에 상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김 감독의 거추와 관련해 여러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다음 시즌 준비 차원에서 코칭스태프 구성과 선수단 동요를 막기 위해서라도 발표는 불가피했다.
그러나 유임을 공식화하기 전에도 한화 구단은 김 감독의 유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야구계 인사에 따르면 한화 구단은 시즌을 마친 뒤에는 물론 시즌 중에도 관련 보고를 그룹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감독의 거취와 관련 내용도 포함돼 있었지만 최종 결정이 너무 늦어졌다. 구단의 뜻이 유임이라면 결정에 이렇게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항간에선 '한화가 차기 감독을 정해놓고 포스트시즌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한화는 프런트 혁신을 선언, 박종훈 전 LG 감독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하며 분위기 쇄신을 꾀했다. 박종훈 단장이 NC 2군 고양 다이노스 본부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시리즈가 끝날 때까지 발표를 할 수 없었다. 한화 구단은 '야구인의 축제'인 포스트시즌 진행 중 영입 대상이 한국시리즈 진출팀 소속 인사라는 점을 감안, 타 구단 및 야구팬 여러분께 도리가 아닌 것 같아 공식 발표 시점을 한국시리즈 종료 이후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핵심은 현장과 프런트의 역할 분담 체제가 된 것이다. 지난 2년간 김 감독 체제에서 한화는 프런트의 역할이 지나치게 축소됐다. 김 감독에게 전권이 주어진 만큼 경기 운영뿐만 아니라 선수단 구성·관리와 전지훈련지 및 숙소 선정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총괄했다. 자연스레 곳곳에서 파열음이 생겼고, 김 감독도 수차례 구단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프런트 혁신으로 인해 현장과 긴밀한 협조 체제 가능성을 보였다. 다만 김 감독과 불안한 동거가 내년에도 이어지게 된 만큼 한화 구단에는 또 하나의 큰 숙제가 주어졌다. 어느 감독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계약 마지막 해에는 예민해진다. 벌써부터 레임덕이 우려된다. 거취 문제 관련해 구단의 유임 인정이 늦어진 만큼 김 감독의 리더십은 힘을 잃었다. 여러모로 내년 시즌 한화도 가시발길이 그려진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