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랑茶랑] 제네시스 ‘G80 스포츠’, 뼛속 깊이 ‘스포츠’였더라면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16.11.03 14: 12

제네시스 브랜드가 제법 풍성해졌다. 현재자동차에서 독립 브랜드로 스핀오프 하면서 맏형격인 ‘EQ 900’을 시작으로 G80에 이어 ‘G80 스포츠’까지 출시했다. 한창 개발 중인 G70, 대형 럭셔리 SUV, 고급 스포츠형 쿠페, 중형 럭셔리 SUV까지 더하면 독자적인 집안을 꾸릴 만한 라인업이 만들어진다.
‘EQ 900’이 자리를 이미 자리를 잡고 있는 터라 ‘G80’은 한결 수월한 조건에서 출발할 수 있었다. 하지만 ‘G80 스포츠’는 또 얘기가 달라진다. EQ 900에는 없던 라인업이기 때문이다. 피츠 제럴드 제네시스 전략담당 전무는 ‘G80 스포츠’의 개발 방향성을 “제네시스의 우아함에 야성적인 스포츠 미학을 가미한 차”라고 묘사한다. 
라인업이 다양해진다는 것은 소비자로서는 반길 일이다. 개개인의 취향과 용도에 맞춰 차를 고를 수 있다는 건 쇼핑의 의미 있는 즐거움이다.

‘G80 스포츠’는 ‘G80’의 특화 모델이고, G80은 EQ900에 디자인의 뿌리를 두고 있다. 일맥으로 통하는 ‘패밀리룩’을 이루면서도 ‘스포츠’라는 다른 생김새를 가져야 한다.
제네시스는 G80 스포츠의 ‘다른 생김새’로 그릴과 헤드라이트, 후미등과 머플러에 변화를 줬다. 그릴에는 그물 모양의 메시 타입을 택하고, 헤드라이트와 후미등은 모양이 달라졌으며, 머플러는 듀얼 트윈팁을 달아 스포티한 감성을 강조했다.
디자인 개발자는 많은 변화를 줬다고 말하겠지만, 따로 설명을 듣기 전에는 메시 타입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게 낯이 익다. 현대차 브랜드의 신형 i30에서 비슷한 모양을 이미 봤다. 현대차는 i30에 적용한 그릴을 ‘캐스캐이딩’이라고 불렀다. 용광로에서 녹아 내리는 쇳물의 웅장한 흐름과 한국 도자기의 우아한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개발 됐다는 그 디자인이다. 향후 현대차 브랜드의 패밀리 룩으로 사용 된다는 설명도 있었다. 
그런데 신형 i30와 비슷해 보이지만 ‘G80 스포츠’에서는 제네시스의 패밀리룩인 ‘크레스트 그릴’이라고 불러야 한다. 같은 혼란은 ‘신형 그랜저(IG)’에도 있었다. 신형 그랜저(IG)의 그릴은 오히려 제네시스의 크레스트 그릴을 닮았다. 그런데도 현대차는 신형 그랜저(IG)의 그릴은 캐스캐이딩 그릴로 부른다.
엽기적인 드라마 ‘순실의 시대’만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드라마 애호가들을 들었다 놨다 했던 ‘아내의 유혹’. 이 막장 드라마는 처절한 복수극을 시작하면서 주인공이 입술 옆에 큼지막한 점 하나를 찍고 등장한다. 누가 봐도 같아 보이지만 “같은 사람이잖아”라고 외치는 순간, 드라마 몰입을 방해하는 국외자가 된다.
‘G80 스포츠’는 가솔린 람다 V6 3.3 트윈 터보 직분사(GDi) 엔진을 달았다. 최고 출력 370마력(ps), 최대 토크 52.0kgfㆍm의 성능을 발휘한다. 스피드를 즐기는 운전자가 탐낼만한 스펙이다. 일상 도로에 나서면 퍼포먼스로 밀릴 상대가 별로 없다.
똑 같은 엔진 스펙은 EQ 900에도 있다. EQ 900은 3.8 V6 GDi, 3.3 V6 T-GDi, 5.0 V8의 3개 모델을 운용하는데 3.3 V6 T-GDi의 출력과 토크가 ‘G80 스포츠’와 같다. EQ 900은 전장이 5,205mm로 ‘G80 스포츠’의 4,990mm보다 215mm가 길다. 힘은 그대로인데 차체가 작아 맘 놓고 달리게 했다. 공차중량은 EQ 900이 2,060~2,185kg이고 G80 스포츠는 2,020kg(2WD)과 2,090kg(AWD)이다. 2톤이 넘는 무게는 ‘스포츠 세단’ 치고는 의외다.
지난 1일 자유로 일대를 오가며 ‘G80 스포츠’의 특성을 접해볼 수 있었다. 제네시스 패밀리, 강력한 엔진, 작아진 차체, 무거운 중량, 이런 요소들이 ‘G80 스포츠’의 많은 것을 이미 결정하고 있었다.
외관에서는 역시 매시 타입의 대형 라디에이터 그릴이 눈에 들어왔다. 그릴은 크롬 재질로 둘러싸여 있는데, 크롬의 색깔은 다른 제네시스 모델보다 어둡다. 주간 주행등은 C자형의 문양을 내고, 방향지시등은 LED가 순차적으로 점등되는 시퀀셜 방식으로 작동 된다. 전면 범퍼 하단부에는 인테이크 그릴이 큼직하게 자리잡았고, 후면 범퍼 아래에는 블랙 하이그로시 재질의 리어 디퓨저를 달았다.
센터페시아는 가로형 배치를 기반으로 차분하게 패널들이 자리잡았다. 플라스틱 재질이지만 섬유 느낌을 살린 버튼들은 손끝에 거부감 없이 와 닿았다. 켜켜이 쌓인 패널들은 금속 재질로 테두리를 둘러 현대적인 감각을 뽐낸다. 
엔진은 심하게 조용했다. 실내가 조용한 건 제조사들이 자랑할 요소지만 ‘스포츠’ 감성을 중히 여기는 이들에게는 흠이 될 수도 있다. 배기음은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에 놓고 엑셀을 힘차게 밟았을 때나 간간이 소리를 지른다. 엔진 사운드는 가상 엔진음과 실제 엔진음이 합성 돼 스피커를 통해 들리도록 돼 있는데, 세단의 안락함까지 추구하려는 욕심이 엿보인다.
변속기는 수동 모드가 없고, 대신 패들시프트가 그 기능을 했다. 자연스럽게 손끝에 걸리는 패들시프트가 자동 8단 변속기에 자유로움을 부여했다.
스포츠 주행에서는 서스펜션과 브레이크가 중요한데, 전자로 제어 되는 서스펜션이 코너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능력이 탁월해 보였다. 브레이크는 디스크 사이즈가 커져 안심이 됐지만 스티어링은 고속에서 가벼운 편이라 불안 요소가 될 수 있을 듯했다. 2톤이 넘는 차체는 저속에서 지면을 누르는 무게감으로 느껴졌다.
터보 직분사 엔진이 1,300rpm부터 최대 토크를 뿜어낸다고 하지만 초기 가속력보다는 추가 가속력이 더 돋보였다. 크게 소리도 지르지 않고 치고 나가는 모습은 일품이다. 빼어난 고속 주행 성능을 지녔지만 세단의 유려한 감성이 더 돋보이는 점은 아쉬움이다. 피츠 제럴드 전무가 언급한 우아함과 스포츠 미학의 동시 추구는 처음부터 모순이었는지도 모른다.    
스포츠 세단에서 크게 강조 될 사양은 아니지만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도 선택사양으로 제공한다. 주행 모드에 에코 모드와 컴포트 모드가 있기 때문에 쓰임새에 맞게 활용할 수 있도록 다 갖춰 놓았다.
공인 연비는 2WD 모델 8.5km/L, AWD 모델이 8.0km/L(19인치 타이어 기준)이지만 테스트 주행에서는 6.1km/L에 머물렀다. 3.3 터보 단일 모델만 운용하는 ‘G80 스포츠(SPORT)’의 기본가는 6,650만 원이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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