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블랜드’의 선봉장이었던 앤드루 밀러(31·클리블랜드)가 그토록 원했던 월드시리즈 우승에 이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올해 가을의 대활약은 메이저리그(MLB) 역사에 길이 남을 전망이다.
클리블랜드는 3일(이하 한국시간)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연장 10회 접전 끝에 7-8로 졌다.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서 6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에 1승만을 남겼던 클리블랜드는 5~7차전에서 내리 패하는 믿을 수 없는 결과와 함께 낙마했다.
그러나 모든 시리즈에서 “불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클리블랜드는 충분히 선전했다. 대니 살라자, 카를로스 카라스코라는 두 명의 선발 투수 부재에도 불구하고 마운드가 총력을 다해 버텼다. 그렇게 객관적인 전력에서 조금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았던 보스턴과 토론토를 완파하고 월드시리즈까지 내달렸다. 그 중심에는 역시 ‘애니콜’로 활약한 밀러가 있었다.
프랑코나 감독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MLB 팬들의 상식을 깨는 과감한 투수 운영을 선보였다. 선발이 부진하면 3회에도 강판시켰고, 5·6회부터 필승조를 동원해 상대를 막는 전략에 전혀 인색하지 않았다. 밀러가 있기에 가능했다. 절정의 구위에 능히 1이닝 이상을 막아줄 수 있는 체력까지 갖춘 밀러의 위용은 MLB 포스트시즌 역사에 길이 남을 만했다.
밀러는 보스턴과의 디비전시리즈 2경기에서 4이닝을 던지며 1승1홀드를 기록하는 동안 피안타 2개, 실점은 하나도 허용하지 않았다. 토론토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4경기에서 7⅔이닝 동안 3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고 삼진은 무려 14개를 잡아냈다.
컵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도 충분히 자기 몫을 했다. 6차전까지 3경기에서 5⅓이닝 1실점, 8탈삼진으로 맹위를 떨쳤던 밀러였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였던 7차전에서는 조금 힘이 부쳤다. 선발 클루버가 5회 선두타자 바에스에게 홈런을 맞는 등 4실점하고 내려가자 곧바로 마운드에 올랐으나 2⅓이닝 동안 4피안타(1피홈런) 2실점으로 힘을 쓰지 못했다. 아쉬운 마무리였다. 클리블랜드가 막판 분전해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 갔음을 고려하면 더 그랬다.
하지만 올 시즌 포스트시즌 10경기에서 19⅓이닝을 소화한 밀러에 돌을 던질 이는 아무도 없었다. 탈삼진도 30개를 기록했다. 이는 단일 포스트시즌 불펜 투수로는 가장 많은 탈삼진이었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표현이 아깝지 않은 밀러였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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