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월드시리즈 선발 3승을 노렸던 코리 클루버(30·클리블랜드)의 도전은 좌절됐다. 포스트시즌 내내 강인한 인상을 심었던 클루버였지만 마지막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클리블랜드의 월드시리즈 우승도 클루버가 무너진 상황에서는 쉽지 않았다.
클루버는 3일(이하 한국시간) 미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프로그레시브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와의 월드시리즈 7차전에 선발로 나섰으나 4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 6피안타 4실점하고 쓸쓸하게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발 대결에서 카일 헨드릭스(컵스)에 근소한 우세가 예상됐으나 결과는 반대로 드러났다.
클리블랜드는 믿었던 클루버가 경기 초반 분위기를 만들어주지 못한 끝에 연장 10회서 7-8로 패배, 6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이 좌절됐다. 3-6으로 뒤진 8회 극적인 동점을 만들어 경기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는 점, 더군다나 4차전까지 시리즈 전적 3승1패로 앞서 가고 있었기에 더 뼈아픈 패배였다.
2014년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클루버는 믿는 도끼였다. 선발진이 붕괴된 클리블랜드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클리블랜드가 월드시리즈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였다. 보스턴과의 디비전시리즈 1차전에서 7이닝 무실점 승리투수로 깔끔하게 가을을 연 클루버는 토론토와의 챔피언십시리즈에서도 2경기에 나가 11⅓이닝 2실점 평균자책점 1.59로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월드시리즈에서도 이런 기세는 이어졌다. 컵스와의 1차전 선발로 6이닝 무실점, 4차전 선발로 다시 나가 6이닝 1실점으로 모두 승리를 따냈다. 클리블랜드는 클루버의 호투를 등에 업고 4차전까지 3승1패로 앞서 나갔다. 이날 경기 전까지 올해 포스트시즌 성적은 5경기에 선발로 나가 30⅓이닝을 던지며 4승1패 평균자책점 0.89의 괴력 활약이었다.
역대 월드시리즈에서 선발 3승을 따낸 가장 근래의 선수는 1968년 디트로이트의 좌완 미키 롤리치였다. 그 후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기록에 클루버가 도전한 셈이 됐다. 그러나 역시 짧은 휴식이 변수였다. 조 매든 시카고 컵스 감독은 경기 전 “클루버의 1차전 투구는 차트 밖을 벗어나 있었다”고 경의를 표하면서도 “7차전에서는 힘이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그런 매든 감독의 예상은 맞았다.
전반적인 구위 및 제구 모두가 한창 좋을 때보다는 못했다. 여기에 1회 선두 파울러에게 홈런을 허용하면서 경기가 꼬였다. 2·3회를 잘 막았으나 1-1로 맞선 4회 찾아온 두 번째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선두 브라이언트에게 안타를 맞은 클루버는 리조의 타석 때 몸에 맞는 공을 내줘 무사 1,2루에 몰렸다. 몸쪽에 붙인다는 것이 팔에 맞았다. 제구가 흔들렸다.
이어진 1사 1,3루에서는 러셀의 중견수 뜬공 때 3루 주자 브라이언트에 홈을 내줬다. 짧은 타구였지만 브라이언트의 과감한 대시가 좋았다. 역전을 허용한 클루버는 콘트라레스에게 중견수 키를 넘기는 적시 2루타를 맞고 이날 세 번째 실점을 했다.
5회 마운드에 오른 클루버는 선두 바에스에게 다시 우중간 홈런을 맞고 결국 강판됐다. 올해 정규시즌 18승, 포스트시즌에서 4승을 거두며 무려 팀에 22번이나 승리를 안긴 클루버임을 생각하면 아쉬운 마무리였다. 클리블랜드는 홈팬들 앞에서 마지막까지 분전했지만 결국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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