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쎈 초점] ‘공항’ 김하늘·최여진 흔들린 우정, 불륜극 아닌 이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1.03 09: 45

‘공항 가는 길’은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루지만, 단순히 흥미를 끌기 위한 불륜 드라마가 아니다. 남녀 사이를 넘어 인간 관계를 다루는 드라마, 그래서 두 여자의 우정과 위로가 뭉클하게 담길 수 있다.
‘공항 가는 길’은 기로에 놓은 두 부부가 있다. 배우자에 대한 배신감과 실망에 휩싸인 최수아(김하늘 분)와 서도우(이상윤 분)가 사랑에 빠지고, 이들의 남편과 아내인 박진석(신성록 분)과 김혜원(장희진 분)은 결혼 생활에 금이 가게 하는 결정적인 원인 제공을 한다. 그렇다고 불륜을 미화하는 것은 아니다. 수아와 도우의 사랑은 늘 위태롭다. 자책의 감정이 있고, 배우자와의 신뢰가 깨졌다고 해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데 있어서 당당하지 못하다.
결혼 후에도 함께 살아가는데 있어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공항 가는 길’이 다루고 있는 누구나 알지만 실천하기 참 힘든 인간관계의 정석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불륜을 미화하거나 불륜을 하룻밤의 불장난쯤 가볍게 다루지 않고 늘 고민하고 숙제를 던진다. 여기에 수아의 친구이자 진석의 전 여자친구이기도 한 송미진(최여진 분)이라는 장치가 벌이는 이야기의 울림이 크다. 미진은 수아에게 자신이 진석의 전 여자친구였다는 것을 숨기다가 발각됐고, 두 사람은 그렇게 서로에게 생채기를 남기며 다퉜다. 수아는 남편에 대한 배신에 절친한 친구까지 잃어버리며 크게 상심했고 더 흔들려 도우에게 의지했다.

늘 수아에게 미안해하고 진석을 원망했던 미진, 결국 지난 2일 방송된 13회에서 미진은 먼저 수아에게 전화를 걸어 사과를 했다. 미진만의 방식으로, 수아가 자신을 내친 것에 대한 서운한 감정을 토로하면서 사과 돌직구를 던졌다. 울며 사과하는 미진은 “잘살아? 못살아? 그것만 말해 너 걱정돼서...말해”라고 쏘아붙이며 그 순간에도 수아를 걱정하는 미진의 모습은 이 두 여자의 진심어린 우정이 단박에 표현되는 장면이었다.
수아 역시 여전히 미진에 대한 배신감에 치를 떨면서도 자신을 걱정하는 미진의 진심에 울었고, 이 둘은 그렇게 다시 화해했다. 흔히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자의 적은 여자라는 공식도 없었다. 이들이 서로를 아끼는 진정한 우정은 진실을 토로하지 못하며 전전긍긍했던 미진의 속마음에도, 톡 쏘듯 허나 진심을 담은 사과에 지금의 분노를 삭이고 다시 우정을 이어가는 수아의 속마음에도 담겨 있었다.
마주하고 싶지 않은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후 이 두 여자가 갈등하고 다시 봉합해 서로의 곁을 지키는 과정 역시도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우정이 있기에 잠시 갈라섰다가도 다시 손을 잡을 수 있는 것, 서로에게 의지하며 화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의 우정은 참 정밀하고 현실적으로 다뤄졌다. 그래서 공감할 수 있었고, 그래서 이 드라마가 불륜을 흥미 위주로 풀지 않고 인간 관계를 건드린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 수 있었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제공, '공항 가는 길'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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