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고한 ‘김태형 스타일’, 운장에서 명장으로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11.03 05: 51

확고한 기준 갖고 문제점 진단하고 해결한 2년
첫 우승 후 운장이란 타이틀, 1년 뒤 명장으로 바꿔
두산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이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대열에 합류했다. 그와 함께하는 두산은 왕조를 꿈꾼다.

두산은 한국시리즈에서 NC 다이노스를 꺾고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를 모두 제패했다. 2년 연속 두산을 우승으로 이끈 김 감독은 명실상부 명장의 명성을 얻었다. 자신만의 확실한 스타일까지 보여주며 상대를 압도했으니 명장 칭호를 받기 충분하다.
2년 전 처음 두산에 부임했을 때는 미처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결과다. 현재 팀 전력이 부임했을 때 기대했던 것보다 좋으냐는 물음에 김 감독은 “그렇다. 기본적으로 야수들은 충분히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었고, 팀의 틀을 갖추는 것보다 성적에 초점을 맞췄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치, 특정 선수가 빠졌을 때 누가 백업을 맡을지 등을 관찰했다. 생각보다 선수들이 잘 해줬다. 선수들끼리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잘 뭉쳤다”고 답했다.
김 감독은 ‘자신 있게 하는 야구’의 중요성을 항상 역설한다. 그는 “개인 기분에 따라 야구하지 않게끔 하고 있다. 두 타석 정도 (안타를) 치지 못했다고 해서 벤치에 들어와서 기죽어 있지 않게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평소 선수를 칭찬하거나 비판할 때도 “마운드(혹은 타석) 위에서 보이는 모습이 좋았다” 혹은 “자신 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라고 자주 표현한다.
경기장 안에서는 책임을 강조하는 대신 야구 외적인 일에 있어서는 자유를 주는 편이다. 선수들이 움직이는 시간까지 주장 김재호를 통해 결정한다. “스케줄도 선수들에게 맡기는 편이다”라고 밝힌 김 감독은 “경기 외적인 면에서는 많이 풀어준다. 그래야 선수들도 나중에 할 말이 없어진다”고 농담까지 던졌다.
야구와 관련된 부분도 무조건적으로 강요하지는 않는 것이 성공적인 2년의 비결이다. 김 감독은 “내 이론으로 야구를 하면 안 된다. 기본이 중요하다. 코칭스태프에도 강조한다. 항상 기본을 중시하고 그 뒤에 코치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이론을 적용해달라고 한다”며 소신 있는 발언을 했다.
통합우승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정도로 올해 두산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박)건우는 어느 정도 해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외국인 타자가 검증되지 않았다. 4강 확신은 있었지만 출발할 때 부담은 있었다”는 게 김 감독의 의견이다.
좋은 성적을 유지한 김 감독은 정규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재계약을 보장받았다. 4차전 직전 만난 김 감독에게 그동안 낸 성과에 뿌듯함이나 자부심을 느끼고 있는지 묻자 “그냥 연봉이 올라가고 재계약을 한 게 좋다. 자부심은 어디에 기준을 둬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며 그는 단지 지금 받고 있는 것에 행복해했다. 아직 다가오지 않은 무언가를 기다리며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목표 속에 자신을 가두지 않았다.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이었다.
많은 이들이 그를 ‘운장’이라 표현한다. 자신도 인정하는 부분. 그는 “선수를 잘 만났고, 때도 잘 만났다. 처음 왔을 때 선수들 스스로 해보려는 마음이 있었다. 이제는 젊은 선수들도 경험을 토대로 알아서 하는 두산 베어스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칭찬했다. 그리고 얼마 후 선수들은 김 감독의 말대로 움직이며 4차전에서 우승을 확정했다. 운장이란 평가도 맞지만, 그 운이 아무에게나 오지 않는다는 것도 김 감독을 곁에서 보며 깨달은 점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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