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경기력을 보여준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는 굳이 28인 엔트리가 필요 없었다. 19명의 선수만으로도 가볍게 4연승을 만들어냈다. 우승 반지에 대한 특별한 사연이 있는 베테랑 정재훈의 이름이 생각날 정도였다.
두산은 2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8-1 완승을 거두고 구단 역사상 첫 한국시리즈 2연패, 그리고 21년 만의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정규시즌 우승팀 자격으로 한국시리즈에 선착한 두산은 1~4차전에서 완벽한 투·타 조화로 NC를 몰아붙인 끝에 시리즈를 조기에 마무리했다.
푹 쉰 덕인지 투수들의 어깨에는 힘이 넘쳤다. 타자들도 감이 완벽하지는 않았으나 집중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주축 선수들이 워낙 자기 몫을 잘했다. 때문에 벤치도 주축 선수들을 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그 때문에 후보 선수들의 활용폭은 넓지 않았고 단 19명만 쓰고도 우승을 차지하는 진기록(?)에 이를 수 있었다. 반면 NC는 28명 모든 선수들이 1분이라도 그라운드를 밟았다.
특히 마운드에서는 12명의 선수 중 단 6명만이 경기에 나섰다. 1차전 선발로 8이닝을 던졌던 더스틴 니퍼트, 2차전 선발로 8⅔이닝을 던진 장원준, 3차전 선발로 무려 136구를 던지는 투혼을 과시했던 마이클 보우덴, 4차전 선발 유희관까지 선발이 4명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이닝은 불펜에서 가장 믿을 만한 이현승과 이용찬으로 메웠다.
경기에 나서지 못한 선수들에게는 섭섭한 일이었지만 불펜에 다소간 불안감이 있는 두산으로서는 최상의 결과였다. 선발들이 변수를 완전히 지웠다고 할 수 있다. 홍상삼 윤명준 김성배 이현호 함덕주 김강률이 출전하지 못해 개인적으로는 다소간 아쉬움을 남겼다. 야수진에서도 백업 포수 두 명(박세혁 최재훈)이 나오지 못했고, 최주환도 경기에 나갈 기회가 없었다. 국해성은 1타석, 정수빈 류지혁은 대주자 및 대수비로만 출전했다.
때문에 “정재훈을 넣었어도 됐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두산의 핵심 불펜 요원으로 전성기를 구가했던 정재훈은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올해 두산으로 돌아와 맹활약해 개인 첫 ‘반지’에 도전했으나 불의의 부상으로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이를 안타까워 하는 팬들도 많았다.
물론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백업 선수들 모두 나름대로의 임무가 있었다. 이들의 헌신이 주전 선수들이 빛을 볼 수 있었던 원동력임도 무시할 수 없다. 공을 던질 만한 상황이 아니었던 정재훈의 엔트리 합류는 어디까지나 우스갯소리다. 다만 정재훈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큼 강했던 두산의 2016년 가을을 상징하는 에피소드로 남을 전망이다. /skullboy@osen.co.kr
[사진] 창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