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복 없는 허경민이지만 두산엔 그가 우승을 가져온 복덩어리다. 2년 연속 MVP 차점자 허경민(26)이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허경민은 2일 마산구장에서 치러진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와 한국시리즈(KS) 4차전에 8번타자 3루수로 선발출장, 4타수 1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3차전에 이어 2경기 연속 결정타로 두산 승리를 견인했다. 두산은 4전 전승으로 KS 2연패를 달성했다.
2회 첫 타석에서 잘 맞은 라인드라이브가 3루 직선타로 잡힌 허경민은 5회에도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두산은 2회 양의지의 솔로 홈런으로 선취 득점을 냈지만, 추가점이 나지 않아 1-0에서 스코어를 벌리지 못했다. 하지만 6회 2사 1·2루에서 양의지가 우측 빠지는 1타점 2루타를 터뜨려 추가 득점을 냈다.
계속된 2사 2·3루에서 허경민에게 찬스가 걸렸다. NC 구원투수 원종현과 승부에서 볼카운트 1-2 5구째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제대로 잡아당겼다. 타구는 완만하게 좌익수 키 넘어 펜스로 향했고, 2~3루 주자 모두 여유 있게 홈으로 들어왔다. 스코어를 4-0으로 벌린 2타점 2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2루에서 두 팔을 번쩍 들어 환호한 허경민은 곧 이어진 6회 수비에서도 빼어난 판단으로 NC의 추격 흐름을 차단했다. 1사 1·3루에서 에릭 테임즈의 빗맞은 땅볼 타구를 빠르게 쫓았다. 공을 잡은 허경민은 1루 대신 홈 승부를 택했다. NC 3루 주자 박민우가 홈으로 쇄도하고 있었지만 허경민은 과감했다.
허경민의 송구는 홈을 막고 있던 양의지의 포수 미트에 꽂혔고, 자동 태그가 이뤄지면서 득점을 막았다. 1점을 주고 타자 주자를 잡는 안전한 방법이 있었지만 허경민의 빠른 판단력과 정확한 송구가 NC의 흐름을 끊었다. NC는 계속된 2사 1·2루에서 박석민이 유격수 땅볼로 아웃돼 또 득점 없이 물러났다.
두산의 KS 4연승 기간 동안 허경민은 17타수 6안타 타율 3할5푼3리 5타점 1도루로 펄펄 날았다. 8번 하위타순에서 양 팀 최다 5타점을 올리며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했다. 그러나 MVP 투표에선 공수 양면에서 활약한 포수 양의지에게 밀려 기대했던 KS MVP 수상에는 실패했다. 양의지가 기자단 투표 77표 중 70표를 휩쓸었다. 허경민은 5표를 받아 더스틴 니터프(2표)를 제치고 KS MVP 투표 차점자였다.
지난해에도 허경민은 KS 5경기 19타수 9안타 타율 4할7푼4리 1홈런 6타점 9득점으로 활약했으나 부상 투혼으로 5할대(.571) 맹타를 휘두른 동기 정수빈에게 밀렸다. 정수빈이 66표를 받은 데 이어 허경민이 13표로 차점자였다. 올해 KS 역시 MVP 투표 2위로 2년 연속 차점자가 됐다.
아깝게 MVP 수상엔 실패, 유난히 상복이 따르지 않는 허경민이다. 하지만 두산은 허경민이란 복덩이 덕분에 2년 연속 KS 제패에 성공했다. /waw@osen.co.kr
[사진] 창원=손용호 기자 spjj@osen.co.kr,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