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간판스타 나성범(27)의 첫 한국시리즈는 잔인하게 끝났다. 최고가 되기 위한 성장통이다.
나성범이 끝내 침묵을 깨지 못했다. 나성범은 2일 마산구장에서 벌어진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두산과 한국시리즈(KS) 4차전에 3번타자 우익수로 선발출장했지만, 볼넷 하나를 골라냈을 뿐 3타수 무안타 1삼진으로 부진했다. 나성범의 침묵으로 NC도 1-8 무기력한 패배를 당하며 두산에 KS 4전 전패로 완패했다.
플레이오프(PO)부터 예고된 부진이었다. 나성범은 LG와 PO에서 4경기 18타수 3안타 타율 1할6푼7리에 홈런과 타점 없이 삼진 5개, 병살타 1개로 극도의 부진을 보였다. KS 들어서도 감을 찾지 못하고 헤맸다. 1차전에 5타수 1안타를 쳤지만 11회 1사 1·2루 찬스에서 유격수 병살타가 뼈아팠다.
2차전에도 승부가 기운 9회 3루 내야안타를 쳤을 뿐 4타수 1안타로 힘없이 돌아섰다. 마산 홈으로 돌아온 3차전 역시 3번 타순에 고정돼 볼넷 2개를 얻어냈지만 2타수 무안타였다. 1회 1사 2루에서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나며 주자 있을 때 결정타가 터지지 않았다. 호쾌한 타구도 안 나왔다.
3연패로 벼랑 끝에 몰린 이날 4차전도 나성범은 변함없이 3번 타순에서 선발출장했다. 1회 1사 2루에서 두산 선발 유희관과 7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지만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3회에는 유희관의 바깥쪽 꽉 차는 131km 직구를 바라보다 루킹 삼진을 당했다.
6회 무사 1·3루 찬스가 가장 아쉬웠다. 구원 이현승의 4구째 직구에 헛스윙 삼진을 당하며 절호의 기회를 날린 것이다. 나성범을 시작으로 중심타선의 침묵 탓에 NC는 끝내 득점을 내지 못했다. 나성범은 8회 2사 2루에도 이용찬에게 중앙 펜스 앞까지 향하는 타구를 쳤지만 뜬공으로 잡혔다. 나성범의 올해 마지막 타석이었다.
KS 4경기 성적은 14타수 2안타 타율 1할4푼3리 무홈런 무타점 2볼넷. 이번 포스트시즌 전체를 통틀어 8경기에서 안타 5개를 쳤지만 트레이드마크인 장타는 하나도 없었다. 김경문 감독은 끝까지 나성범을 3번 타순으로 밀어붙였지만 마지막까지 보답의 타격은 없었다.
나성범의 부진은 과거 김경문 감독이 두산을 이끌던 시절 김현수(볼티모어)를 연상케 했다. 김현수는 2008년 SK와 KS에서 5경기 21타수 1안타 타율 4푼8리 무홈런 1타점 1볼넷 7삼진 2병살로 최악의 부진을 보였다. 우승을 내준 5차전 끝내기 병살로 눈물을 흘렸다. 당시 김경문 감독은 올해 나성범처럼 김현수를 3번 타순에서 빼지 않고 끝까지 믿었다.
한동안 가을만 되면 움츠러든 김현수였지만, 아픈 경험은 훗날 큰 자산이 됐다. 2015년 삼성과 KS에서 김현수는 5경기에 출장, 19타수 8안타 타율 4할2푼1리 4타점 4볼넷 3삼진 맹타로 두산의 우승을 이끌었다. 나성범에게도 지금의 가을 시련이 훗날을 위한 성장통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waw@osen.co.kr
[사진] 창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