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좌타 거포 자원으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한동민(27·SK)은 타 팀 동기들 사이에서 할 말이 별로 없다고 씁쓸히 웃는다. 아직 확실한 성적을 내지 못한 것도 그렇지만, 다른 동기들이 가지고 있는 ‘가을 야구’ 경험도 없다. 여러모로 초라한 신분에서 입대를 했다.
한동민은 “(군에 가기 전인) 2014년에는 마지막 경기에서 포스트시즌 탈락이 결정됐다. 군에 가기로 예정된 상황에서 만감이 교차했다”라면서 “올해는 제대할 때까지만 해도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도 있고 연승도 타고 있었다. '등록되면 가을무대에 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결국 이렇게 됐다”고 한숨을 내쉬웠다. 한동민은 올해 상무에서 제대한 뒤 SK의 1군에 곧바로 등록됐으나 팀이 막판 뒷심에서 밀리며 내년을 기약했다.
한동민은 “동기들은 아시안게임에서 가서 메달도 따고 그러는데 나는 동기들보다 떨어진다. 군에 가 있는 동안 생각이 많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남들에 비해 대학을 졸업하고 프로에 와 데뷔 시점도 느렸고, 그만큼 빛을 볼 기회도 적었다. 어느덧 20대 중후반으로 가는 나이지만 1군 출장은 통산 179경기다. 그래서 그럴까. 한동민은 아쉬움을 빨리 털어내고 마무리캠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보낸 2년 동안 퓨처스리그를 폭격한 한동민은 올해 1군에서는 6경기에서 타율 2할7푼8리를 기록하며 복귀를 신고했다. 다만 마지막 일정에 합류해 보여준 것은 많지 않았다. 그에 비해 기대치는 큰 편이다. 한동민도 그런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다부진 각오로 훈련에 임하고 있다.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굳건한 의지다.
한동민은 2013년 14개의 홈런을 치며 장타력을 인정받았다. SK에는 현재 우타거포 자원이 넘쳐나는 것이 비해 좌타 중장거리 요원은 박정권 한동민 정도다. 군에서의 실적이 워낙 좋았고 이제는 군 문제도 해결했으니 한동민에 대한 기대치가 드높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동민도 군에서의 2년이 자신의 야구 경력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팔꿈치 수술을 받기도 했던 한동민은 상무 코칭스태프의 배려에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이면서 “퓨처스리그라고 하더라도 경기에 나가면 재미가 있더라. 입대 전까지는 내가 홈런타자라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2년 연속 20개를 치니 다른 세계가 보이더라. ‘1군에서 타석수가 많아지고 경험이 쌓이면 못 치라는 법은 없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군 생활의 가장 큰 소득으로 자신감을 뽑았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내년 성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동민도 마무리캠프 목표에 대해 “공·수·주 모두에서 다 발전해야 한다. 어느 하나만 뽑기에는 내 능력이 너무 부족하다”라고 단칼에 잘라 말했다. 한동민은 “예전에는 못 해서 못 뛰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모르는 선수들도 많이 들어온 상황이다. 자리 윤곽이 잡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 장점을 살리고 실력을 보여줘야 살아남을 수 있다.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깨나 팔꿈치는 상무에서 체계적으로 재활을 한 덕에 문제가 없다. 한동민은 1루와 외야를 모두 볼 수 있는 자원이라 포지션 활용도도 높다. “외야 수비에는 전혀 지장이 없다”라고 강조한 한동민은 “1루수든, 좌익수든, 우익수가 되든 주어진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제는 군에도 다녀왔고 물러설 곳이 없다”고 강조하는 한동민의 방망이가 ‘거포군단’을 꿈꾸는 SK를 뒤에서 밀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