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G 4이닝 철벽투, 두산 불펜도 우위
선발도 가능, 2017 마운드 만능키
여러모로 예상을 뛰어넘는 한국시리즈다. 두산 베어스 선발투수들이 특히 그렇다. 이렇게 강할 줄은 몰랐다. 3차전까지 마운드에 오른 선발투수 3명이 역사에 남을 릴레이를 펼친다. 니퍼트·장원준·보우덴은 24⅓이닝을 합작하며 1점만 내줬다. 선발진 평균자책점 0.37. 단 하나의 장타도 허용하지 않은 채 NC 다이노스 타선을 압살하고 있다.
그런데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할 부분이 있다. 당초 두산이 열세라고 평가받았던 불펜진이다. 선발투수들이 긴 이닝을 소화했기 때문에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마무리투수를 맡고 있는 이용찬의 투구도 돋보인다. 이용찬은 1차전 9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2⅓이닝 철벽투를 펼쳤고, 3차전에선 1⅓이닝 무실점으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군 복무를 마친지 50일도 안 됐지만, 투구 내용은 완벽에 가깝다. 패스트볼과 포크볼, 그리고 커브까지 능수능란하게 섞으며 NC의 마지막 희망을 무참히 꺾는다.
한국시리즈에 앞서, 최소 불펜 대결에선 NC가 우위일 것으로 보였다. NC는 정규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1위(4.15)를 차지했고, 플레이오프서도 저력을 이어갔다. 임창민 원종현 이민호 김진성 등 마무리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수만 4명에 달한다. 위기가 닥치면 넷 중 한 명을 투입해 불을 끄면 된다. 서둘러 불펜진을 가동해도, 가용자원이 많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두산도 만만치 않다. 김태형 감독은 한국시리즈에서 이용찬과 이현승 더블스토퍼 체제를 내세웠고, 이는 완벽히 적중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용찬으로 인해 2017 두산 마운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2007년 두산에 1차 지명으로 입단한 이용찬은 커리어 초반에는 마무리투수로 활약했다. 150km를 상회하는 패스트볼과 포크볼의 조합으로 2009시즌에는 구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 폭스스포츠 해설가로 활약 중인 니코스키는 이용찬의 포심 패스트볼을 “KBO리그 최고”로 평가한 바 있다. 이후 이용찬은 2011시즌부터 선발투수로 자리를 옮겨 활약을 이어갔다. 그리고 2012시즌 10승과 평균자책점 3.00을 찍으며 선발투수로서도 가능성을 증명했다.
한국시리즈가 끝나면, 두산은 이용찬으로 인해 행복한 고민에 빠질 것이다. 2017시즌 두산은 이용찬을 지금처럼 마무리투수로 기용해도 되고, 이전처럼 선발진에 투입할 수도 있다. 팀 상황만 보면 선발보다는 마무리로 나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만일 이용찬을 선발진에 넣으면 두산은 올해보다 막강한 선발진을 구축할 수 있다. 니퍼트·보우덴과 재계약하면, 두산은 선발투수 5명 전원이 두 자릿수 승을 바라보게 된다.
김태형 감독은 정규시즌 막바지 “다가오는 겨울에도 할 일이 참 많다. 불펜진도 강하게 만들어야 하고, 선발진도 욕심 같아선 전원 10승 투수들로 채우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2017시즌 더 강해질 두산 마운드의 중심에는 ‘만능키’ 이용찬이 자리할 것이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