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최고의 길만 걸으며 ‘역대급 외국인 선수’의 칭호를 얻었던 에릭 테임즈(30·NC)의 부진이 끝을 모르고 있다. 한국시리즈에서 고개를 숙인 가운데 자칫 잘못하면 2일 경기는 NC에서의 마지막 경기가 될 수도 있다.
테임즈는 이번 한국시리즈 3경기에서 타율이 8푼3리(12타수 1안타)까지 추락했다. 장타는 단 하나도 없고, 2차전에서 나온 안타 하나를 제외하면 출루도 전무하다. 타율·출루율·장타율이 모두 0.083이다. 그에 비해 삼진은 팀 내에서 가장 많은 4개를 당했다. 김경문 감독은 테임즈를 4번 타순에 배치하며 믿음을 주고 있지만 좀처럼 시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NC 타선의 부진도 결국 테임즈의 부진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테임즈가 막강한 모습으로 중심을 잡아줘야 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맥이 4번 타순에서 끊기고 있다. 그러다보니 테임즈와 까다롭게 승부를 하는 모습도 사라졌다. 테임즈가 약점을 보이는 코스에 과감히 승부를 한다. 5·6번 타자들이 테임즈의 덕을 보는 정규시즌에서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최고 명예와는 동떨어진 성적이다. 2014년 NC와 계약을 맺은 테임즈는 125경기에서 타율 3할4푼3리, 37홈런, 121타점의 멋진 성적을 냈다. 지난해는 절정이었다. 142경기에서 타율 3할8푼1리와 140타점은 물론 KBO 리그 최초 40홈런-40도루(47홈런-40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올해는 성적이 조금 주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123경기에서 타율 3할2푼1리, 40홈런, 121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런 테임즈는 시즌 막판 ‘음주운전 파동’ 이후 완전히 내리막을 걷고 있다. 징계로 시즌 마지막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테임즈는 실전감각과 몸 상태 관리에 실패한 모습이다. 사실 LG와의 플레이오프 당시에도 이렇다 할 위용을 과시하지 못했다. “그래도 언젠가는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가을잠이 길어지고 있다.
3연패로 벼랑 끝에 선 NC는 팀 타율이 1할7푼, 장타가 단 하나도 없는 팀 타선의 부활이 절실한 시점이다. 4차전 선발 스튜어트가 3일 휴식 후 등판이라는 점에서 체력을 장담할 수 없고, 불펜도 서서히 힘이 부칠 때가 됐다. 결국 테임즈를 비롯한 중심타자들이 활약하며 경기 분위기를 초반부터 가져와야 ‘싹쓸이 패배’의 비극에서 벗어날 수 있다.
테임즈로서도 4차전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테임즈는 올해를 끝으로 일본 혹은 미국으로 떠날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하다. 테임즈가 메이저리그(MLB) 복귀에 대한 희망을 접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본에서도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몇몇 팀이 테임즈의 거취를 유심히 살피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2일에도 패하면 테임즈와 NC와의 인연도 거기서 끝날 수 있다는 뜻이다. 3년 동안 좋은 기억을 남겼던 마산에서 테임즈가 ‘한 판 더’를 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