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선발·수비·관록', KS 지배하는 키워드 3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11.02 10: 00

3가지 키워드에서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짓고 있다.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3경기는 모두 두산의 승리로 끝이 났다. 1-0, 5-1, 6-0. 갈수록 점수의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점수 차만큼 전력의 격차도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두산은 이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패권에 단 1승만 남겨두게 됐고, NC는 리버스 스윕이라는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다.
미세하지만, 가장 큰 3가지의 요소가 양 팀의 승패를 갈라놓게 만든 중대 요소로 볼 수 있다. 선발 투수의 위압감, 수비진의 여유, 그리고 경험의 차이가 3경기의 키워드였다.

# 완벽한 두산 4선발 체제 vs 3선발도 꾸리기 힘든 NC
두산이 정규시즌 우승을 했고,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를 내리 승리를 따낼 수 있던 원동력은 '판타스틱 4'라고 불린 완벽한 4선발 체제였다. 더스틴 니퍼트(22승)-장원준(15승)-마이클 보우덴(18승)-유희관(15승)으로 이어지는 4명의 선발진은 모두 15승 이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고, 그 외의 선발진의 승수까지 합해 KBO리그 정규시즌 선발 최다승인 75승을 기록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의 절대적 우위를 점치는 데에는 선발진의 건재함이 있었다. 결국 예상과 다를 바 없이, 이들은 자신의 역할들을 다했다. 1차전 니퍼트 8이닝 무실점, 2차전 장원준 8⅔이닝 1실점, 3차전 보우덴 7⅔이닝 무실점까지. 화려한 '삼방색'의 조화로 한국시리즈 3승을 이뤄냈다. 여기서 끝이 아니라 두산은 유희관까지 남아있다. 4차전 선발 예고된 유희관마저 호투를 펼치면 '판타스틱4'의 화려함으로 올해 KBO리그를 지배하게 된다.
반면, NC는 이재학의 승부조작 혐의 수사 결과 발표가 늦어지면서 플레이오프에 이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결국 해커-스튜어트의 원투펀치만 갖춰진 채 이번 포스트시즌을 임했다. 플레이오프에서는 한계를 어느정도 극복했지만, 한국시리즈에서는 그 여파를 극복하지 못하는 중이다. 
완전한 3선발로도 힘든 포스트시즌을 NC는 '불완전한 3선발' 체제로 치르고 있다. 해커와 스튜어트가 분전하고 있지만 결국 3선발의 자리에서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플레이오프 3차전 장현식이 1이닝 5볼넷 1실점, 한국시리즈 3차전 최금강이 4회 퍼펙트 이후 4⅔이닝 2실점으로 강판됐다. 결국 NC는 2일, 3일 휴식 후 나서는 스튜어트를 벼랑 끝으로 떠밀 수밖에 없었다.
# 두산이 먼저 세운 철벽 수비진
한 감독은 "두산의 수비진은 경기를 지배하고 공을 갖고 노는 듯 하다"면서 두산 수비진의 여유와 노련함을 표현했다. 그만큼 두산 수비진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어느새 철벽을 세우고 있다. 기본적으로 수비진의 합이 잘 맞아떨어진다는 의미. 두산은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도 수비진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 1차전, 연장 10회 NC 박석민에 볼넷 이후 대주자 김종호의 2루 도루와 이호준의 희생번트로 맞이한 1사 3루의 위기, 두산은 2루수 오재원의 주도 아래 내야진 전체가 내야 잔디 위까지 올라오는 극단적인 전진수비를 펼쳤다. 오재원은 특히 마운드 바로 옆에 수비 위치를 잡으며 NC를 압박했다. 결국 이 압박이 성공했다. 김성욱을 3루수 땅볼로 유도한 뒤 3루 주자 김종호를 협살로 몰아 아웃시키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2차전에서는 8회초 무사 1루에서 지석훈의 희생번트 시도를 투수 장원준이 잡아 병살타로 만들어내는 능력까지 보였다. 그 외에도 선수들 자발적인 내야 시프트에 이은 절묘한 수비 위치 선정으로 타구를 걷어내는 장면도 종종 볼 수 있었다. 실책이 없는 것은 당연하다.
NC의 수비진도 실책은 없다. 하지만 두산의 그것에 비하면 모자라는 것이 사실. 유격수 손시헌이 내야진을 지휘하고, 2루수 박민우가 플레이오프부터 수비력이 일취월장하며 별 다른 실수 없이 수비진을 끌어가고 있지만, 무리가 없을 뿐 수비로 결정적인 모멘텀을 만드는 경우는 없었다. 2차전 8회말 해커의 번트 수비와 지석훈의 유격수 땅볼 때 선행 주자를 잡아내는 과감한 승부수를 던지지 않으면서 1-5의 패배를 맛봐야 했다.
# '디펜딩 챔피언'의 여유와 경험
두산은 지난해 3위로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그리고 한국시리즈까지 파죽지세를 달리며 우승을 경험했다. 각 단계를 거치면서 올라온 당시의 경험은 한국시리즈에서 기다리던 시기, 실전 감각을 찾지 못한 가운데서 위력을 발휘했다. 조바심을 갖지 않고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갔다. 김태형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 전체에 여유가 묻어났다.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반의 혈기 왕성한 선수단은 무섭게 분위기를 타기도 했지만, 급격하게 식지 않고 평정심을 찾았다. 이 모든 것이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관록이었다. 1차전 득점 기회를 무수히 놓치고도 무너지지 않은 것도 이러한 경험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1차전을 잠시 헤맸던 두산은 이후 득점이 필요한 순간 확실하게 몰아치면서 경기와 시리즈의 주도권을 잡았다. 2차전 해커에 7회까지 1점에 묶였던 경기, 8회말 집중력으로 대거 4점을 뽑아내 승리를 거뒀다. 3차전에서 최금강에 4회까지 퍼펙트를 당하는 등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줄 알았지만 5회 선두타자 김재환의 선제 솔로포와 밀도 있는 장타 2방으로 2-0의 리드를 잡았다. 9회 추가점이 필요했던 순간 대거 4점을 뽑아낸 것도 여유가 가져온 안정감이었다. '가을야구 승리 DNA'가 있었던 두산이었다.
NC도 지난 2년간 가을야구를 치르면서 젊은 선수들도 나름대로 경험을 쌓았다면 쌓았다. 여기에 이호준, 이종욱, 손시헌, 박석민 등 가을야구 베테랑들이 포진해 조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결국 이들의 경험은 전력 격차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베테랑들조차도 쉽사리 경기를 풀어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며 벤치의 조급증도 커졌고, 선수단도 창단 첫 한국시리즈라는 축제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선발 투수와 수비진, 여기에 경험까지. 모든 부분에서 두산이 NC를 압도하고 있다. 이 것이 시리즈 전적 3승과 3패의 결과로 이어지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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