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KS] 타석서 힌트 얻은 양의지, 왜 높은 공 요구했나?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11.02 06: 00

타석에서 보우덴 상대하며 하이 패스트볼 위력 실감
니퍼트와는 180도 다른 패턴으로 NC 타선 무력화
NC 다이노스 타자들의 수를 훤히 꿰고 있는 양의지(29, 두산 베어스)의 기발한 게임 플랜과 전략이 전부 통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1차전부터 3차전까지 줄곧 선발 포수로 마스크를 쓴 양의지는 3경기에서 NC 타선을 상대로 단 1점만 내주도록 투수들을 훌륭히 이끌었다. 특히 NC가 보유한 가장 강력한 무기인 ‘나테이박(나성범-에릭 테임즈-이호준-박석민)을 꽁꽁 묶고 있다.
특히 3차전에서는 보우덴의 하이 패스트볼이 양의지를 더욱 주목받게 했다. 눈에서 가까운 공이었음에도 NC 타자들의 방망이는 계속 따라 나왔다. 경기 초반 변화구 비율이 꽤 있었음에도 보우덴의 포심 패스트볼 구사 비율은 72.8%였다. 그만큼 중반 이후에는 빠른 공만 가지고 승부했다는 뜻이다. 양의지는 높은 코스로 강속구를 던지게 해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했고, 이 덕분에 보우덴은 11탈삼진을 수확했다.
이러한 볼 배합의 힌트를 얻은 계기는 26일 잠실구장에서 치렀던 자체 청백전이었다. 당시 백팀 포수였던 그는 타석에서 청팀 선발 보우덴의 공을 상대해봤다. 그때를 돌아본 양의지는 “청백전에서 타석에 들어가니 (높은 공이) 스트라이크로 보였다”고 말을 이었다. 높은 코스의 빠른 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순간이었다.
물론 처음 시도하는 건 아니었다. 정규시즌에도 재미를 봤던 방법이다. 양의지는 이에 대해 “득점권에서 많이 쓴다. 좌우 변화는 많이 주지 않고 위 아래로 차이를 둔다”고 설명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은 그렇게 좋은 공을 던졌음에도 보우덴이 청백전에서 5이닝 6실점으로 부진했던 것이었는데, 양의지는 “공은 좋았는데 우리 타자들이 잘 쳤다”고 간단히 분석했다. 상대가 두산 타선이었다는 게 함정이다.
결과적으로 자체 청백전을 한 것이 상무, 경찰청과의 연습경기보다 유익했다는 결론에도 이를 수 있다. 자체 청백전은 마스크를 쓰고 홈 플레이트에 앉은 양의지가 타석에서도 두산 투수들의 최근 컨디션과 공을 직접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였고, 여기서 경기 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힌트까지 얻은 것이 승리로도 이어졌다.
니퍼트를 이끌 때와는 완전히 반대 패턴이다. 니퍼트는 1차전에서 1회초 15구를 던지는 동안 변화구를 하나도 섞지 않았다. 그럼에도 투구를 마쳤을 때 변화구 비율은 평소와 비슷했다. 양의지는 중반 이후 위기가 오면 한 가지 변화구만 가지고 타자의 타이밍을 흔들어놓는 볼 배합을 보여줬다. 3차전을 마친 뒤 양의지는 “니퍼트가 나왔을 때는 패스트볼 위주로 가다가 변화구를 섞었는데, 이번에는 그 반대로 갔다”고 밝혔다.
니퍼트와 호흡을 맞췄을 때의 패턴은 일반적이다. 공에 힘이 있을 때는 빠른 공의 구위만으로도 맞설 수 있지만, 힘이 떨어질수록 변화구가 필요해진다. 하지만 그 반대로 리드하는 것은 흔하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의지는 변칙을 활용해 큰 효과를 얻어냈다. 통한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이번 시리즈에서 니퍼트와 장원준, 보우덴은 각자 한 경기씩 책임졌지만, 양의지는 3경기에 걸쳐 공을 세웠다. 두산이 우승을 확정한다면 시리즈 MVP로도 선정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아니다”라며 미소를 보인 양의지는 “(김)재환이한테 줘야 한다. 아니면 투수들(판타스틱 4)에게 4등분해서 줘야 될 것 같다”고 애써 공을 돌렸다. 그러나 투수들에게 묻는다면 그들의 의견은 양의지로 통일될지도 모른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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