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준기가 아니였다면 불가능했을 '달의 연인' 왕소였다.
지난 1일 오후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이하 '달의연인')'은 죽음으로 사랑을 이루지 못하는 왕소(이준기 분)와 해수(이지은 분)의 모습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한 해수가 훗날 광종이 되는 왕소와 만나 로맨스를 형성하는 모습부터 태조 이후 황자들의 싸움의 배경이 되는 고려 왕궁 등 다양한 재미를 줬던 '달의연인'이지만 뭐니뭐니해도 극 중 왕소를 연기한 배우 이준기의 연기를 보는 것이 '달의연인'의 가장 큰 재미.
이준기는 유독 사극과 잘 어울리는 배우 중 한 명. '달의연인' 이전에도 '밤을 걷는 선비', '아랑사또전', '일지매', 그리고 영화 '왕의 남자' 등 사극에 많이 출연한 배우이기도 하다.
사극은 사실 배우들이 매우 까다로워하는 장르 중 하나다. 그도 그럴것이 현재 사용하는 말투가 아닌, 옛 말을 사용해야 하기에 대사 소화부터 쉽지 않고 사극 특유의 억양은 자칫하면 보는 이들에게 줄 수 있다. 때문에 '사극을 잘하는 배우=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인식도 남아있는게 사실이다.
이준기가 사극과 잘 어울리는 배우라는 뜻은 곧, 연기력이 입증된 배우라는 뜻이기도 하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이준기가 언제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 적이 있었던가.
그럼에도, 사극을 아무리 잘한다고 하더라도 '달의연인' 속 왕소 캐릭터는 까다로울 수 있었던 캐릭터였다. 왕소는 어릴 때부터 얼굴에 흉터를 지닌, 그것도 그 흉터를 낸 사람이 자신의 모친이라는 상처를 지닌 인물. 그만큼 심리 상태는 매우 복잡하다.
태조 왕건의 아들이지만 왕위를 물려받을 수 없고, 어머니의 사랑도 받지 못한, 가면으로 상처를 가리고 살아가야 하는 비운의 황자. 이후 고려 제4대 왕인 광종이 되는 인물이기에 카리스마를 동시에 내뿜기도 해야 하는 인물이었다.
어디 이뿐인가. 로맨스도 그려내야 했다. 현대에서 타임슬립을 통해 고려로 건너온 해수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로 해수를 향한 일편단심 마음을 그려내야 했다.
이렇듯 복잡한 왕소라는 인물을 이준기는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첫 등장부터 강렬함을 안긴 이준기는 극이 진행될수록 왕소 그 자체의 면모를 보였고 '달의연인' 인기의 가장 큰 몫을 해내기도 했다.
마지막까지 이준기는 뛰어났다. 왕정(지수 분)과 해수의 모습에 질투하는 모습부터 해수를 잃고 오열하는 모습, 그리고 홀로 궁에 남은 뒤 공허하면서도 다음 세계에서 해수를 만나고자 하는 애틋함까지 오직 눈빛 하나만으로 표현해냈다.
유종의 미를 거둔 '달의연인'이었지만 초반은 불안했다. 결국엔 모두의 인정을 받아내며 성공을 거뒀지만 이지은, 백현 등이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 와중에 이준기가 중심을 잘 잡아주며 달린 끝에, '달의연인'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이준기가 아니였다면 불가능했을 '달의연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것도 아니다. / trio88@osen.co.kr
[사진] '달의연인' 방송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