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3] 양의지 신들린 리드, NC 타선 농락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1.01 21: 46

왜 양의지(29·두산)가 KBO 리그 최고의 포수를 놓고 다투는 선수인지가 잘 드러난 한 판이었다. 때로는 정석대로, 때로는 변화에 초점을 둔 양의지의 리드는 마이클 보우덴의 힘과 만나 NC 타선을 꽁꽁 묶어냈다.
두산은 1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5회 낸 귀중한 2점을 선발 마이클 보우덴을 비롯한 투수들이 잘 지켜내며 6-0으로 이겼다. 1·2차전 접전에서 모두 승리한 두산은 이날 경기까지 잡고 3연승, 한국시리즈 2연패에 딱 1승만을 남겼다.
기본적으로는 7회까지 힘을 잃지 않고 맹위를 떨친 보우덴의 힘을 칭찬할 수 있는 경기였다. 보우덴은 투구수가 110개를 넘긴 상황에서도 147㎞의 강속구를 던지며 NC 타선을 힘으로 압도했다. 그러나 그런 보우덴의 힘을 이끈 것은 양의지였다. 1차전에서 더스틴 니퍼트, 2차전에서 장원준과 호흡을 맞춰 완벽한 투수리드를 선보인 양의지는 이날 보우덴도 잘 이끌며 빛나는 가치를 과시했다.

특히 NC가 자랑하는 중심타선, 이른바 ‘나이테박’과의 수싸움에서 완승했다. 특히 NC 타자들이 방망이가 잘 나올 만한 높은 쪽 빠른 공을 적시에 요구해 대단한 효과를 만들어냈다. 1회부터 그런 모습이 나왔다. 나성범과의 승부에서 2~4구, 3구 연속 포크볼을 요구해 시야를 분산시킨 양의지는 6구째 빠른 공을 높은 코스로 유도해 헛스윙 삼진을 유도해냈다.
1회 테임즈와의 풀카운트 승부에서는 6구째 136㎞ 슬라이더를 한가운데 요구해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테임즈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슬라이더였다. 2회 이호준의 타석 때는 1B-2S에서 5구째 147㎞ 빠른 공으로 정면 승부를 걸어 역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베테랑 이호준 역시 예상하기 쉽지 않은 빠른 승부였다. 2회 박석민과의 승부에서는 2S 이후 3개의 포크볼을 섞는 등 다양한 볼 배합을 가져갔고 결국 9구째 132㎞ 슬라이더로 박석민의 타이밍을 완벽하게 뺏었다.
0-0에서 무사 1,2루에 몰린 4회는 백미였다. 테임즈는 1S 이후 역시 하이패스트볼을 요구해 3루수 뜬공을 잡아냈다. 이 코스는 테임즈가 약점을 보이면서도 비교적 방망이가 잘 나오는 코스인데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이후 이호준은 4구째까지 모두 빠른 공으로 승부했다. 이호준의 배트가 늦다는 판단이었다. 그렇게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든 양의지는 5구째 높은 쪽 슬라이더를 요구해 체크스윙을 이끌어냈다. 박석민도 높은 쪽 빠른 공으로 일찍 승부를 걸어 2구만에 투수 앞 땅볼로 요리했다. 이 이닝 무실점은 두산 승리의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
6회에도 역시 테임즈를 빠른 공 승부로 3루수 뜬공 처리한 양의지-보우덴 배터리는 2-0으로 앞선 7회 무사 1루에서도 힘을 발휘했다. 박석민은 3구째까지 철저히 바깥쪽으로 갔다. 그리고 4구째 하이볼로 파울을 만들어냈고, 5구는 슬라이더를 섞었다. 코스와 구종 모두를 좁히지 못한 박석민은 6구째 역시 빠른 공에 대처하지 못하고 힘 없는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났다.
이후 나온 NC의 대타 작전도 완벽하게 무력화시켰다. 모창민 타석 때 초구 패스트볼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을 간파한 양의지는 2구도 패스트볼을 요구해 카운트를 잡았고 3구째에 곧바로 패스트볼로 정면 승부를 걸어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권희동도 초구와 2구 모두 패스트볼로 대응을 실험했고, 4구째 바깥쪽 꽉 차는 패스트볼로 루킹 삼진을 잡아냈다. 보우덴의 힘과 제구도 워낙 좋았지만 양의지의 두뇌가 NC 타자들 머리 위에 서 있음을 대변하는 장면이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창원=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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