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비라이트] '가려진 시간', 강동원 비주얼 보는 영화는 아니다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6.11.01 18: 26

배우 강동원과 판타지가 만났다. 그래서인지 유독 이 영화는 강동원의 비주얼이 부각될 것으로 예상됐다. 강동원에 무려 판타지 장르라니. 안그래도 현실같지 않다는 평을 듣는 비주얼의 소유자 강동원의 외모적 매력이 극대화, 어쩌면 전부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가려진 시간'은 강동원의 비주얼을 보기 위해 관람하는 영화는 아니다. 물론 그의 외모가 여느 때처럼 열 일하는 것은 맞지만 그보다는 소녀의 감정선, 어른소년의 감성에 따라가는 작품이다.
1일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가려진 시간'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열렸다. ‘가려진 시간’은 독립영화 ‘잉투기’로 주목을 받은 엄태화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 워낙 범상치 않은 감각으로 주목받았던 감독이기에 그가 그려낼 판타지 세계가 주목받았던 바다. 더불어 엄태화 감독과 강동원의 만남 그 자체도 영화계 안팎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다.
뚜껑을 연 '가려진 시간'은 의문의 실종사건 후 어른이 되어 나타난 소년과 그를 믿어준 유일한 소녀 사이에서 벌어진 이야기를 한 편의 잔혹통화처럼 그려냈다. 확실히 감독의 실험적인 색채가 묻어난다. 몇 년간 안방극장에서 판타지 장르가 유행이지만 그 콘텐츠들이 쉽고 빠르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라면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판타지물 '가려진 시간'은 묘하고 느리고 진지하다.

보름달과 동굴, 환한 빛을 내뿜는 정체모를 돌과 멈춰버린 시간. 신화적이고 마법같은 소재와 이야기가 소년-소녀의 애틋한 멜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아이가 멈춰버린 시간으로 인해 갑자기 어른이 됐을 때 둘의 관계는 마치 (장르는 전혀 다르지만)'레옹'처럼 오묘한 색채를 갖게 되는데, 강동원은 그런 부분에서 탁월한 캐스팅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아역 신은수와 만들어내는 한 폭의 그림같은 이미지는 이 영화의 아름다움을 담당한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마치 그림을 조각조각 붙여놓은 이미지 중심 영화처럼 강동원의 얼굴만 넋 놓고 바라보게 만들지는 않는다. 사실 영화는 소녀 수린(신은수)의 이야기로, 그의 감정을 따라간다. 엄마를 잃고 외롭게 지내던 수린의 세계에 어느 날 갑자기 성민(이효제/강동원)이 들어오면서 소녀는 사랑하고 아프고 다치며 성장한다. 마지막 새아버지와의 변화된 관계는 이런 수린의 성장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어쩌면 이 영화는 판타지라는 장르를 빌려온 수린의 성장드라마일지도 모른다. 연기 경험이 전무한 신은수는 그런 부분에서 보는 이를 집중하게 만드는 힘을 지녔다.
그간 강동원은 굳이 '늑대의 유혹'까지 거슬러가지 않고 최근작만 보더라도 '군도:민란의 시대', '검은 사제들', '검사외전' 등에서 의도치 않고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외모적인 매력으로 대중을 압도하는 힘을 뽐냈던 바다. 
이런 그에게 오히려 '가려진 시간'은 비주얼적인 관심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다. 단순히 그가 깔끔하지 않은 장발을 하고 허름한 옷을 입고 노인 분장을 해서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이건 작품의 힘이다.  
강동원, 신은수, 김희원, 문소리 등이 출연한다. 16일 개봉. /mk3244@osen.co.kr
[사진]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가려진 시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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