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건국 이래 전무후무한 비선실세 '최순실 게이트'가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방송계에서도 이를 풍자하고 있다. 통쾌하지만 씁쓸한 현실이다.
시작은 역시 '국민 예능' MBC '무한도전'이다.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무한도전'은 '그래비티 특집'으로 꾸려졌다. 멤버들은 무중력 실험에 나섰고 제작진은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이라는 자막을 더했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도와준다"고 말해 여러 가지 추측을 낳게 했다. '무한도전'이 이를 비꼰 셈. 여기에 "끝까지 모르쇠인 불통왕", "들었어야 할 분은 딴 얘기 중", "요즘 뉴스 못 본 듯"이라는 자막으로 그분을 떠올리게 했다.
또 멤버들은 '오방색 풍선'을 타고 공중에 떴는데 이 '오방색'이란 표현은 최순실 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연결고리로 손꼽히는 오방낭을 연상하게 했다. '순식간에 두둥실',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서 출발'이라는 자막도 눈길을 끌었다.
다음 날 MBC 주말드라마 '옥중화'도 거들었다. 30일 방송에서 극 중 무당은 "끝장을 내려면 더 공력을 쏟아야 한다. 이것이 오방낭이다. 간절히 바라면 천지의 기운이 마님을 도울 것"이라고 말해 듣는 이들을 속시원하게 했다.
SBS '런닝맨'도 나섰다. 게스트들이 기존 멤버들을 조종한다는 '아바타 하우스' 특집이었는데 게스트들이 '실세'로 묘사돼 자연스럽게 최순실 씨로 이어졌다. "이 하우스의 실세는 난데?"라는 자막이 대표적.
좀 더 독한 '디스'도 이어졌다. "간절히 먹으면 온 우주가 도와 그릇을 비워줄거야", "비만실세 그분이 시키는 대로 매트 들고 도망가는 하하"를 비롯해 최순실 씨의 이름이 연상되는 "오해금지 실제로 참 순하고 실한데"라는 자막이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tvN도 빠질 수 없었다. 31일 전파를 탄 '막돼먹은 영애씨15'에서 영애(김현숙 분)는 말 농장에서 자신에게 사기치고 도망간 황사장을 목격했다. 도망가는 그를 잡고자 영애는 말을 훔쳐타고 뒤쫓았다.
이 때 제작진은 "영애씨 말 타고 '이대'로 가면 안 돼요"라는 자막을 붙였다.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승마로 이화여대에서 특혜 의혹을 받고 있는 걸 꼬집은 것.
게다가 제작진은 "말 좀 타셨나봐요? 리포트 제출 안 해도 B학점 이상"이라는 자막으로 정유라 씨의 특혜 의혹을 더욱 신랄하게 지적했다. '사이다' 같은 자막에 안방 시청자들은 또 다른 재미를 느꼈다.
정국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예능계와 드라마계가 더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국민들이 그나마 웃음 지을 수 있도록 제작진들이 온 우주의 기운을 모아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 방송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