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의 인디살롱] 싱어송라이터 가호 “아프고 가난한 만큼 새 희망을 노래해야죠”
OSEN 표재민 기자
발행 2016.11.01 14: 59

[OSEN=김관명 칼럼] 1986년생으로 우리나라 나이로 올해 31세인 가호(본명 임지선)는 한양대 무용과를 졸업한 뒤 싱어송라이터로 인디신에 뛰어들었다. 졸업을 앞두고 ‘갑자기’ 양쪽 귀가 안들리기 시작했고, 그러자 오히려 자신의 생각을 평소 좋아하던 음악에 싣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드럼 진동에 맞춰, 그리고 다른 연주자들의 연주 타이밍에 맞춰 건반을 치며 노래를 하기를 6개월. 그러다 또 ‘갑자기’ 귀가 열리는 진귀한 체험을 헸고, 그때부터 그러니까 2011년 11월부터 본격적으로 곡을 쓰고 무대에 서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2012년 5월 처음 세상에 나온 디지털싱글이 등 돌린 연인을 선인장에 비유한 ‘선인장’이었다. 가호는 이후 서늘한 목소리와 먹먹한 피아노로 삶의 가장 힘든 순간을 그린 싱글 ‘모든게 다 우울한 밤에’(2013년 4월), 사랑 만남 이별을 하나의 이야기에 담은 첫번째 미니앨범 ‘안녕, 언젠가’(2014년 1월), 그녀만의 여린 감성과 파스텔톤 음색으로 깨고싶지 않은 한여름밤의 꿈을 노래한 싱글 ‘Day Dream’(2014년 8월)을 냈다. 이러는 사이 “담담한 목소리로 지나간 사랑에 대한 소중한 추억과 짙은 그리움, 피할 수 없는 외로움을 노래하는” “그래서 결국 삶에 대한 담담한 위로를 건네는 싱어송라이터”로 팬층을 조금씩 넓혀갔다.
지난해 개인적인 사정으로 ‘음악을 포기하기 직전까지’ 갔던 가호는 올해 들어 ‘보란듯이’ 더욱 창작에 불을 지피고 있다. 직감적으로 이별이 다가왔음을 깨달은 연인의 이야기 ‘우리는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3월4일), “하루를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20,30대를 위한 위로와 힐링의 노래 ‘하루살이’(5월16일), 그녀의 노래 중 거의 유일한 ‘사랑진행형’ 곡인 ‘Do You Feel The Same’(8월18일) 등 3곡의 디지털 싱글을 연이어 낸 것. 이별, 위로, 희망 등 그녀가 노래하는 스펙트럼은 더 넓어졌고 음색은 그 촉감이 더 진해졌다.

그런 그녀가 지난달 총 5곡이 수록된 두번째 미니앨범 ‘Suddenly’를 냈다. 어쩌면 지금까지 가호만이 그려내고, 가호만이 노래할 수 있었던 4년여의 농밀한 이야기를 현재진행형으로 담은 앨범이다. 올해 발표한 디지털 싱글 3곡과 함께, 첫번째 미니앨범 수록곡 ‘언젠가 우리’를 완전히 새롭게 변신시켜 수록한데다, 올 가을에 더할나위없이 어울리는 신곡 ‘온통 너로 가득해’가 모두 담겼기 때문이다. 짙은 주황색 하이힐이 예뻤던 그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가호, 이름이 특이하다.
“신의 가호를 바란다는 뜻에서 가호다. ‘가오 잡다’의 그 ‘가오’가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다(웃음). 2012년부터 예명으로 쓰고 있다. 영어로는 ‘bless you’다.”
= 무용과를 나와 노래를 쓰고 부르고 있다.
“4학년때 여러 회의가 들어 무용을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 양쪽 귀가 안들리기 시작했다. 난청이 온 것이다. 그러자 오히려 내 이야기를, 내 음악을 하고 싶더라. 드럼의 진동에 맞춰 6개월 동안 카피밴드를 하고 친구들과 합주를 하면서 보내는데 ‘갑자기’ 귀가 열렸다.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니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곡을 쓰기 시작했다.”
= 지금은 괜찮나.
“다시 왼쪽 귀가 안들리는 상태다.”
= 이제 노래를 들어보자. 먼저 1번트랙 ‘우리는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올 3월에 싱글로 나왔던 곡이다.
“초창기에 혼자 기타 치면서 불렀던 노래다. 이별을 예감한 연인들의 공허한 마음을 그렸다. 누가 먼저 얘기를 꺼내야 하나, 그런 상태 말이다. 그래서 허밍이 많다. 원래 6분짜리 곡인데 편곡을 거치면서 줄어들었다.”
= 피처링한 승기는 누구인가.
“(최)지훈이의 친구다. 최지훈은 공연팀에서 건반을 쳐주는 친구다. 얼마 안있으면 군대 간다. ‘언젠가 우리’를 제외한 새 앨범의 모든 곡들을 이 친구가 기초 편곡을 해줬다. 어쨌든 이 노래를 부를 서브보컬을 구했는데 녹음당일 승기랑 연락이 됐다. 5, 6번 불러보고 피처링을 해줬다. 이 친구가 베이스도 쳐줬다.”
= 2번트랙은 신곡이자 서브타이틀곡 ‘온통 너로 가득해’다. 이미 팬들 사이에서는 ‘가호 앨범 수록 1순위’로 꼽혀온 노래다.
“밤에 침대에 누워있었는데 ‘갑자기’ 예전에 만나던 사람이 생각났다. 그립다는 그런 감정은 아니었는데 어떤 기억이 진하게 남았더라. 잊고 싶은데 ‘불현듯’ 떠오르는 그런 기억이 누구한테나 있지 않나. 곧바로 가사가 써졌고 기타를 잡고 멜로디를 붙였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힘들게 부른 노래다. 내 노래 중 클라이막스가 있는 거의 유일한 노래다(웃음). 내가 성량이 작은 편이라서 공연 때는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를 쓰는데, 이번 녹음에서는 보컬을 앞으로 뺄 수 있으니까 일렉 기타(서상은)와 키보드(양태경)를 썼다.” 
= 타이틀곡 ‘언젠가 우리’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바이올린 첼로 소리도 듣기에 좋고.
“내가 발표한 노래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다. 2014년 첫 EP에 실렸던 노래인데, 당시에는 재정 문제 때문에 그렇게나 하고 싶었던 현악 편곡을 못했다. 이번에 비로소 현악이 들어가니 훨씬 세련되고 고급스럽더라. 눈물까지 나올 뻔했다. 이전 곡과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진 것을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가사는 헤어진 후 잊혀지는 아쉬움에 대한 내용이다. 잊고 싶은데 잊혀지는 건 아쉬운, 그런 감정에 관한 이야기다. 내용상 ‘온통 너로 가득해’에 이어진다.”
= 그러고 보면 앨범 전체가 하나의 이야기다.
“맞다. 1번이 만나고 있지만 위기의 순간이자 이별 직전의 상태, 2번이 이별 직후 그러니까 가장 마음 아플 때, 3번이 서서히 잊혀져가는 상태, 4번이 이별 따위는 신경쓸 틈조차 없는, 그냥 사는게 힘들 뿐인 상태, 5번이 다시 사랑을 하겠다는 희망의 노래다.”
= 4번트랙 ‘하루살이’는 요즘 청춘들에 대한 위로다.
“사실 올해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어 이제 노래를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몸도 많이 안좋고 가난하고. 그렇게 힘들어 집에 들어와 이불에 코 박고 누웠는데 이 노래 가사가 텍스트로 지나가더라. 그래서 말로 옮겨보니까 곧바로 멜로디가 붙었다. 펑펑 울다 말고 나오는 대로 멜로디를 핸드폰으로 녹음해서 겨우겨우 탄생한 노래다. 용기를 내 다시 무대에 서서 가장 먼저 부른 노래이기도 하다. 꿈이 없는 요즘 20,30대 이야기라 다 공감해주실 것 같다. 뮤직비디오도 그래서 옷도 안 예쁜 것 입고 화장도 안했다.”
= 마지막트랙 ‘Do You Feel The Same’은 무척 밝은 분위기인데.
“지난해 9월 스웨덴에 5일 동안 갔었다. 그때 만나던 사람이 스웨덴 사람이었는데, 스웨덴이라는 나라가 참으로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는 나라더라. ‘여기가 오로라가 자주 출몰하는 곳이야’라던 그 곳에서 정말 오로라가 생겼다. 그리고 많은 연인들이 앉아있는 광장에 갔는데 그 모습들이 예뻤다. 그러면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그러니 예쁜 가사가 써질 수밖에. 사실 당초 이번 앨범 타이틀곡으로 생각했던 노래다. 어쨌든 앨범 전체 구성으로 보면, 마지막 트랙인 동시에 ‘다시 사랑을 하겠다’는 희망이 담긴 노래다. 하지만 라이브로 부를 때는 굉장히 낯간지럽다.(웃음)”
= 그 스웨덴 친구와는 어떻게 됐나.
“헤어졌다. ‘스웨덴에서 같이 살 수 있냐’고 내게 물어보는데 자신이 없더라. 사실 스웨덴에 갔다온 것조차 부모님은 모르신다.(웃음)”
= 새 앨범이 잘 됐으면 좋겠다. 앨범 말고 새 프로젝트가 있다고 들었는데.
“12월21일 자장가 앨범 ‘Your Night’이 나올 예정인데 이를 위해 클라우드 펀딩을 하고 있다.(10월31일 현재 목표금액 200만원 중 42만원 모금) ‘안녕’, ‘내사랑’, ‘잘자요’, ‘굿나잇’ 4곡이 실린다. 내 노래가 사람들의 불면을 퇴치하고 고요한 잠으로 사뿐히 안내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모금액은 앨범 및 뮤직비디오 제작 등에 사용된다. 후원해주신 분들한테는 내가 만든 디퓨저를 선물해드릴 생각이다.”
= 열심히 사는 모습이 보기 좋다. 긴 시간 인터뷰 감사드린다.
“‘하루살이’란 곡은 너무 혼자서 아둥바둥 만들었던 곡이다. 그런데 미러볼뮤직(‘Suddenly’ 앨범 유통사) 이창희 대표가 ‘제대로 작업을 해보자’고 해서 탄생할 수 있었다. 공연 때 이 노래를 부르면서 울컥 했다. 나는 참으로 인복이 많은 사람 같다.” / kimkwmy@naver.com
[사진] 미러볼뮤직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