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특급'이 벼랑 끝에서 돌아왔다.
시카고 컵스는 31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리글리필드에서 열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월드시리즈 5차전에서 3-2로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 2승3패를 만들었다.
컵스는 탈락 위기에서 벗어났다. 선발 존 레스터의 6이닝 2실점 역투도 눈부셨고, 크리스 브라이언트의 부활의 동점포 등 인상깊은 장면은 많았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백미는 3-2로 앞선 7회초 1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아롤디스 채프먼의 투구였다.
컵스는 3-2의 살얼음판 리드를 하고 있었다. 선발 레스터가 내려간 뒤 7회부터 칼 에드워즈 주니어를 올렸다. 하지만 선두타자 마이크 나폴리에 안타를 내준 뒤 카를로스 산타나를 뜬공 처리해 아웃카운트를 추가했다.
여기서 조 매든 감독이 움직였다. 불펜에는 채프먼이 몸을 풀고 있었는데, 결국 채프먼을 불러 올렸다. 7회 1사후 등판. 채프먼의 7회 등판은 지난 신시내티 레즈 시절인 2012년 이후 약 4년 만에 처음이었다.
채프먼에게 아웃카운트 8개가 맡겨진 셈.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채프먼의 조기 등판으로 별 다른 성과를 보지 못한 컵스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채프먼은 호세 라미레즈를 삼진 처리한 뒤 브랜든 가이어에 몸에 맞는 공으로 내보냈지만 로베르토 페레즈를 2루수 땅볼로 처리해 위기를 넘겼다.
8회도 쉽지는 않았다. 1사후 라자이 데이비스에 안타를 내준 뒤 연달아 2루와 3루 도루를 허용했다. 그 사이 제이슨 킵니스는 좌익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다. 하지만 채프먼으로서는 궁지에 몰렸다. 타석에는 클리블랜드 포스트시즌의 히어로 프란시스코 린도어. 하지만 채프먼은 수세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고 린도어와 정면승부를 펼쳤고 2B2S에서 바깥쪽 낮은 코스로 101.3마일짜리 포심 패스트볼을 꽂아넣어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고비를 넘긴 채프먼에 9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폴리와 산타나, 라미레즈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고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이날 채프먼은 42개의 공을 던졌는데, 올시즌 최다 투구였고(종전 38개), 당연히 최다 이닝 소화였다. 벼랑 끝에서 돌아온 쿠바 특급의 활약으로 컵스는 3-2의 리드를 지키면서 월드시리즈를 6차전까지 끌고갔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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