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결승전' 만들어 낸 삼성, 노력과 뚝심에 박수를
OSEN 신연재 기자
발행 2016.10.31 09: 43

 지난 3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스테이스플스 센터’에서 열린 ‘2016 LoL 월드 챔피언십(이하 롤드컵)’ 결승전은 역대 최고의 결승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SK텔레콤과 삼성은 풀 세트 접전을 펼치며 약 6시간 동안 현장을 뜨겁게 달궜고, 각종 슈퍼 플레이와 최상위권 팀다운 경기 운영이 보는 즐거움을 극대화했다.
우승컵을 가져간 건 마지막 5세트를 승리로 장식한 SK텔레콤이었지만, 이번 경기가 역대급 결승전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준우승에 빛나는 삼성 덕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삼성이 보여준 엄청난 경기력은 롤드컵 결승에서 언제나 상대를 압살했던 SK텔레콤을 역스윕의 위기로 몰았고, 롤드컵 역사상 최초의 결승 풀세트라는 기록을 만들어냈다.
삼성이라는 팀 이름만 놓고 보자면 이미 롤드컵 우승(2014시즌 삼성 화이트)을 기록한 바 있는 명문 팀이다. 하지만 이후 화이트와 블루의 모든 선수들이 이적을 택했고, 코치진 역시 최우범 코치(현 감독)을 제외한 채 모두 빠져나가며 삼성은 사실상 완전히 새로운 팀이 됐다.

그렇게 탄생한 신(新)삼성은 프로 무대에 경험이 있는 ‘레이스’ 권지민-‘퓨리’ 이진용, 아마추어 3인방 ‘큐베’ 이성진-‘이브’ 서준철-‘블리스’ 박종원과 함께 2015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그 해 스프링 시즈에는 승강전까지 내려가며 강등의 위기를 겪었고, 서머 시즌에는 6승 12패를 기록하며 10팀 중 7위에 머물렀다.
하위권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만 같던 삼성은 당시 CJ 소속이었던 ‘엠비션’ 강찬용을 영입하며 2016 시즌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강찬용은 개개인의 기량을 뛰어나지만 경험과 노련함을 바탕으로 한 팀적 운영이 부족한 삼성의 단점을 메울 수 있는 확실한 베테랑이었다.
강찬용과 함께 삼성은 성장의 궤도에 올랐다. 스프링 시즌에는 ‘봄의 호랑이’라 불리며 최고 주가를 달리던 ROX에게 첫 패배를 선사하기도 했고, 10승 8패로 승률 5할을 넘기는 호성적을 이뤘다. 2부 리그에서 활동하던 원딜 ‘룰러’ 박재혁이 합류한 서머 시즌은 오랜 기간 3강 체제를 지켜온 SK텔레콤-ROX-KT을 턱 밑까지 추격하며 부활의 불씨를 당겼다.
그리고 롤드컵 한국대표 선발전에서 새 역사를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정규 리그에서 단 한 세트도 승리하지 못했던 KT를 상대로 승리하며 롤드컵 티켓을 거머쥐게 된 것이다. 상대 전적 0-19를 극복한 드라마틱한 승리였다. 롤드컵 조별예선에서도 죽음의 조라 평가됐던 D조에서 5승 1패라는 좋은 성적으로 일찌감치 1위를 확정했다.
이후 8강에서 C9, 4강에서 H2K를 3-0 셧아웃 시키며 결승에 올랐지만, SK텔레콤과 맞붙게 된 삼성을 바라보는 팬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상대적으로 본선 대진운이 좋았고(SK텔레콤은 RNG와 ROX를 꺾고 올라왔다), 그간 보여준 팀 상성에서도 SK텔레콤이 크게 앞섰기 때문.
하지만 삼성은 결승에 오를만한 실력이 있는 팀이라는 걸 스스로 증명해냈다. 1, 2세트를 내리 패하며 위기에 몰렸지만 특유의 뚝심을 발휘해 3세트를 역전해냈고, 4세트까지 승리를 거두며 풀 세트를 만들어냈다. 2013시즌 로얄 클럽을 상대로 3-0, 2015시즌 ROX를 상대로 3-1로 승리하며 손쉽게 두 개의 우승 트로피를 꿰찼던 SK텔레콤을 처음으로 위기에 내몬 것이다.
비록 아쉽게 5세트를 패배해 왕좌를 탈환하지는 못했지만 현장의 팬들은 최고의 무대를 꾸며준 삼성에 ‘Let’s go 삼성’을 연호하며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생중계로 경기를 지켜본 국내 팬들도 ‘삼성 진짜 강하네, 정말 최고의 선수들’ ‘괜히 결승에 간 게 아니다’ ‘박수 받아 마땅하다’ 등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5년 봄, 승강전이라는 위기까지 몰렸던 삼성은 세 시즌 만에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엄청난 성장 스토리를 완성했다. 삼성의 성장 드라마는 최강 팀으로 꼽히는 SK텔레콤과 ROX가 창단 초기부터 선전하며 줄곧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과는 또 다른 감동을 안겨준다. 이제 막 커리어를 쌓기 시작한 삼성이 2017년에는 어떤 결과물로 우리를 놀라게 할 지 그들의 행보를 지켜보자. /yj01@osen.co.kr
[사진] 라이엇게임즈 플리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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