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두산은 5-1로 승리하며 2연승을 달렸다. 선발 장원준이 9회 2사까지 1실점으로 완투급 피칭을 했고, 두산 타선이 8회 대거 4점을 뽑으며 승리했다. 경기 직후 KBO가 발표한 데일리 MVP는 대부분 취재진이 예상한 장원준이 아닌 포수 양의지였다.
데일리 MVP는 경기 후 KBO 경기운영위원이 선수들의 성적을 놓고 판단해 결정한다. KBO 관계자는 "양의지가 2차전에서도 뛰어난 투수 리드와 공격에서도 4타수 3안타(2루타 1개) 2타점으로 활약한 것을 높게 평가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사실 두산으로선 누가 MVP를 받더라도 크게 중요하진 않을 것이다. 팀 승리가 우선. 그리고 양의지도 충분히 MVP 자격이 있다. 1차전 니퍼트와 2차전 장원준의 호투 뒤에는 그의 든든한 리드가 있었다.
니퍼트와 장원준은 마운드에서 사인을 교환할 때 고개를 가로 젓는 모습이 좀처럼 없었다. 양의지를 믿고, 양의지의 사인대로 따라 던졌다. 니퍼트는 1차전 1회 양의지의 요구대로 직구만 15개를 던졌다. 충분히 쉬고 나온 니퍼트가 150km가 넘는 강속구로 밀어부친 다음 중반부터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기막힌 타이밍에 던졌다.
포수 출신의 김태형 두산 감독은 "투수 리드는 타자가 못 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투수를 잘 다독여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양의지는 2차전 후 "1회 장원준의 볼에 힘이 좋았다. 실전 감각을 고려해 처음에는 맞아도 직구를 많이 던지자는 생각이었다. 2회부터는 구종을 잘 섞어간 게 잘 먹힌 것 같다"고 말했다. 장원준은 양의지의 최고 장점으로 "매사에 능구렁이처럼 리드하는 것 같다"고 꼽았다.
이는 적장 김경문 NC 감독의 평가와 비슷하다. 김 감독은 "양의지는 타자의 예상을 벗어나는 볼배합을 잘 한다. 머릿 속에 능구렁이가 숨어 있다"고 평가했다.
양의지는 1~2차전에서 NC의 자랑 '나테박이'의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듯이 공략했다. 1차전 '나테박이'는 나성범 혼자 1안타를 쳤을 뿐, 나머지 3명은 무안타로 침묵했다. 플레이오프에서 결정적인 홈런 2방을 친 박석민(볼넷 2개)은 승부처에서 최대한 피하며 조심했다.
2차전에서도 나테박이는 장타가 하나도 없었다. 박석민은 무안타였고, 나머지 3명은 1안타씩 쳤지만 엇박자로 단발에 그쳤다. 1~2차전에서 '나테박이'는 29타수 4안타, 타율 0.138이다. 안타 4개는 모두 단타. 양의지는 니퍼트-장원준과 함께 아주 효과적으로 NC 중심타선을 막아냈다.
한편 양의지는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4차전,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각각 데일리 MVP를 받았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선 인연이 없었다. 올해 한국시리즈 2차전 데일리 MVP를 차지하면서 3개 시리즈 모두 데일리 MVP 수상 기록을 채웠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