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영입 보다는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 우승에 도전하겠다".
지난 30일 대구 스타디움에 모인 1만여명의 축구팬들은 대구FC와 기쁨을 함께 나눴다. 후반 34분 터진 세징야의 결승골로 승리를 거둔 대구는 클래식 승격에 성공했다. 지난 2013년 당했던 강등의 아픔을 이겨내고 얻어낸 성과다.
그 중심에는 조광래 사장이 있었다. 지난 2014년 9월 대구에 합류한 조광래 사장은 감독이 아닌 CEO로 부임했다. 팀의 전반적인 운영을 맡았다. 단순히 선수단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구단 살림도 챙겼다.
대구의 클래식 승경과 함께 조 사장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유소년 시스템의 완성'이었다. 유망주를 찾기 위해 사장 역할을 하면서도 전국 방방곡곡을 찾아 다녔다.
자유계약을 통해 쓸만한 인재들을 선발했다. K리그 클래식 팀들도 쉽게 운영하지 못하는 2군팀을 운영하는 대구는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 새로운 도전을 펼칠 생각이다.
재정적인 여유가 많지 않은 대구의 상황에서 조광래 사장의 생각은 당연하다. 올 시즌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들도 대부분 임대상태다. 완전 이적을 시킬만한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광래 사장은 "선수 영입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 육성이다. 지도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많은 돈을 들여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구단 발전을 위해서는 젊은 선수들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감 넘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경남에서 젊은 선수들을 키워 좋은 성적을 거둔 기억이 있다.
2007년 경남에 부임했던 조광래 사장은 2010년까지 팀을 이끌면서 어린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키웠다. 팀을 젊은 선수들로 개편한 뒤 무패행진을 이어가기도 했다.
윤빛가람, 김주영, 이용래, 서상민, 김동찬 등은 조 사장 아래서 국가대표급 선수로 자라났다. 또 외국인 선수들도 연봉이 높지 않은 선수들을 데려와 키워냈다.
서울 시절에도 유망주 발굴에는 일가견이 있었다.이청용(크리스탈 팰리스), 고요한(서울), 고명진(알 라얀) 등을 중학교 때 서울로 입단 시켜 K리그 대표 선수로 키워냈다.
따라서 다음 시즌부터 조광래 사장이 추구하는 선수 키워내기는 분명 팀 자체에 큰 변화로 다가올 가능성이 높다. 어린 선수들의 장점을 극대화 시켜 팀에 보탬이 된다면 경기력 뿐만 아니라 팀 재정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동안 K리그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시-도민 구단들은 정치적인 입김을 피하지 못했고 제대로 된 지원이 없으면 성적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미 조 사장이 경남 재임시절 자급자족의 가능성을 열었기 때문에 자신감이 붙은 상황이다.
감독을 경험하고 구단 운영을 맡으면서 더욱 선수 육성에 대한 의지가 강해졌다. 조 사장은 "나는 만만한 사람이 아니다. 분명 뜻을 가지고 임할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선수를 잘 만들어 내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구단들은 철저하게 비전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려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 10bir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