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임기응변 두산, 틀에 갇힌 NC '희비교차'
OSEN 조형래 기자
발행 2016.10.31 06: 00

틀에 갇힌, 정형화 된 기본기보다는, 기본기를 응용한 상황에 따른 임기응변과 순발력이 두산과 NC의 승패를 나뉘게 만들었다.
두산은 선수들의 상황 대처 능력은 돋보이며 정답을 만들었고, NC는 틀에 갇혔다. 이 차이가 결국 한국시리즈 첫 2경기의 승패를 완전히 갈라 놓은 결정적인 요소였다. 이는 남은 한국시리즈 경기에서도 중대 요소가 될 것이 자명하다.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1·2차전은 모두 두산이 가져갔다. 1차전 두산은 NC와 연장 접전을 펼친 끝에 두산이 연장 11회 오재일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1-0으로 승리를 거뒀다. 2차전 역시 팽팽하게 경기를 치렀지만 결국 두산이 8회말 4점을 뽑아내 5-1로 승리를 거뒀다. 

접전의 승부에서 미묘한 차이를 낸 것은 두산이었고, NC는 스스로 그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했다. 두산은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여유를 갖고 스스로 상황에 따른 순발력으로 수세를 극복했다. 반면, NC는 순간의 대처들이 늦었고, 그 늦은 대처들로 상대에 분위기를 뺏기는 양상이 반복됐다. 결국 두산은 스스로 정답을  개척했고 NC는 그대로 머물렀다.
두산은 1차전, 13개의 잔루를 남기는 등 득점권에서 좀처럼 시원스레 터지지 않았다. 투수전 양상이 계속됐던 이유다. 하지만 혈을 뚫은 것은 두산 선수들의 응용력이었다. 11회말, 무사 1루에서 김재호의 타석. 1점만 내면 끝나는 상황에서 벤치는 당연히 희생번트 작전이 나왔다.
1사 2루를 만든 뒤 적시타를 노려보겠다는 복안. 김재호는 실제로 번트 자세를 취했다. 하지만 2B1S에 김재호는 강공으로 돌변, 타격 했다. 이 타구는 중견수 방면으로 떴지만, 낮에서 밤으로 하늘이 바뀌는 사이에 공이 하늘 속에 숨으며 행운의 중전안타가 됐다.
경기 후 김태형 감독은 "처음 벤치 사인은 번트였다. 그런데 (김)재호가 상대 1루수와 3루수가 워낙 앞으로 나와서 강공으로 간 것 같다. 이런 경우라면 선수에게 맡기는 게 맞다"며 설명했다. 즉, 김재호의 판단이 만든 행운의 안타였던 것. 
계속된 무사 1,2루에서도 두산은 선수들의 기지가 빛났다. 박건우의 좌중간 뜬공 때 1,2루 주자가 모두 태그업을 하며 1사 2,3루를 만들었다. 타구가 얕았지만 좌중간의 타구, 상대 야수들의 콜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을 간파해 2루 주자 허경민은 3루까지 내달렸다.
또한 1루 주자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누상에 붙어있는 경우가 대다수지만, 1루 주자 김재호는 송구가 3루로 향한 틈을 놓치지 않고 과감하게 2루로 내달렸다. 이 플레이로 NC를 더욱 압박했고, 이는 오재일의 끝내기 희생플라이의 발판이 됐다.
반대로 2차전에서는 NC의 부족했던 임기응변이 도드라졌다. 1-1로 간신히 동점을 만든 뒤 맞이한 8회말, 무사 1루. 오재원에 희생번트 작전이 나왔고, 작전을 수행했다. 하지만 타구가 투수 해커 쪽으로 정직하게 향했다. 1루 주자를 2루에서 잡아낼 수 있던 상황.
KBO리그 투수들 가운데 수비력이 좋은 편인 해커는 모험을 걸 만 했다. 하지만 해커는 타자만 아웃시켰다. 해커의 수비력이라면 2루에서의 아웃도 충분히 가능한 타이밍이었다. 해커는 기본과 안정을 택했다.
이어진 1사 2루에서도 상황은 아쉬웠다. 민병헌의 깊숙한 3-유간 땅볼 때에도 유격수 지석훈이 타구를 걷어내 1루에서 아웃시켰다. 여기서 2루 주자가 3루로 향했는데, 지석훈이 여유가 있었다면 3루에서 다시 한 번 모험을 걸 수 있었다. 타이밍 상으로도 아웃 가능성이 높았고, 통상 3-유간 깊숙한 타구 때 2루 주자가 3루로 향하며 오버런 하는 경우도 많기에 3루로 송구했다면 의외의 상황도 노려볼 수 있었다.
결국 NC는 안정적인 선택으로 만든 2사 3루에서 해커의 폭투가 나오며 결승점을 내주게 됐다. 안전을 담보로 한 선택이 빛을 보지 못했다. 기본에는 충실했지만 응용면에서 떨어졌다.
김경문 감독은 1차전 9회초 박민우가 우중간 안타를 때렸을 때 2루까지 향하다 횡사한 것을 두고 "그런 시도를 해야 한다.  처음부터 안전한 야구는 하지 않겠다고 했다. 상대 수비가 잘 끊어서 아웃된 것이다. 결과로 이야기하면 안 된다"는 말로 기본에서 더 나아간 순발력을 발휘해 주기를 선수들에 바랐다. 
두산 김태형 감독 역시 벤치의 작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더라도 선수들의 상황 판단력에 따른 임기응변에 박수를 쳐줬다. 선수들을 믿고, 작전 미스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도록 편한 상황을 만들어줬다. 선수들은 자연스레 여유를 갖고 그라운드에 나섰다.
야구에 언제나 정답은 없다. 결과론이라는 명제 아래 그 평가가 매번 바뀐다. 하지만 어느 정도 정석과 공식이라는 것은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석은 기본과 안전의 결과물이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은 플레이를 한다. 선수들의 약간의 순발력과 응용력, 임기응변이 더해질 경우, 결과의 차이는 극대화 될 수 있다.
단기전의 경우는 더하다. 경기 향방이 어디로 튈 지 모른다. 작은 플레이 하나가 미치는 영향력은 어마어마하다. 뻔히 보이는 정석을 들고 나왔을 경우 상대의 예측도 쉬워진다. 선수들의 임기응변이 중요한 이유이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그 차이가 극명했다. 두산은 대처가 빨랐고, NC는 아니었다. 남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이러한 차이를 좁히는 것이 결과를 좌우할 전망이다.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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