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들이 가을야구를 지배하고 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포스트시즌 12경기서 선발투수들의 호투가 이어지는 중이다. 정규시즌에선 흔치 않았던 퀄리티스타트가 쏟아져 나온다.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한국시리즈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두산과 NC는 30일 잠실구장에서 각각 장원준과 해커를 선발 등판시켰고, 각각 8⅔이닝 1실점, 7⅔이닝 3실점으로 각자 역할을 다했다. 이로써 올해 포스트시즌 총 24번의 선발 등판 중 16번 퀄리티스타트가 나왔다. 퀄리티스타트 확률 67%. 정규시즌 퀄리티스타트 확률 34.3%에 약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원인은 많다. 일단 특급 선발투수들을 보유한 강팀들이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선발투수들은 매 경기 내일이 없는 투구를 펼친다. 정규시즌과 달리 체력 안배를 생각하지 않고 전력투구에 임한다. 포수들은 어느 때보다 집중해서 상대 타자들을 분석한다. 내외야 시프트도 마찬가지다. 야수진의 수비 능력도 상위권 팀에 걸맞게 뛰어나다. 실책 하나가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을 명심하며 최고의 수비를 펼친다. 투수력과 분석력, 그리고 수비력까지 조화를 이루며 최소실점 경기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경기 막바지에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서 9회말 끝내기로 1-0 경기가 나온 것을 시작으로, 준플레이오프 4차전, 그리고 플레이오프 4경기 모두 7회 이후에 양 팀의 명암이 갈렸다. 한국시리즈 1차전도 11회 연장 접전 끝에 11회말 끝내기 희생플라이에 의한 1-0 경기였다.
한국시리즈 2차전 역시 경기 후반이 승부처가 됐다. 두산이 4회말 선취점을 뽑았으나, 진짜 승부처는 8회였다. 7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던 장원준은 무사 1루서 지석훈의 번트 타구를 완벽히 처리, 1-6-3 더블 플레이를 만드며 기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대타 모창민에게 좌전안타, 대타 권희동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2사 1, 2루로 몰렸다. 결국 장원준은 이종욱에게 좌전 적시타를 내줘 1-1 동점을 허용했다.
장원준은 계속된 위기서 박민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하며 추가실점을 피했다. 그리고 두산은 8회말 다시 리드를 잡았다. 선두타자 박건우가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고, 오재원의 희생번트로 1사 2루가 됐다. 민병헌의 유격수 땅볼로 2사 3루, 그리고 김재환의 타석에서 해커가 폭투를 범해 3루 주자 박건우가 홈으로 파고들었다. 2-1로 앞서간 두산은 김재환이 우월 솔로포를 작렬, 해커를 마운드서 끌어내리며 승기를 들었다. 이후 에반스의 2루타와 오재일의 적시타, 그리고 양의지의 적시 2루타로 5-1, 사실상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오른 장원준은 아웃카운트 하나 만을 남겨두며 완투승을 눈앞에 뒀다, 그런데 박석민을 우익수 플라이로 잡은 뒤 손가락에 경미한 부상이 생겨 이현승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현승은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비록 활활 타오르는 다득점 경기는 없으나, 끝날 때까지 예측이 불가능한, 1점이 소중한 경기가 반복되고 있다. 그리고 두산은 2경기 연속 경기 막판 날카로운 집중력을 자랑하며 홈에서 열린 첫 2경기를 싹쓸이했다. 시리즈 전적 2승 0패로 리드한 두산은 한국시리즈 2연패에 2승만을 남겨뒀다. / drjose7@osen.co.kr
[사진] 잠실 = 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