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27개의 아웃카운트마다 나오는 상황과 상황이 모여 경기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승리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플레이는 무엇이었을까.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게임 분석을 통해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나온 결정적 순간을 돌아봤다.
NC의 무기력함, 두산의 4회 선취점(4회)
1차전에서 연장 11회까지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한 NC는 2차전에서도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1회 선두 이종욱이 우전안타를 치고 나갔지만 박민우의 투수 땅볼 때 주자가 사라졌고, 3회에도 1사 후 손시헌이 안타를 쳤지만 후속타가 없었다. 그러자 두산이 4회 선취점을 냈다. 이날 상황에서는 승리확률이 가장 높아진 이닝이었다.
56%의 승리확률로 4회를 시작한 두산은 선두 민병헌의 좌중간 안타(60.2%), 김재환의 우전안타(66.6%), 에반스의 좌전안타(74.4%)로 무사 만루를 만들었다. 오재일이 3루수 파울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양의지의 우중간 적시타 때 3루 주자가 홈을 밟아 77.3%로 승리확률이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박민우의 재치 있는 플레이로 이 이닝에서 1점밖에 뽑지 못해 승리확률 그래프가 두산으로 확 넘어가지는 않았다.
병살타 3개, NC 살린 대타 작전(8회)
이에 비해 NC는 힘을 쓰지 못했다. 6회에는 1사 후 이종욱이 우전안타를 쳤지만 박민우가 병살타를 기록했다. 7회에도 1사 후 테임즈가 우전안타를 치며 승리확률을 31%로 끌어올렸지만 박석민이 다시 병살타를 쳤다. 승리확률은 20.8%로 다시 떨어졌다.
이런 NC의 마지막 기회는 8회였다. 선두 이호준이 우중간 안타를 치고 나갔다. 승리확률은 33.8%로 올랐는데 이는 4회말 종료 시점(35.9%) 이후 이날 NC의 최고 승리확률이었다. 그러나 희생번트 더블 플레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나왔다. 번트를 대기 위해 지석훈을 대타로 투입했으나 타구가 투수 장원준 쪽으로 강하게 굴렀다.
이를 장원준이 잡아 지체 없이 2루로 송구해 선행주자를 잡았고 깔끔한 병살 플레이로 타자 지석훈마저 잡아냈다. NC의 승리확률은 33.8%에서 15.7%로 반토막이 났다. 사실상 경기가 두산 쪽으로 넘어가는 듯 했다.
그러나 NC는 집요했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를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대타 작전이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2사 후 대타로 나선 모창민이 좌전안타(18.7%), 또 하나의 대타 카드였던 권희동의 중전안타(25%)로 NC를 어깨를 다독였다. 여기서 이종욱이 좌전 적시타로 승리확률이 25%에서 48.6%까지 치솟았다.
치명적 사인미스, 이번에도 두산이 웃다(8회)
그러나 두산이 곧바로 반격했다. 8회 공격이었는데 NC의 흐름이 이상하게 꼬였다. 선두 박건우가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것부터가 그랬다. 제구가 좋은 해커였고 이날 좋은 투구를 보여주고 있었음을 고려하면 기분 나쁜 출발이었다. 여기서 두산은 오재원이 희생번트를 댔다. 투수 해커가 2루로 승부를 걸 수 있었는데 무리하지 않고 1루에 던졌다. 2루로 던졌다면 아웃을 잡을 수도 있었다. 8회 지석훈의 번트 때 두산 수비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후속타자 민병헌은 3·유간으로 깊숙한 땅볼을 쳤다. 유격수 지석훈이 잘 잡아 타자 민병헌을 1루에서 잡아냈다. 다만 여기서도 아쉬운 대목은 있었다. 3루로 던졌다면 2루 주자를 역시 잡아낼 수 있는 타이밍이기는 했다. NC가 좀 더 세밀한 플레이를 했다면 주자가 3루에 없을 수도 있었다.
마지막에는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김재환 타석 때 해커와 용덕한의 사인이 맞지 않으며 어처구니 없는 폭투가 나왔다. 결국 두 번이나 죽을 위기를 넘긴 3루 주자 박건우가 홈을 밟았다. 두산의 승리확률은 59.5%에서 84.5%까지 폭등했다. 이 폭등의 과정에서 안타는 단 1개도 없었다. 미세한 실책성 플레이가 3개가 겹쳐 결국 두산의 결승점을 만든 셈이 됐다. NC는 전날 연장 11회 김성욱의 실책성 플레이로 경기를 내준 바 있다. 2경기 연속 치명적인 실수가 나왔다.
흐름을 탄 두산은 김재환이 우월 솔로포(93.1%)를 날려 이날 들어 처음으로 승리확률 90%대에 도달했다. 이어 에반스의 2루타(93.8%), 오재일의 적시타(97.2%), 양의지의 적시타(98.7%)로 승기를 잡은 두산은 1·2차전을 싹쓸이하며 한국시리즈 2연패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