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스틴 니퍼트(35)에 이어 장원준(31)까지. 두산 베어스 투수들의 휴식 효과는 실로 엄청났다.
장원준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한국시리즈 2차전 NC 다이노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8⅔이닝 10피안타 5탈삼진 1실점했다. 9월 22일 잠실 kt전 이후 38일 만에 등판한 결과는 만점이었다.
이번 승리로 그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가을 에이스로 자리를 잡았다. 롯데 시절인 2011년 10월 20일 인천에서 벌어진 SK와의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것을 시작으로 그는 포스트시즌 5연승, 한국시리즈 2연승을 기록하고 있다.
전날 1차전에서 니퍼트는 압도적인 구위를 앞세워 NC 타자들을 힘으로 누르다 중반 이후 변화구를 많이 섞는 패턴으로 변했다. 장원준은 이에 비하면 초반부터 비교적 자신이 가진 모든 구종을 고르게 활용했다.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구위가 니퍼트만큼은 아니지만, 경기 초반 겪는 위기가 이날은 없었고, 66구로 5회를 마치며 니퍼트보다 더 경제적인 투구를 보였다.
유일한 실점은 8회초에 나왔다. 무사 1루에 나온 대타 지석훈의 번트를 병살로 연결한 장원준은 2사에 대타 모창민과 권희동, 이종욱의 연속안타에 1실점해 1-1 동점을 허용했다. 하지만 박민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워 역전까지는 허락하지 않았다.
특히 주자가 1루에 있는 상황에서 땅볼을 유도하는 면이 매우 돋보였다. 1회초 자신의 글러브를 맞고 굴절된 타구가 유격수 김재호 정면으로 가는 행운이 따르며 첫 병살 유도에 성공한 장원준은 총 4번이나 병살타로 NC의 공격 흐름을 차단했다.
6회초 1사 1루에 박민우를 2루 땅볼 유도해 병살 처리한 장원준은 7회초 1사 1루에도 박석민을 상대로 유격수 땅볼을 만들어내 아웃카운트 2개를 동시에 얻었다. 8회초 무사 1루에는 지석훈의 번트를 직접 잡아 2루에 송구해 또 한 번의 병살 플레이에 기여했다. 중요한 고비마다 땅볼을 얻어냈기에 9안타를 맞고도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특급투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도 장원준은 삼성 라이온즈를 상대로 7⅔이닝 6피안타 1볼넷 5탈삼진 1실점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된 바 있다. 1승 1패로 맞서고 있던 두산은 장원준을 앞세워 먼저 2승째를 따내고 챔피언이 됐다. 올해도 장원준이 2번째 승리를 가져다준 두산은 한국시리즈 2연패에 더욱 다가섰다.
김태형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그는 경기 전 선발투수 장원준에 대해 “너무 완벽해서 괜찮다. 잘 던지길 바란다. 컨디션은 당연히 좋을 것 같아서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는 말로 그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리고 장원준은 감독의 말을 현실로 바꿔놓았다. 팀의 5-1 승리 속에 그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승리투수가 되는 영광도 맛봤다. /nick@osen.co.kr
[사진] 잠실=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