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포스트시즌 저득점, 심판과도 관련있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10.30 09: 55

PS 11경기서 경기당 평균 5.09점. 정규시즌 11.21점과 큰 차이
수준급 투수 등판 외에도 베테랑으로 편성된 심판진 영향
포스트시즌 들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타고투저가 사라졌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팽팽한 투수전이 펼쳐지더니,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도 저득점 경기가 반복되고 있다. 

기록만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2016 정규시즌 720경기서 8074득점이 나왔다. 경기당 11.21점. 반면 지금까지 포스트시즌 11경기에선 경기당 5.09점에 불과하다. 득점이 반 이상 줄어들었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다. 투수가 강하면 점수는 적게 난다. LG와 KIA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 선발투수 매치업만 봐도, 허프대 해커, 류제국대 양현종이었다. 리그 최정상급 투수들이 전력투구에 임하는 만큼, 다득점 경기가 나올 확률은 낮았다. 이후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서도 수준급 투수들이 줄을 이어 등판했다. LG 소사와 NC 스튜어트는 포스트시즌 에서 정규시즌보다 뛰어난 투구를 펼치기도 했다. 
경기의 중요도도 높은 만큼, 불펜 운용도 정규시즌과는 다르다. 포스트시즌에선 모든 팀들이 필승조 위주로 불펜진을 가동한다. 지고 있어도 역전을 염두에 두고 필승조를 투입시킨다. 추격조나 젊은 투수들을 마운드에 올려 내일을 기약하는 정규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마운드 운용이다. 
정상급 투수만 등판하니 타자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두 번이나 결정적인 홈런을 터뜨린 NC 박석민은 플레이오프 4차전 승리 후 “기본적으로 투수가 완벽한 공을 던지면 타자는 칠 수 없다. 아무리 노리고 있다고 해도 몸쪽으로 꽉찬 강속구가 들어오면 제대로 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실투가 왔을 때 이를 얼마나 공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서 마운드에 오르는 투수들 대부분은 공이 빠르고, 실투가 적다.
덧붙여 구심의 스트라이크존도 투수전을 유도하고 있다. 포스트시즌은 베테랑 심판들이 나선다. 경기의 중요도를 감안해 판정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한국시리즈 1차전 심판진만 봐도 그렇다. 문승훈 구심을 비롯해 김병주 1루심, 나광남 2루심, 김풍기 3루심, 최수원 좌선심, 이영재 우선심 등 모두 20년차 이상의 베테랑으로 심판진이 구성됐다. 
그리고 이들 모두 오랜 경력을 통해 고유의 스트라이크존이 있다. 투수와 포수 또한 베테랑 심판들의 스트라이크존을 명확히 인지한다. 예를 들어 ‘A심판은 우타자 몸쪽을 넓게 본다’, ‘B심판은 낮은 공에 인색하다’ 등의 데이터를 팀들이 갖고 있다. 경기가 쌓이면서 최첨단 장비를 통한 정교한 데이터가 만들어진다.
2014시즌부터 시작된 타고투저 현상은 심판진의 세대교체와도 연관이 있다. 2군에 있었던 젊은 심판들이 꾸준히 1군으로 올라오면서 심판진이 젊어지는 추세다. 그런데 젊은 심판들 대다수가 스트라이크존을 좁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한 야구인은 “우리나라 스트라이크존이 좁아진 것은 심판진 경력과 관련이 있다. 젊은 심판일수록 스트라이크존이 작기 마련이다. 스트라이크 좌우 폭을 홈플레이트 좌우 폭보다 좁게 잡는 경우도 있다”며 “물론 경험이 쌓이면 자신 만의 스트라이크존이 어느 정도 만들어진다. 그러나 처음에는 실수를 줄이기 위해 긴가민가한 공에는 스트라이크 콜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KBO는 올 시즌 종료 후 스트라이크존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일반적으로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와 비교해 몸쪽은 후하지만 바깥쪽이 타이트하다. 그리고 스트라이크존 상하는 메이저리그와 큰 차이가 난다. 결론적으로 KBO리그가 메이저리그보다 스트라이크존이 작다고 할 수 있다. 물론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신장이 KBO리그 타자들보다 큰 점도 스트라이크존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그래도 외국인투수 대부분이 “확실히 미국보다 스트라이크존이 작다. KBO리그만의 스트라이크존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어쩌면 타고투저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결과일지도 모른다. 타자들의 성장속도가 투수들보다 빠르게 때문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 투수보다는 야수들이 많이 진출하는 것만 봐도, 한국에 수준급 투수보다는 수준급 타자가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좁은 스트라이크존까지 더해지면서 ‘타자천국·투수지옥’ 리그가 됐다. 
한 베테랑 투수는 “신인급 심판들이 꾸준히 1군 무대에 오르면서, 스트라이크존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며 “스트라이크존 상하를 공 한 개에서 반 개 사이만 넓혀줘도 경기 판도가 상당히 달라질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변형 패스트볼을 구사하는 투수는 땅볼을 유도하기 쉬워지고, 공이 빠른 투수는 높은 공을 통해 힘으로 타자를 누를 수 있다. 변화구가 스트라이크를 받을 확률도 높아진다. 타고투저를 피하기 위해선 스트라이크존 재정립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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