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S] ‘디테일+자율' 1차전서 드러난 두산의 저력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10.30 06: 01

두산, 배터리 호흡과 공수주 정교함 과시
디테일과 자율공존, 선수들이 경기 풀어가
역시 디펜딩 챔피언다운 경기력이었다.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는 두산 베어스가 연장 접전을 가져가며 기선제압에 성공했다. 두산은 지난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한국시리즈 1차전서 11회말 오재일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1-0 승리를 거뒀다. 

양 팀 총합 1득점 경기였으나, 내용은 웬만한 다득점 경기보다 알찼다. 특히 두산은 공수주에 걸쳐 승리를 위한 다양한 수를 펼쳐보였다. 실점을 피하게 위해 타자의 예상을 깨뜨렸고, 과감하게 수비에 나섰다. 그리고 경기에 마침표를 찍은 득점에도 세밀함이 있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보여준 저력을 돌아봤다. 
▲ 니퍼트 천하무적 만든 양의지 볼배합
1차전에 앞서 양의지는 니퍼트의 컨디션에 대해 “우리 투수들이 그동안 잘 쉬고 잘 준비해왔다. 니퍼트도 그렇다. 개막전에서 평균구속 150km를 찍었었는데 오늘도 개막전처럼 던질 것이다”고 자신감을 비췄다. 실제로 니퍼트는 1회부터 150km를 훌쩍 넘는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1회에 단 하나의 변화구도 던지지 않으며 힘으로 NC 타선을 압도하는 괴력을 선보였다. 
그런데 위기에선 여우처럼 던졌다. 6회초 2사 2루서 이종욱을 상대로 체인지업 위주의 변화구만 구사했다. 니퍼트의 빠른 공에 타이밍을 잡고 있던 이종욱은 변화구가 반복해서 들어오자 혼란에 빠졌고, 결국에는 7구 체인지업에 2루 땅볼로 물러났다. 이종욱에게 던진 공 7개 중 체인지업이 6개, 슬라이더가 1개로 패스트볼은 전무했다. 
7회초 2사 1, 3루 위기서도 니퍼트는 변화구 위주의 투구로 강타자 이호준을 잡았다. 초구 패스트볼 이후 6구까지 공 5개가 슬라이더였고, 결과는 우익수 플라이가 됐다. 리그 최고의 게스히터 이호준이지만, 니퍼트의 투구에는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니퍼트는 1회부터 3회까지 경기 초반 누구도 칠 수 없는 몸쪽 패스트볼을 구사했다. NC 타자들 머릿속에는 몸쪽 패스트볼이 각인되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올 것이라 믿었던 패스트볼은 끝내 오지 않았다.  
주목할 점은 이 모든 볼배합이 양의지에 의해서 나왔다는 것이다. 양의지는 위기 상황에서 단 한 번도 덕아웃을 바라보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도 평소에 “볼배합에 대한 모든 권한은 양의지에게 있다. 덕아웃에서 사인이 나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가끔은 의지가 직접 덕아웃에 투수의 컨디션을 말해주며 교체를 요청하기도 한다”고 말해왔다.
경기 후 니퍼트는 6회와 7회 실점 위기 상황을 두고 “양의지와는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사인에 대해선 이야기를 안 해도 우리만 느낄 수 있는 느낌이 있다. 그저 해온 대로 투구를 했다. 서로 호흡이 워낙 좋고, 이번에도 잘 먹혔다”고 밝혔다. 
니퍼트는 2011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6년 동안 두산 유니폼을 입고 있다. 양의지는 2010시즌부터 지금까지 두산 주전포수로 활약 중이다. 6년 동안 산전수전을 다 겪은 니퍼트 양의지 배터리는 어느 순간 리그 최고로 올라섰다. 니퍼트는 1차전 8이닝 무실점으로 맹활약했고, 지난해 포스트시즌부터 34⅓이닝 연속 무실점 기록도 세웠다. 니퍼트는 KBO리그 포스트시즌 통산 기록을 계속 경신하는 중이다. 
▲ 10회초 1사 3루서 실점 막은 과감한 전진 수비
두산 내야진은 어느 팀보다 과감하고 변화무쌍하다. 특히 주자 3루시 득점을 막기 위해 극단적인 내야 시프트를 펼치곤 한다. 한국시리즈 1차전서도 두산은 10회말 1사 3루 위기서 내야진 전체가 전진수비를 펼쳤고, 대성공을 거뒀다. 
상황은 이랬다. 10회초 선두타자 박석민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대주자 김종호가 빠른 다리를 앞세워 도루에 성공했다. 무사 2루서 NC는 이호준에게 번트를 지시하는 초강수를 꺼냈고, 이호준은 침착하게 희생번트에 성공, 1사 3루가 됐다. 0-0 접전에서 어떻게든 1점을 뽑으려는 NC의 움직임이었다. 
그러자 두산은 2루수 오재원을 비롯한 내야수들이 수비 위치를 앞으로 조정, 내야땅볼이 나왔을 때 3루 주자를 100% 잡을 수 있는 대형을 짰다. 오재원은 마운드 바로 뒤에 위치할 정도로 앞으로 나왔다. '모 아니면 도' 성향이 강한 내야 시프트지만, 두산은 정규시즌에서 수차례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태형 감독은 이러한 극단적 시프트와 관련해 “벤치에서 사인이 나가기도 하지만, 재원이가 직접 수비 위치를 잡는 경우도 있다. 시프트는 신뢰라고 생각한다. 투수 입장에서 내야수들이 앞으로 나와 주면 불안함보다는 든든함을 느낀다. 땅볼만 만들면 실점을 피할 수 있기 때문에, ‘동료들이 그만큼 나를 믿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두산의 시프트는 이번에도 통했다. 1사 3루서 김성욱이 3루 땅볼을 쳤고, 3루수 김종호는 홈으로 제대로 달려보지도 못하고 3루수 허경민에게 태그아웃됐다. 1사 3루가 2사 1루로 급변. 두산은 이용찬이 손시헌에게 2루 땅볼을 유도해 10회초도 무실점으로 막았다. 결정적인 순간 내야땅볼을 유도한 이용찬의 투구도 뛰어났지만, 이용찬의 투구 만큼이나 두산 내야진도 뛰어난 조직력을 선보였다. 
▲ 11회말 김재호의 강공과 허경민의 주루플레이
승부의 마침표를 찍는 과정에도 세밀함과 과감함, 그리고 자율이 조화를 이뤘다. 두산은 11회말 선두타자 허경민의 중전안타로 찬스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 김재호는 희생번트에서 강공으로 전환, 중전안타를 쳤다. 물론 행운이 따른 안타긴 했다. NC 중견수 김성욱이 라이트에 들어간 타구를 놓치며 중전안타가 됐다. 타구 자체는 평범한 외야 플라이였다. 
주목할 점은 김재호가 희생번트가 아닌 강공을 택한 이유다. 김태형 감독은 경기 후 “처음 벤치 사인은 번트였다. 그런데 재호가 상대 1루수와 3루수가 워낙 앞으로 나와서 강공으로 간 것 같다. 이런 경우라면 선수에게 맡기는 게 맞다”고 밝혔다. 
무사 1, 2루가 됐고, 결정적인 장면은 곧바로 나왔다. 박건우의 평범한 좌익수 플라이에 허경민과 김재호가 모두 리터치에 성공, 1사 2, 3루를 만든 것이다. 좌익수 이종욱의 어깨가 강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해 과감하게 뛰면서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그러자 NC는 앞선 타석에서 안타 2개를 기록한 오재원과의 승부를 회피, 고의4구로 1사 만루를 만들었다. 오재일과 맞붙었고, 오재일은 외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작렬,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승부에 마침표가 찍혔다. 
끝내기 희생플라이에 앞서서도 노련한 모습이 나왔다. 잘 맞은 타구가 호수비에 걸리며 침묵했던 오재일은 NC 투수 임창민의 초구에 헛스윙을 했다. 그러자 오재일은 전형도 3루 코치의 지시에 따라 타석에서 벗어나 숨을 골랐다. 오재일은 당시 상황을 두고 “코치님이 치면 안 되는 공에 스윙을 했다고 알려주셨다. 그래서 타석에서 나와서 마음을 편하게 하고 다시 타석에 들어갔다”고 돌아봤다. 이렇게 오재일은 위기에서 침착함을 발휘하며 한 타이밍을 쉬어갔고, 한국시리즈 통산 첫 끝내기 희생플라이의 주인공이 됐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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