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히로키(41·히로시마)가 결국 일본시리즈 우승 트로피 없이 은퇴하게 됐다. 7차전 선발을 준비한 그의 희망은 이뤄지지 못했다.
히로시마는 29일 일본시리즈 6차전에서 니혼햄에 4-10으로 패배, 2연승 후 4연패를 당하며 32년만의 우승 꿈이 좌절됐다. 구로다의 프로 첫 우승도 무산됐다.
이미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밝힌 구로다는 자신들의 안방에서 니혼햄이 우승 축배를 터뜨리는 것을 담담하게 지켜봤다. 지난 25일 일본시리즈 3차전 선발 경기가 은퇴 경기가 되고 말았다. 당시 그는 5⅔닝 4피안타 1실점을 기록했다.
닛칸스포츠에 따르면, 구로다는 경기 후 "당연히 내일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일본시리즈가 끝났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년 야구 인생이 끝났다는 것보다는 팀이 졌다는 것이 더 마음 아프다"고 덧붙였다.
구로다는 "(은퇴 전) 마지막으로 일본시리즈에 서고 싶었다. 함께 싸워 준 동료에게 감사하다"며 "일본시리즈 우승을 하지 못했지만 내년 기회가 다시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히로시마는 굉장히 좋은 팀이다. 내년 멀리서나마 응원하겠다"고 동료들을 향한 격려도 잊지 않았다.
니혼햄의 에이스 오타니에 대한 소감도 빠지지 않았다. 구로다가 마지막으로 상대한 타자가 공교롭게 오타니다. 구로다는 당시 3차전 6회 오타니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구로다는 "결과적으로 오타니가 나의 마지막 타자가 됐다"며 "다른 레벨의 선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선수가 되어 가는지 한 팬으로서 기대하고 싶다"고 칭찬했다.
그는 "오타니의 피칭도 보고, 타자로 상대도 해봤다. 모두 일류였다. 스윙 스피드가 빠른 선수는 많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술적으로도 아직 성장 여지가 있다. (이도류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기에 조금 충격적이었다고 할까, 대단하다고 새삼 느꼈다"고 감탄했다.
1997년 히로시마에 입단한 구로다는 2008년 메이저리그로 진출해 LA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에서 뛰며 79승(79패)을 기록했다. 2014년 겨울 뉴욕 양키스의 계약(약 200억원)을 거절하고 친정팀 히로시마로 전격 복귀했다. 시민구단으로 재정이 넉넉지 못한 히로시마로부터 받은 연봉은 4억엔(약 43억원)이었다.
구로다는 돈이 아닌 명예를 선택했다. 미국으로 떠날 때 '다시 돌아와 던지겠다'는 약속을 지켰다. 마지막으로 히로시마 유니폼을 입고 일본시리즈 우승에 도전한 것이다.
지난해 11승, 올해 10승을 거두며 히로시마의 센트럴리그 우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마지막, 일본시리즈 우승은 이루지 못했다. 구로다는 미·일 통산 203승(184패)을 기록하고 은퇴한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