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볼 아냐’ 힐만 스타일, SK 잠재력 깨울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10.30 06: 00

SK의 새 사령탑에 앉은 트레이 힐만(53) 감독은 2006년 니혼햄의 일본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2007년에도 퍼시픽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리그 우승을 차지, 지도력을 인정받은 끝에 2008년에는 메이저리그(MLB) 캔자스시티의 감독이 됐다.
당시 힐만은 일본프로야구 특유의 ‘스몰볼’을 장착해 2년 연속 리그 우승까지 내달렸다. 대표적인 벤치의 개입인 희생번트는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상대적으로 미국 감독들은 한국이나 일본 감독들에 비해 경기 개입이 적다고 알려져 있다. 타자들에게 믿고 맡기는 경향은 전반적인 데이터에서 잘 드러난다. 그런데 힐만 감독은 과감히 스몰볼을 수용하며 성공에 이르렀다. 힐만의 변신이 니혼햄 호성적에 한 몫을 거들었다는 점은 일본의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다면 힐만 감독이 SK에서도 스몰볼 야구를 펼칠까. 아직은 알 수 없다. 기본적으로 SK 선수들에 대한 분석이 끝나야 어느 정도 구상을 세울 수 있다. 하지만 전적으로 스몰볼에 의존한 야구는 없을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예상이다. 힐만 감독의 원래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힐만 감독은 일본 시절 막판 희생번트를 많이 대 경기를 잘게 썰어간 것에 대한 SK의 면접 당시 질문에 “동점을 만드는 야구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1~2점을 뒤지고 있더라도 번트를 대 일단은 동점으로 가는 전략을 썼다는 것이다. 원래 자기 스타일이 아님에도 그런 야구를 한 것에 대해 힐만 감독은 일본 덕아웃의 분위기를 뽑았다.
만 감독은 “일본 선수들은 1~2점 근소하게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덕아웃 분위기가 처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모든 경기가 그렇지는 않았지만 일단 동점을 만들어 안도감을 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희생번트가 많을 수밖에 없었다. 시대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투수력이 강한 일본이라 리드를 뺏기면 조급해질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타고투저 양상에 1~2점 정도는 언제든지 뒤집혀도 이상하지 않은 KBO 리그인 만큼 힐만 감독이 니혼햄 시절의 운영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SK의 평가다. 다만 희생번트나 작전 지시가 필요한 시점은 찾아오는 만큼 일본에서 이를 경험한 힐만 감독의 능력이 오히려 KBO 리그에서도 빛을 발할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SK가 올해부터 거포 타선 구축을 시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화끈한 공격야구에 대한 구상도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또한 힐만 감독은 베이스러닝과 작전 등에서 굉장한 세밀함을 주문하는 감독이다. 이는 감독 스스로가 공언한 것이기도 하다. 전임 김용희 감독도 뛰는 야구를 추구했지만 이미 멤버상 그런 야구를 할 능력이 부족했던 SK는 올해 기동력과 베이스러닝에서는 리그 최하위권 성적을 냈다. 힐만 감독의 세밀함이 SK의 약점을 상쇄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기 충분하다.
한편 힐만 감독은 선수들을 한 곳으로 묶는 융화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본적으로 점잖고, 때로는 유쾌한 면모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일탈 행위는 결코 용납하지 않는 냉정함도 겸비하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니혼햄에 물어보니 방임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고 하더라. 선수들에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스타일이고 팀워크를 해치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이름값 야구가 더 없을 것이라는 부분도 분명하다. 힐만 감독은 29일 선수단 상견례를 마친 뒤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경쟁을 좋아한다”고 단언했다. 또한 구단의 육성 시스템에 대해 크게 강조하고 있다. 어차피 현재 힐만 감독에게는 모두가 낯선 선수들이다. 그 전의 경력은 기록상의 참고사항일 뿐이다.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기는 쉽지 않은 ‘계급장 뗀 경쟁’을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다.
힐만 감독은 29일 출국하면서 올해 SK의 경기 영상이 담긴 외장 하드디스크를 챙겨 나갔다. 구단 관계자는 “직접 노트북을 가지고 와 선수 프로필에 대한 분석을 벌써 하고 있더라”라면서 “144경기 전체는 아니지만 좋았던 경기, 그렇지 못했던 경기와 하이라이트를 구단이 준비했고 힐만 감독이 취임식 전까지 챙겨보겠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힐만 감독이 SK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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