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장 혈투 끝에 패한 NC의 운명은 다시 에이스 해커에 달렸다. 해커의 첫 한국시리즈 등판의 테마는 정해진 듯 하다. 재현과 복수다.
NC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0-1로 패했다. 창단 첫 한국시리즈 경기의 첫 기억이 쓰라리다.
시간을 플레이오프 때로 되돌려보자. NC는 LG와의 플레이오프에서 2승을 먼저 챙긴 뒤 3차전을 맞이했다. 하지만 3차전에서 연장 11회 혈투 끝에 1-2로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불펜 소모도 많았던 경기였고, 플레이오프 시리즈 자체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던 경기였다. 하지만 이튿날 열린 4차전 경기에서 NC는 보란듯히 연장 혈투의 후유증을 극복했다. 에이스인 해커가 3일 휴식을 취하고 7이닝 1실점 쾌투를 펼치면서 NC는 한국시리즈 진출을 일궈냈다.
한국시리즈 1차전과 플레이오프 3차전의 양상이 대동소이했다. 타선의 침묵과, 불펜 소모, 그리고 연장 혈투 끝에 당한 끝내기 패배까지. 하지만 NC에 그나마 좋은 기억이 있다면 다음 경기 해커의 등판으로 후유증을 말끔히 씻어버렸다는 것. 해커는 지난 플레이오프 때와 마찬가지로 연장 혈투의 이튿날, 30일 한국시리즈 2차전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해커의 어깨에 한국시리즈 자체가 달려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플레이오프 3차전의 악몽의 여운이 길게 가지 않은 것은 해커의 4차전 역투로 시리즈를 승리했기 때문. 한국시리즈 2차전도 같다. 1차전의 분위기를 끊으내야 하는 운명을 해커가 짊어졌다. 만약 해커마저 무너지면 하위 선발의 무게가 현저히 떨어지는 NC 입장에서는 시리즈 스윕마저 걱정해야 할 처지다.
일단 해커는 지난 2년의 가을야구 징크스를 깨뜨리고 온전한 에이스의 모습으로 돌아온 상태. 더군다나 지난 플레이오프 4차전의 투혼으로 선수단에 울림을 줬다. 에이스의 투혼과 울림을 다시 재현해야 할 상황이 바로 찾아왔다.
해커는 올해 두산전 2경기 1승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통산 두산전도 15경기(13선발) 5승3패 평균자책점 3.34로 준수하다. 두산전에는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갖고 마운드에 오른다. 하지만 해커는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야 할 이유가 있다. 지난해 두산과의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에서 제 몫을 해내지 못했기 때문.
해커는 지난해 플레이오프 1차전과 4차전, 2경기에 등판했지만 모두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 1차전에서 4이닝 6피안타(2피홈런) 6탈삼진 4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고, 4차전에서는 5⅓이닝 8피안타 3볼넷 4탈삼진 3실점으로 역시 패전의 아픔을 겪었다. 지난해 역시 에이스의 중책을 맡았지만 기대를 밑도는 투구로 팀의 탈락을 지켜봐야 했는데, 공교롭게도 다시 두산과 포스트시즌, 그것도 최상위 무대인 한국시리즈에서 1년 만에 다시 만나게 됐다. 해커는 칼을 갈고 복수의 등판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해커와 팀 모두에게 많은 부분이 달려 있는 한국시리즈 2차전 등판이다. 연장 혈투의 후유증을 씻어내야 하는 지난날의 기억을 재현하면서, 1년 전의 복수를 마운드 위에서 해내야 한다. 과연 해커의 한국시리즈 첫 등판의 테마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지 관심이 모아진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