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1차전 11회 김성욱 수비 타구 하늘에 가려
7년 전 두산 PO에 정수빈 조명탑에 타구 놓쳐
NC 김경문 감독에게 잠실 하늘은 너무 얄궂었다. 7년 전 정수빈에 이어 김성욱까지 잠실구장 하늘에 가린 불운의 타구가 김경문 감독의 속을 태웠다.
NC는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6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연장 11회말 오재일의 희생플라이로 0-1 패배를 당했다. 7전4선승제 시리즈에서 이제 첫 경기를 내줬을 뿐이지만, 연장 11회 접전 끝에 패한 경기라 아쉬움이 남는다. 그것도 예상 못한 불운이 패배를 불러 더욱 뼈아팠다.
11회말 무사 1루. 두산 김재호가 친 타구는 중견수 쪽으로 높게 떴다. 두산 벤치에선 보내기 번트 사인을 냈지만 1·3루 수비가 압박해오자 김재호가 강공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타구가 높게 떠버렸고, 김재호는 아쉬움을 삼키며 1루로 향했다. 누가 보더라도 무난한 중견수 뜬공 아웃 타구였다.
그런데 NC 중견수 김성욱이 공을 쫓다 뒷걸음질 치며 주춤했고, 타구는 그 앞에 뚝 떨어졌다. 순간적으로 타구를 놓쳐 평범한 뜬공이 안타로 돌변한 것이다. 1사 1루가 무사 1·2루 위기로 바뀐 순간. 결국 박건우의 좌익수 뜬공과 오재원의 고의4구에 이어 오재일의 희생플라이로 경기를 졌다.
김재호의 타구는 오후 2시 경기가 시작된 뒤 3시간43분이 흘러 5시43분쯤에 높이 떴다. 오후 5시가 지나며 낮과 밤이 교차한 시간이었고, 어둑어둑해지기 시작한 낮과 밤하늘 사이에 공이 들어가며 놓쳤다. 한국시리즈에 처음 출장한 김성욱에게는 당혹스런 순간이었을 것이다.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
패배로 직결된 이 장면은 7년 전 두산 정수빈을 떠올리게 했다. 2009년 김경문 감독이 이끌던 두산은 SK와 플레이오프에서 원정 1~2차전을 승리하고 잠실 홈으로 돌아와 3차전을 치렀지만 연장 접전 끝에 1-3으로 패했다. 1-1 동점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1사 2루에서 박재상에게 우측 빠지는 결승 3루타를 맞은 것이다.
박재상의 타구는 우측 라인드라이브로 향했지만, 우익수 정수빈의 정면으로 향해 충분히 잡힐 만했다. 그런데 이날도 낮경기가 연장전으로 넘어가며 어두워졌고, 조명탑에 불이 들어왔다. 낮과 밤이 뒤바뀌는 시점에 하필 타구가 조명탑에 들어갔고, 타구를 놓친 정수빈은 공을 뒤로 빠뜨렸다. 당시 만 19세 고졸 신인 정수빈에겐 돌발 상황에 대처할 경험이 부족했다.
결국 두산은 3차전 패배를 시작으로 4~5차전까지 SK에 머조리 내주며 2승3패 리버스 스윕을 당했다. 한국시리즈 티켓이 조명탑 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두산에서 우승을 이루지 못한 김경문 감독이 NC로 유니폼을 바꿔 입고 다시 가을야구에 나서고 있지만 잠실구장 하늘은 얄궂게 그에게 또 시련을 줬다.
김경문 감독은 1차전 경기를 마친 뒤 김성욱에 대해 "예전 두산에 있을 때도 어린 선수가 실수를 한 적 있다. 아쉬움은 빨리 잊고 내일 준비 잘했으면 좋겠다"고 감싸 안았다. 그 어린 선수가 아마도 정수빈을 언급한 것 같다.
23세의 김성욱은 NC 미래이자 당장 한국시리즈에서도 주전급 백업으로 역할이 중요하다. 1차전 아픔을 잊고 남은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김경문 감독도 "아쉬움은 빨리 잊어야 한다"며 7년 전 아픔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마음을 가다듬었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