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27개의 아웃카운트마다 나오는 상황과 상황이 모여 경기 결과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승리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플레이는 무엇이었을까.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의 게임 분석을 통해 두산과 NC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나온 결정적 순간을 돌아봤다.
‘꼬인 흐름’ 두산, 도망가지 못하다
두산은 선발 더스틴 니퍼트가 완벽한 피칭을 했다. 5회까지는 단 한 번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자연히 두산의 승리확률이 50% 밑으로 떨어지는 경우는 없었다. 그러나 좀처럼 선취점을 내지 못했다. 두산이 승리확률을 60% 이상 넘기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1회에는 박건우가 낫아웃 출루(58.2%)를 했으나 오재원이 병살타(51%)를 쳤다. 2회에는 김재환이 중전안타(58.8%)를 치고 나갔지만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3회에도 선두 허경민이 좌전안타(59.4%)를 치고 나갔지만 김재호의 희생번트 때 2루 주자 허경민이 강동우 1루 주루 코치의 잘못된 지시로 아웃(55.8%)되며 절호의 기회를 날렸다. 5회에는 2사 후 박건우의 안타(53%), 오재원의 중전안타(56.5%)로 2사 1,2루 득점권 기회를 잡았지만 역시 후속타는 없었다.
6회 선두 김성욱의 볼넷(55.2%) 외에는 단 한 번도 승리확률이 50%를 넘기지 못했던 NC는 7회 이날 들어 가장 그럴싸한 기회를 잡았다. 1사 후 나성범이 첫 안타(50.4%)를 때렸고 2사 후 폭투와 박석민의 볼넷(49.9%)으로 2사 1,3루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이호준이 우익수 뜬공으로 물러나면서 기회를 놓쳤다.
박민우-김종호 주루사, 운이 두산으로 가다
58.8%의 승리확률로 7회를 시작한 두산은 선두 김재환의 볼넷(64.4%)으로 1차전에서 처음으로 60%대의 승리확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후속타가 터지지 않았다. NC 나성범의 수비도 좋았다. 8회에는 두산이 첫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8회 2사 후 민병헌의 우전안타(54.9%), 에반스의 볼넷(59.1%), 그리고 허경민의 2루수 앞 내야안타(63.3%)로 베이스를 꽉 채웠다. 그러나 김재호의 체크스윙 때 타구가 2루로 가며 또 기회를 놓쳤다. 63.3%의 확률은 다시 50%로 떨어졌다.
하지만 NC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주자 두 명이 루상에서 횡사하며 득점 기회를 놓쳤다. NC는 9회 선두 박민우가 우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렸다. 1점이 필요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귀중한 안타였다. 그러나 의용 넘친 2루 폭주로 아웃되며 승리확률이 44.1%까지 내려갔다. 치명적인 아웃카운트였다.
연장 10회에도 NC는 주자를 3루까지 보내고도 득점에 실패했다. 무사 1루에서 대주자 김종호가 과감한 2루 도루로 승리확률을 58.2%에서 67.2%까지 끌어올린 것은 좋았다. 이호준의 번트로 1사 3루가 됐다. 어쩌면 땅볼 하나에도 득점이 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김성욱의 3루 땅볼 때 3루 주자 김종호가 허경민에게 아웃되며 승리확률이 단번에 42.5%까지 떨어졌다. 무려 25% 가량이 폭락했다. 이날 가장 큰 폭의 하락이었다.
하늘은 두산편, 김성욱의 치명적 실수
NC는 연장 11회 1사 후 이종욱과 박민우의 연속 볼넷으로 승리확률을 58.2%까지 회복했다. 그러나 나성범이 병살타를 치며 승리확률이 36.2%까지 떨어졌다.
여기서 하늘도 두산의 편을 들었다. 연장 11회말 선두 허경민이 중전안타를 쳐 승리확률이 71.2%가 됐다. 여기서 김재호가 번트 시도를 포기하고 강공, 중견수 방면으로 뜬공을 쳤다. 김재호조차도 범타를 예감한, 그야말로 '평범한' 뜬공이었다. 그러나 NC에는 평범하지 않은 뜬공이었다. 중견수 김성욱이 낮과 밤이 교차하는 어둑해진 하늘 탓으로 공의 궤적을 놓치면서 잡아내지 못한 것. 두산의 승리확률은 81.7%까지 치솟았다. 잡고 안 잡고의 차이는 20%나 났다. 사실상 이날 승부를 가른 플레이였다.
이날 두산이 처음으로 잡은 무사 1,2루 기회. 결국 두산은 이 기회까지 놓치지는 않았다. NC는 만루작전을 썼으나 두산은 오재일의 끝내기 희생 플라이로 경기를 끝냈다. 한국시리즈 첫 끝내기 희생플라이였다. 이상하게 꼬이고 꼬였던 이 경기는 진기록과 함께 마무리됐다. /skullboy@osen.co.kr
[사진] 잠실=민경훈 기자 /rumi@osen.co.kr